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는 정체성을 부여한다(2) 조금 깊이 관사를 들여다보면, 관사(article)가 있고 없고에 따라, 때론 의미상 큰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만약 여러분들이 말을 하거나 문장을 해석할 때, 관사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다면, 더욱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내 옆에 친구(보람)가 있다. 그리고 그 친구를 앞사람(정호)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얘는 내 친구야”를 영어로 한번 표현해 보자. 뭐라고 소개할까? 대부분 아래와 같은 문장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She is my friend.
관사의 중요성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이다. 물론 문법적 지식이 바탕이 되어서 나온 것이 아니라 거의 습관적으로 위의 표현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기 때문에 입 밖으로 나왔을 수도 있다. 아니! 문장 속에 부정관사도, 정관사도 보이지 않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냐고. 바로 my가 때문에 위 예문은 문장은 눈물나도록 완벽한 문장이 된다. my란 ‘소유격’ 하나 때문에 여러분들의 친구는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받는 것이 되니까. 더 나아가 이 세상에 ‘여러분’의 친구로 존재하는 이유 역시 획득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고 많은 ‘친구’라는 존재 속의 바로 여러분의 친구, ‘보람’이를 ‘정호’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친구의 카테고리 속에는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친구 집단이 존재하고 있다. 10년 전 내 돈 100만원을 빌려간 뒤 아직 갚고 있지 않는 녀석, 영화 <친구>속 유오성과 장동건, 30년 넘게 우정을 간직해 온 오래된 묵은지 같은 내 친구, 영화 <여고괴담 5편>속 동반자살을 기도하던 지은이, 정은이, 은주. 이렇게 많고도 많은 친구들 중에 보람이는 내 친구로 거듭나는 것이다. 여기서 my라는 소유격(소유형용사)은 본질적으로 관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사실 정호에게 보람이를 소개하는 방법은 많다. 현재 나(수정)와 친구(보람)이가 나란히 서 있고, 그 앞에 정호가 서 있다고 가정하자.(아래 도표 참고) 그리고 보람이와 정호는 서로 초면이다. 만약 여러분이 소유형용사을 모른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러면 정호에게 보람이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관사에 대한 이해가 없을 경우, 십중팔구 아래와 같이 답을 하게 된다.
정호(내 친구, 남자)
수정(나, 여자) - 보람(내 친구, 여자)
She is friend.
콩글리쉬의 ‘왕 中 왕’이라는 ‘미팅(blind date)', ’MT' 만큼이나 우리들이 잘못 알고 있는 영어표현이 바로 위 예문이다. 도대체 어디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 물론 대화 중에 위와 같이 말을 해도 대충 의사전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확한 문장은 결코 아니다. She 와 friend 사이에 등가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she는 문맥상 분명 ’보람이‘라는 내 친구(사람)를 지칭한다. 나, 보람, 정호 세 사람이 있는 경우, 내가 정호(남자)를 향해 옆 사람을 가리키며 she 라고 말할 경우 ‘보람이’를 의미하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나는 I로 정호는 he로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friend 는 그러하지 못하다. friend 에 부정관사(a)가 붙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아직 영한사전 흰 종이 위에 검게 인쇄되어 있는 바로 그 f.r.i.e.n.d. 란 글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말이다. 즉 사람이 아니다. 바로 이와 같은 불일치를 방지하기 위해 관사를 사용하는 것이다. 즉, 보람이가 사전에 실린 ‘친구’라는 글자가 아닌 ‘내 친구’라는 정체성을 부여해 줘야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게 된다. (friend 가 진짜 사전 속에 있는 글자 확실합니까? 라고 항변하지 말자. 이해를 돕기 위해 일단 무조건 그렇게 믿고 본다.)
그럼 관사를 한번 붙여보자.
She is a friend.
위 표현은 어떠한가. 가만히 보면 문장자체로는 완벽하나 위의 설정 속에서 사용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 She is friend. 와는 달리 문법적으로 올바른 예문이지만, 내용적으로 부족하다. 왜냐하면 a friend 역시 she(보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에. friend 에 a 가 결합함으로써 비로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친구’라는 정체성을 부여받지만 도대체 누구의 ‘친구’란 말일까. 내 친구? 정호의 친구? 친구의 친구? 미드 <프렌즈> 속에 등장하는 남자 셋, 여자 셋? 그래서 다음과 같이 표현을 한다. (물론 위와 같이 세 사람만 등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는, 정호에게 She is a friend. 라고 말해도 의미전달이 된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She is a friend of mine.
위 문장을 통해 비로소 보람이는 나(수정)의 친구라는 자격을 부여받는 것이며, 정호는 ‘수정이의 친구 보람이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우리가 문법시간에 소유격에 대해서 배울 때, She is my a friend. 라고 사용하지 않고 She is a friend of mine. 라고 표현하는지 이해가 가는지. 다양한 친구라는 존재들 속에 내 친구(한 명)란 의미이다.
그리고 이것을 좀더 자연스럽게 나타낸 문장이 바로, 아래 문장이다.
She is my friend.
위와 같이 말을 하면 ‘그녀는 내 친구 수정이야.’란 의미로 정확히 옮겨진다. 여기엔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 있다. 바로 my 와 같은 소유형용사의 기능이 다. 사실 관사를 사용하다 보면 소유형용사가 정관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책상 앞에 놓인 상대방의 책을 보고 The book 이라 하지 않고 Your book 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위 예문의 경우 She is the friend. 라고 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이 상황 속에서는 the friend를 my friend 가 대신하기엔 무리가 있다. the friend는 정호에게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기에.
다음 챕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도록 하자. 그 내용이 궁금해서 못 참겠다면 다음 챕터 속 설명을 먼저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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