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홀로 독서

책임질 게 없다고 느낄 때 - 회선

자넨 아마 모를 걸세. 어젯밤에 김씨라는 그 사람이 그랬지, 자기는 돈만큼만 일한다고. 일당 주는 만큼만 일했지 책임울 져서 일을 한 건 아니라고 한 말, 자네도 생각날 걸세, 그러나 우리 같은 사람은 달라. 이 세상에 자기가 책임질 게 없다고 느낄 때 자유를 느끼는 게 아니라 얼마나 불안하게 절망스러운지 자네는 모를걸세. 


...... (중략) .......


그러나 나는 그 사(社)라는 게 없네. 회사가 없어 책임질 게 없다는 얘기야. 왜냐구? 난 은행 이자만으로 십 년 가까이 살았네. 이자만 따먹으면서, 소위 돈벌이라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말일세. 은행에 전화

하나만 하면 지점장이 나와서 점심 사고 술 사지. 골프도 치고. 그게 뭔 줄 아나? 난 쓸모가 없어진 거라네. 은행 지점장하고 단골 술집 빼 놓고선 나라는 인간은 아무 데도 쓸모가 없어진 걸세.



- 한수산, <회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