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gs는 그냥 things이다. ‘물건’이나 ‘사물’처럼 굳이 우리말로 옮기려 하지 말고 영어 단어 그대로 둔 채 개념을 잘 파악하도록 하자. 실제 영작을 할 때나 대화 속에서 thing(s)를 잘 사용하면 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상황이 좋지 않다’를 영어로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상황’ 같은 말은 몰라도 된다.
Things are not good.
이라고만 하면 된다. 더 길게 말하려면 Things are not in favor of us.이라고 해도 된다. ‘상황이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노팅 힐>에서 세계적인 여배우 애나(줄리아 로버츠)를 향해 소심남 윌리엄(휴 그랜트)이 “저...... 차 한 잔 하실래요?”하고 제안하자, 애나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Things are pretty busy here. I might be free around 4:00.
위와 같이 답하며 남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애나가 말한 things란 물론 그녀의 ‘일정’과 관련된 것들일 거다. 아래 예문을 보자.
★ We have achieved many things in public sector this year, and things are going to be better. 우리는 올해 공공부문에서 많은 것을 이루었다. 그리고 상황은 더 좋아질 것 같다.
things가 두 번 나왔다. 앞에 나오는 things는 ‘어떤 것(문맥상 업적, 실적 정도)’ 정도의 뜻으로 보면 되고, 뒤에 나오는 things가 바로 여기서 다루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물론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는 문맥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는 공공부문에 대해서 많은 성취를 이루었다고 했으니까, things 역시 공공부문과 관련된 환경이나 상황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겠죠. 위 예문을 보고, “선생님, 왜 뒤에 나오는 things를 대명사 they로 받지 않은지.”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질문했다간 선생님의 차가운 시선을 받을지도 모른다.
★ How do things go?
수술을 끝마친 환자에게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그러면 ‘몸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things는 문맥상 몸 상태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수술 전후를 둘러싼 기분이나 어떤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반대로 누군가가 의사에게 위와 같이 물어봤다고 가정을 한다면 “선생님, 상황이 어떤가.”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거다. 수술을 둘러싼 이런저런 정황을 묻는 것이다.
이와 같이 things는 그냥 things이다. 우리말 ‘한’이나 ‘정’을 영어로 옮길 마땅한 단어가 없듯이, 영어로 된 표현 중에서도 우리말로 옮기기 참 쉽지 않은 것들이 있다. 이 경우엔 굳이 그 단어를 우리말의 틀에 꿰맞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things는 실제 언어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이면서도 가장 주의가 덜 가기 쉬운 단어이므로 반드시 눈여겨보아 두자.
Benazir Bhutto was many things — zealous guardian of her dead father's legacy, aristocratic populist, accused rogue, even one of People magazine's 50 most beautiful people.
위 예문은 얼마전 암살당한 파기스탄 전 총리 부토여사에 관한 기사(CNN) 중 일부이다. 여기서 things는 문맥상 사람을 의미한다. <피플>지 선정 가장 아름다운 50인 중 한명까지 그녀의 여러 모습들을 설명하는데.. many things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things는 물건이라고 해석을 하면 곤란하이다. 어떤 존재, 대상 정도로 해석을 하시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은 어째 법을 위반하거나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감옥에서 실형을 사는 경우가 없지 않던가. 주로 얼굴에는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에 올라앉아 철창을 모면한다. 이 모습을 빗대어서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에서 재미있는, 그러나 의미심장한 기사를 실은 적이 있는데, 아래는 그 기사 제목이다.
★ As things get tough, S Korea's bosses get rolling.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한국 재벌총수들은 휠체어를 타고 풀려난다.
(여기서 get rolling은 ‘휠체어를 타다’의 의미로 쓰였다.)
조금만 더 나아가 보자. thing은 일종의 접미사로서 특히 회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확실치 않거나, 그냥 말하기 좀 난감한 경우에 뒤에 thing을 붙여 말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얼마 전에 이혼을 했는데, 부득이하게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치자. “저기 있잖아, 너 이혼한 거......”처럼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게 된다. 이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들은 직설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에 things를 쓰면 말을 한번 돌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divorce라고 말하는 대신 a divorce-thing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주책 맞게 “너 얼마 전에 이혼했다며?! 그래서 말인데......” 하면서 큰소리로 말하는 친구는 되지 말자는 말.
또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내놓고 말하기를 저어하는 주제인 돈 얘기는 어떨까? ‘돈 얘기를 좀 해야 되는데......’라고 말할 때도 It’s sort of money-thing.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프렌즈>속 로스와 조이의 대화를 한번 들여다 보자.
로스) How come Chandler didn't come? 챈들러는 왜 안온거야?
조이) It's because he had a thing ... with the thing. 그게 말이지.. 그게.. 볼 일이 있데.
<할로윈>으로 유명한 존 카펜터의 영화 <괴물>의 원제목이 바로 The Thing이다. monster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보다 the thing이라고 하니까 더 인상이 강해지지 않은가. 뭔지 잘 모르겠으니까 오히려 공포감이 극대화되는 느낌. 참고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영어 제목 역시 The Monster가 아니라 <The Hos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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