[OSEN=이대호 기자] '8888577'. 롯데 자이언츠 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이제는 과거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숫자다. 바로 롯데가 2001년부터 7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기록했던 순위를 나열한 숫자다.
이후 롯데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4위 안에 이름을 올려 어느덧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그렇기에 '8888577'은 롯데 팬에겐 치욕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불길한 숫자가 아니라 현재의 롯데를 있게 한 반면교사의 대상이다.
한데 최근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이와 비슷한 숫자를 자주 말한다. 양 감독이 자주 말하는 숫자는 바로 '18765432'다. 그는 "우리는 올 시즌 1위로 시작해서 8위까지 떨어졌다가 한 단계씩 순위가 상승해 이제 2위까지 올라왔다"며 "어디 까지 올라갈 지 나 역시 궁금하다"며 웃었다. 롯데의 험난했던 순위 등정기를 살펴봤다.
▲ 고난의 4월…하위권 맴돈 롯데
롯데는 4월 2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 개막전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5회까지 안타 8개로 5점을 뽑아내며 6-0, 영봉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양 감독은 농담 삼아 "첫 날 이긴 4팀이 모두 공동 1위"였다며 롯데 역시 1위로 시즌을 시작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후 롯데는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아졌다. 양 감독은 시즌 초 "처음부터 총력전을 펼쳐 승수를 벌어 여유 있는 운영을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생각대로 팀이 돌아가지 않았다. 4월 롯데는 타선의 침묵에 불펜진의 난조까지 겹치며 결국 4월 21일 대전에서 한화에 1-4로 패하며 최하위 자리를 물려받았다.
최하위에서 이틀간 머문 롯데는 4월 22일 사직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7-6으로 신승하며 잠시 하루 동안 6위 자리에 올랐지만 바로 다음날 SK에 9-7로 져 7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롯데는 5월 초순까지 7위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 반등 실패한 5월과 6월…팬 비난 거세지다
5월, 세상 만물이 약동하는 계절이지만 롯데의 성적은 그러지 못했다. 7위로 5월을 시작한 롯데는 5월 12일 사직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4-0으로 잡고서야 6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5월 17일 문학에서 SK를 8-2로 꺾고 잠시 공동 4위에 올라섰지만 5월 22일 잠실에서 LG 트윈스에 패하며 5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롯데는 5위 자리에서 한 달 이상 머물게 된다.
6월 롯데는 순위 변동이 거의 없었다. 한달동안 줄곧 5위를 지키다 6월 28일 사직에서 KIA에 2-7로 패하며 잠시 6위로 내려갈 때까지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당시 롯데는 4위 LG와 5경기 이상 벌어져 있는 상태였고 좀처럼 게임차를 줄이지 못했다. 지난해의 뜨거웠던 타격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있던 상황이었고 투수력 역시 힘에 부쳤다.
더불어 팬들의 비난이 더욱 거세진 시기가 바로 6월. 양 감독의 작전과 팀 운영에 불만을 갖고 있던 롯데 팬들은 양 감독에 '양승호구'라는 별명을 붙여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 '비난의 절정' 7월, 드디어 4위에 오르다
롯데의 7월 초 순위 라이벌은 두산이었다. 7월 초반 롯데와 두산 양 팀은 5위와 6위를 번갈아 오가며 중위권 순위경쟁을 벌였다. 롯데는 두산과의 7월 8경기에서 7승 1패를 수확하며 두산을 하위권으로 내몰았다. 결국 롯데는 7월 19경기에서 13승 6패를 거두며 팀 성적 반등에 성공했다. 그 사이 줄곧 4위를 달리던 LG가 점점 페이스가 떨어지며 5위권과 게임차가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팀 성적이 좋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월 초반 롯데 팬들의 양 감독에 대한 비난은 절정을 향했다. 주된 불만은 잦은 포지션 변경과 원칙 없는 불펜진 운영. 결국 일부 팬들은 7월 26일부터 있었던 SK와의 사직 3연전에서 무관중 운동을 펼치기까지 했다.
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반기가 끝났을 때 롯데는 4위 LG를 1.5경기 차로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뒤 5경기에서 롯데는 4승 1패를 거두며 드디어 7월 마지막 날 LG와 공동 4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 8월의 질주, 9월 2위라는 결과로 돌아오다
8월을 4위로 출발한 롯데는 단 한 차례도 5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롯데의 성적은 16승 7패로 5위 LG와의 간격을 벌리며 '가을야구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롯데는 8월 23일부터 있었던 KIA와 홈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3위까지 뛰어오르는 데 성공했다. 시즌 초중반을 생각 해보면 쉽지 않아보였던 롯데의 가을야구가 점점 현실화된 시기다.
그리고 9월 롯데는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고 플레이오프 직행이 걸린 2위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다. 9월 첫 날 KIA와 홈경기에서 2-1로 승리를 거두며 2위에 올라선 롯데는 보름 동안 2위 자리를 지켰다. 그 사이 KIA가 사실상 2위 싸움에서 탈락했고, 롯데는 SK와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벌어진 SK와의 홈 3연전에서 2승 1패로 위닝시리즈를 거둔 롯데는 27일 현재까지 2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3위 SK와의 차이는 0.5게임, 앞으로 롯데는 남은 4게임에 따라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이제 양 감독은 '양승호감', '양승호굿' 등 별명이 긍정적으로 바뀌며 롯데 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18765432'를 언급하며 "최종 순위는 무엇이 될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물론 최종 목표는 1위.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을 때 많은 이들이 롯데의 4강 진출에 대해 회의적으로 봤지만 시즌 막판에 와서 보니 2위 싸움에 한창이다. 이 정도면 롯데도 '가을야구 본능'이 있다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다. '8888577344'를 이어오고 있는 롯데가 올 시즌엔 어떤 숫자를 써 넣을지 궁금해진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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