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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독서

붉은 수수밭 -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






책소개 위로

중국 민초들의 생생한 한일 투쟁기! 


중국 문단의 대표적인 작가로 급부상한 모옌의 대표작. 소설의 일부 내용을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제작하였으며, 192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의 중국 산둥 성 까오미 현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군이 주둔하고 있는 까오미 현은 온갖 착취와 부역 등 일제의 만행에 시달리고 있는데, 서서히 대오를 정비하며 일본군에 맞서는 중국 민초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소설은 문둥병을 앓고 있는 고량주 양조장집 아들에게 팔리듯 시집가던 따이펑리옌이 당시 꽃가마를 메던 위잔아오와 사랑에 빠져 '나'의 아버지를 잉태하는 시점에서 비롯된다. 위잔아오는 양조장집 부자를 살해해 따이펑리옌이 그 안주인이 되도록 한 뒤에 양조장에 일꾼으로 들어가 있다가 점차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며 인근의 민중들을 통솔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십여 년 뒤 일제의 착취는 점점 심해져가고, 양조장의 큰어른인 루어한 큰할아버지(大爺)가 가죽을 벗겨 죽임을 당하는 만행을 당하자 위잔아오는 매복전을 벌여 일본군에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나의 할머니' 따이펑리옌이 총에 맞아 숨지게 되고, 이어지는 일본군의 보복 학살로 까오미 현은 처참한 살육의 땅으로 변해간다. 일제에 맞서기 위해 렁 부대(국민당), 팔로군(공산당), 철판회(민병 조직) 등이 생겨나지만 아직 변변한 무기조차 없이 서로 무기쟁탈전이나 벌이는 형편이다. '나의 할아버지'인 위잔아오 사령관은 어느 거대 조직에도 가담하기를 꺼리며 맨 앞에서 민중들을 진두지휘하며 일본군에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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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나’가 서술하는 동시에 ‘나의 할머니ㆍ할아버지ㆍ아버지ㆍ어머니’가 주인공 화자로 등장함으로써 이들 가족의 오래전 옛이야기를 바로 현 시점에까지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영화 '붉은 수수밭'에서 생략한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어내고, 무거운 정치적 담론을 배재한 대신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문체로 영화와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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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모옌님 작가 자세히 보기  관심작가 등록

저자 | 모옌莫言 (1955~ ) 

1955년 2월 17일, 중국 산둥성(山東省) 까오미(高密) 따란향(大欄鄕) 핑안춘(平安村)의 빈한한 가정에서 출생한다. 1961년 소학교에 입학하고 1976년 군대에 입대할 때까지 부랑자 같은 농민이었지만, 군 입대 후 1978년부터 소설 창작을 시작한다. 1981년 격월간지 『연지(蓮池)』에 단편소설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를 발표한 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며, 1984년 발표한 「황금색 홍당무(金色的紅蘿蔔)」(1985년 「투명한 홍당무(透明的紅蘿蔔)」로 개작)가 좋은 평가를 얻게 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1987년 그의 대표 장편소설 『홍까오량 가족(紅高粱家族)』을 출간했는데, 이 작품의 일부를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제작해 1988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티엔탕 마늘종 노래(天堂蒜?之歌)』(1988), 『술의 나라(酒國)』(1993), 『풀을 먹는 가족(食草家族)』(1993) 등을 연이어 발표한다. 또한 그 후에도 장편소설 『풍유비둔(豊乳肥臀)』(1995), 『탄샹싱(檀香刑)』(2001), 『사십일포(四十一?)』(2003), 『생사피로(生死疲勞)』(2006)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7년 희곡 「패왕별희(覇王別姬)」를 창작했고, 훗날 이 희곡은 무대에 올려져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두 달간 연속 공연되면서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삼십 년 내내 농촌 배경의 소설만을 창작하고 있는 모옌은 현재 중국어권 작가 중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옮긴이 | 박명애 

단국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에서 중문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상하이 외국어대학원에서 번역문학을, 상하이 사범대학원에서 중국현대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1992년 『문학사상』에 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단국대와 베이징 어언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했으며, 현재는 번역에 몰두하면서 쓰촨 외국어대학, 충칭 대학, 베이징 런민 대학, 중국노신문학연구원 등을 순회하며 한?중 당대 문학을 강연하고 있다. 중국 출간 저서로 『한국 당대 소설선&평전』 『한?중국 당대 청년문학 비교연구』 『실용 한국어』가 있고, 한국 저서로는 『계수나무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 장편소설 두 권이 있다. 또한 한국 출간 역서로 왕조우성의 『성별: 여(性別: 女)』와 모옌의 장편소설 『술의 나라(酒國)』 『탄샹싱(檀香刑)』 『풍유비둔(豊乳肥臀)』 『풀을 먹는 가족(食草家族)』 『티엔탕 마늘종 노래(天堂蒜?之哥)』 등이 있고, 중국 출간 역서로 『분신인(分身人)』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랑(一個無政府者的愛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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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위로

한국어판 서문 


제1장 붉은 수수 

제2장 고량주 

제3장 개들의 길 

제4장 수수 장례식 

제5장 이상한 죽음 


옮긴이 해설 | 토템이 된 붉은 수수와 민중 미학적 감성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책속으로 위로

위잔아오는 큰 도롱이를 벗어버리고 발로 수십 개의 수숫대를 밟아버렸으며, 그리고 그 수수들의 시체 위에다 도롱이를 깔아놓았죠. 그는 할머니를 도롱이 위에 안아다 눕혔습니다. 할머니는 벗어버린 그의 가슴을 혼이 나간 듯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강력하고 힘이 넘치는 혈액이 그의 검은 피부 밑에서 흐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 같았죠. 수수꼭대기에는 엷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으며, 사방팔방에서 수수들이 자라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바람은 자고, 파도도 조용하며,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이 수수들 틈 사이에서 교차되면서 비추어들었죠. 할머니 가슴속에서는 노루가 뛰고 있었고, 십육 년 동안이나 마음속에 간직한 정욕이 폭발하고 있었죠. 할머니는 도롱이 위에서 꿈틀거렸습니다. 위잔아오는 한 층 한 층 낮아지다가 무릎을 땅에 털썩 하더니, 할머니 옆에 꿇어앉았답니다. 할머니는 온몸을 떨었고, 누렇고 짙은 불꽃이 그녀가 누워 있는 지면에서 탁탁 튀어올랐습니다. 위잔아오가 내 할머니 옷을 거칠게 열어젖히자, 쏟아지는 빛이 할머니의 긴장되고 소름이 가득 돋은 유방을 비추었습니다. 그의 힘센 동작 아래 예리한 아픔과 행복감이 할머니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으며, 할머니는 낮고 쉰 소리로 “어머나”라고 말하곤 정신을 잃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생기발랄한 수수밭에서 사랑을 나누었으며, 인간 세상의 법규를 무시하는 두 개의 마음은 서로 유쾌하게 붙어 있는 육체보다 더욱더 긴장되었습니다. 그들은 수수밭에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면서 우리 까오미 둥베이 향촌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역사에 붉은색을 칠해놓았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천지의 정기를 받아 생겨났고, 고통과 광란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나귀가 드높은 소리를 지르면서 수수밭으로 기어들어왔고, 할머니는 미로 같은 천국에서 잔혹한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죠. 

--- pp. 134~135 


그때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원앙과 봉황새처럼 서로 사랑하기 시작했답니다. 루어한 큰할아버지와 여러 일꾼들은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상한 거동에 시달려서 지력이 감퇴되었고 마음속에는 비록 수천만 가지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 맛이 신지 매운지 쓴지 단지 알 수가 없었으며, 뱃속에 대해 만 가지 의혹이 생겼지만 그것의 구체적인 광경을 알 수 없었대요. 저마다 공손하게 나의 할아버지의 부하가 되어버렸죠. 할아버지의 기술혁신은 큰 성과를 이루었으니, 그때부터 까오미 둥베이 향촌에는 고급스러운 작은 술 시루가 하나둘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오줌을 누었던 술 바구니를 일꾼들은 아무렇게도 처리하지 못하고 마당 한 구석에 갖다 놓았죠. 어느 날 저녁, 날씨는 음침하고 동남풍이 급하게 불어왔을 때, 일꾼들은 원래 습관적으로 맡아오던 고량주 향기에서 갑작스럽게 더욱 순수하고 짙은 향기를 맡을 수 있었대요. 루어한 큰할아버지는 후각이 예민했는데, 그 향기를 쫓아다니다가 그처럼 절세의 향이 바로 오줌이 섞인 고량주에서 풍겨나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p.267  

출판사 서평 위로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붉은 수수' 

『홍까오량 가족』에는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다. 위잔아오와 악당 ‘흰 목’의 대결이라든가 까오미 현장인 ‘차오멍지우’와의 에피소드들, 그리고 렁 대장 및 철판회 두목 ‘흑안’과의 대결 등 영웅적인 사내들의 면모와 함께 위잔아오가 따이펑리옌의 시녀였던 ‘롄얼’과 딴살림을 차렸는데 결국 롄얼 모녀가 일본군에 학살되는 이야기, 그리고 일본군에 학살당한 민중들을 묻어두었던 ‘천인 무덤’ 속의 시체를 노리는 개 떼와의 일전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들로 빼곡하다. 

사실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 「붉은 수수밭」은 독특하고 생기발랄한 영상미학에도 불구하고 원작 『홍까오량 가족』에 비해 많은 중요한 에피소드들을 담아내지는 못했으며, 중국 공산당만을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등 정치적인 색채를 띤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원작 『홍까오량 가족』은 그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으면서도 유기적인 연관성을 흩뜨리지 않고, 또한 무거운 정치적 담론을 배제한 대신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문체로써 읽는 재미를 톡톡히 선사한다. 


‘나’ + ‘나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홍까오량 가족’史 

“훌륭한 작가란 반드시 독창성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고, 뛰어난 소설 작품이란 독창성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모옌은 『홍까오량 가족』을 통해 ‘나의 할머니’ 또는 ‘나의 할아버지’ 등 ‘나’를 계속 언급해줌으로써 일인칭 시점이면서도 게다가 전지적인 서술이 가능한 아주 독특한 시점을 선보인다. 즉 “‘나’는 일인칭 시점에서 ‘나’를 중심으로 서술하게 되지만, ‘나의 할머니’는 ‘나’가 아닌 ‘나의 할머니’의 시각으로, 할머니의 심리적인 세계까지 직접적으로 표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서술 시점은 할머니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데 매우 용이”한 것이 된다. 모옌은 “그 ‘나의 할머니’라는 시점은 순수한 ‘나’라는 일인칭 시점과 비교하자면 아주 간단하게 풍부하고 넓은 시각을 확보할 수 있고, 그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는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어떤 새로운 창작 기법의 하나였다”고 고백한다. 소설 『홍까오량 가족』은 ‘나’가 서술하는 동시에 ‘나의 할머니ㆍ할아버지ㆍ아버지ㆍ어머니’가 주인공 화자로 등장함으로써 이들 가족의 오래전 옛이야기를 바로 현 시점에까지 끌어내리는 효과를 획득해낸다. 

『홍까오량 가족』은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모옌뿐 아니라 중국 문학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삼십여 년간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만을 쓰고 있는 다산(多産)의 작가 모옌은 지금도 여전히 소설을 쓸 때면 고향인 산둥 성 까오미 현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그가 앞으로도 꾸준히 펼쳐 보일 동양적 세계관과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줄거리 

제1장 「붉은 수수(紅高粱)」 

열네 살의 또우??(豆官)은 위잔아오 장군을 따라 마을로 쳐들어온 일본군을 방어하기 위한 매복전에 참가한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까오미(高密) 둥베이(東北) 마을은 수수가 일렁이는 넓은 평원이 있고, 일본 군영은 이 고을의 모쉐이(墨水) 강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고을 촌부 왕원이(王文義)는 벙어리가 실수로 쏜 총에 귀가 달아나 피를 흘리며 적진으로 나아간다. 모쉐이 강을 지날 때 또우??은 류루어한(劉羅漢) 큰할아버지(大爺)를 상기하게 되는데, 그는 집안 살림을 총 책임진 일꾼으로 가족 모두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었다. 그러나 그는 일 년 전에 일본군에 붙잡혀 가죽을 벗기는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일본군이 집으로 쳐들어와 루어한에게 노새를 끌고 공사장으로 가자고 재촉한다. 공사장 부역꾼으로 동원된 루어한은 죽도록 얻어맞은 뒤 노새와 함께 도망칠 궁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피투성이가 된 노새는 피 냄새 때문에 주인 루어한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데, 이에 격분한 루어한은 삽으로 노새를 잡다가 일본군에게 잡힌 것이다. 

위잔아오 장군의 아내이며 화자 ‘나’의 할머니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따이펑리옌(戴鳳蓮)은 지략이 뛰어나고 미모가 출중한 여성해방 운동의 선두 주자이다. 위 사령관은 일본군 대원들이 다리 위로 나타나면 자신의 명령에 따라 총을 쏘라고 지시한다. 또우??은 총을 만지작거리며 위 사령관과 렁 대장이 어머니 따이펑리옌을 가운데 두고 싸우던 일을 상기한다. 그녀는 미모가 뛰어나 결혼을 한 뒤에도 고을 사내들에게 연정의 대상이 되곤 했다. 렁 대장은 위 사령관과 합동작전을 모의한 아군이었으나 따이펑리옌과의 삼각관계 때문에 일이 뒤틀어지고, 위 사령관은 렁 대장의 속임수에 걸려든다. 위 사령관은 또우??에게 집으로 가서 어머니에게 차삥 과자를 구워 전투 기지로 가져오라는 말을 전하라고 한다. 

따이펑리옌은 사실 까오미 둥베이 고을에서 가장 부유한 단피엔랑(單扁朗)에게 시집을 간 여성이다. 그러나 그는 문둥병에 걸린 자였다. 따이펑리옌이 둥베이 고을로 시집가던 날, 꽃 가마를 메고 가던 네 명의 가마꾼 가운데 체격이 가장 건장한 인물이 뒷날 위잔아오 사령관이 된다. 문둥병에 걸린 신랑에게 시집을 가야 할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던 따이펑리옌은 청년 위잔아오의 건강하고 용맹스런 태도에 매력을 느낀다. 또우??은 위 사령관이 차삥 과자를 구워서 강가의 진지로 이송해 오라는 말을 어머니에게 전한다. 따이펑리옌과 왕원이의 아내는 과자와 녹두죽을 멜대에 얹은 채 강의 다리를 향해 걸어가는데, 그때 공교롭게도 일본군의 차가 다리 위로 나타나는 바람에 따이펑리옌과 왕원이의 아내는 기관총 사격을 받고 가슴에 구멍이 두 개씩 뚫린다. 그녀는 수수밭에서 죽어가며 아들 또우??에게 지금까지 양아버지로 알고 있던 위잔아오 사령관이 바로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녀는 가난 때문에 친정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강제를 시집을 왔지만 문둥병 환자를 남편으로 대할 수가 없었다. 둥베이 고을의 풍습에 따라 시집간 지 사흘 만에 친정아버지가 이끄는 당나귀를 타고 친정으로 가던 그녀는 수수밭에서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낚아채 수수밭으로 향했던 청년, 즉 위잔아오에게 일체 반항하지 않고 몸을 내맡겼던 것. 또우??은 일본군 총에 맞은 어머니 따이펑리옌이 다 죽어간다며 위잔아오 사령관에게 알리지만, 그는 일본군을 무찌르는 것이 급선무라며 전투를 지시하느라 분망하게 움직인다. 


제2장 「고량주(高粱酒)」 

또우??은 차삥 과자를 다 먹고 난 뒤 사람들의 시체 더미에서 피가 흘러나와 흥건해진 수수밭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젖는다. 문둥병 환자인 단첸시우 부자를 찔러 죽일 무렵 위잔아오는 스물네 살의 청년이었다. 그는 밤중에 단 씨네 집으로 쳐들어가, 수수를 타작한 뒤 마당에 세워둔 수숫대에다 불을 지른다. 일꾼들이 두서없이 허둥거리던 찰나 위잔아오는 준비해간 단검으로 단 씨 부자의 목을 벤다. 루어한은 주인 단 씨가 살해되자 까오미 현의 현장으로서 악당 숙청에 공로가 높은 차오멍지우(曹夢九) 현장을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한다. 병사 두 명이 따이펑리옌을 당나귀에 태운 채 현장 앞으로 압송해왔으나, 차오 현장은 그녀의 미모에 단숨에 현혹되고 만다. 그녀는 현장 앞에 엎드려 “친아버지”라고 소리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친정아버지가 재물에 눈이 어두워 문둥병 환자인 단 씨에게 자신을 팔았다는 사실을 고하며 울먹이자 현장은 그녀가 결백하다고 용서한다. 루어한은 새 주인이 된 따이펑리옌 아씨가 비범한 여인이라는 사실을 단숨에 눈치 채고 그녀의 충복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녀와 루어한은 고량주를 빚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인근에 소문이 자자하게 날 만큼 양조장은 성황을 이룬다. 

위잔아오는 이불 보따리를 들고 단 씨네 집으로 찾아와 무작정 일꾼이 되겠다고 조른다. 그가 일꾼이 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따이펑리옌은 그와 마주쳐도 좀처럼 알은체하지 않는다. 술을 잔뜩 마신 위잔아오는 여주인과 자신이 수수밭에서 잠을 잤다는 얘기며, 단 씨도 자신이 살해했다는 얘기를 떠들어댄다. 뿐만 아니라 고량주를 빚는 작업장으로 들어가 술 항아리에다 오줌을 누면서 따이펑리옌의 뱃속에 든 아기 역시 자신의 씨라고 기세등등하게 밝힌다. 그 뒤 오줌 알칼리 성분이 섞인 고량주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은근한 향기가 우러나와 각별히 맛있는 술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해진다. 


제3장 「개들의 길(狗道)」 

일본 병사들이 겨우 철수를 하기는 했으나 수수밭에서는 연신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훗날 ‘나’의 어머니가 되는 첸얼(淸兒)과 그녀의 동생 안즈(安子)는 일본군이 마을로 쳐들어오자 부모의 손에 의해 우물 속에 갇힌다. 남매는 우물 속에서 이끼를 뜯어먹으면서 목숨을 연명하지만, 어린 남동생 안즈는 결국 우물 속에서 죽는다. 첸얼은 위잔아오와 또우??에게 발견되어 겨우 구출되고, 뒷날 그녀는 또우??의 아내가 된다. 

격렬한 싸움 끝에 고을에는 임시 공동 무덤인 천인 무덤(千人墳)이 생겨나고, 이곳에서 피비린내가 풍기자 마을의 개 떼가 일제히 몰려와 무덤을 파헤친다. 또우??은 친구들과 합심해, 개들을 죽이기 위해 마치 전투처럼 격렬하게 싸운다. 그 와중에 또우??은 개 떼의 우두머리인 빨강둥이에게 불알 한쪽을 물리게 되지만, 상심한 위잔아오에게 그의 셋째 부인이 된 류 씨는 “외쪽 마늘이 더 맵다”며 안심시킨다. 일본 포병들이 습격해 쑥대밭이 된 마을은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고을처럼 황량해진다. 


제4장 「수수 장례식(高粱殯)」 

일본군 침략자들에 의해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된 뒤, 임시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고 1941년 사월 초파일 기일을 잡아 위잔아오는 약속대로 무덤에서 아내 따이펑리옌의 시신을 수습해 성대한 장례식을 준비한다. 

위잔아오는 장례식을 치르며 회상에 잠기는데…… 아내 따이펑리옌이 또우??을 데리고 그녀의 모친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친정으로 떠났을 때, 그는 따이펑리옌의 시녀였던 롄얼(戀兒)과 사랑에 빠졌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따이펑리옌은 롄얼의 얼굴을 쥐어뜯지만, 위잔아오는 화를 내며 롄얼을 데리고 집을 나가버린다. 따이펑리옌은 철판회 우두머리인 ‘흑안’과 며칠 동거를 하게 되고, 위잔아오는 흑안과 결투를 벌여 아내를 되찾아온다. 그 후 까오미 현에서는 흑안과 위잔아오가 연합한 철판회가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하는데, 무기를 차지하기 위한 세력 다툼 사이에서 따이펑리옌의 장례식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제5장 「이상한 죽음(奇死)」 

롄얼은 다섯 살 된 딸 아이 샹??(香官)과 일본군이 쳐들어오는 낌새를 느끼고 새벽에 잠을 깬다. 그 무렵 위잔아오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는데, 따이펑리옌이 있는 둥베이에서 열흘, 롄얼이 살고 있는 옌쉐이(咸水) 강 어귀에서 열흘씩 머물곤 한다. 일본군이 칠순의 노파도 욕보인다는 소문을 들은 롄얼은 뱃속에 보자기를 둘둘 만 채 임신부처럼 꾸민다. 그러나 대문짝이 열리며 일본 병사들이 몰려와 어린 딸 샹??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자, 그녀는 스스로 옷을 벗은 뒤 어린 딸만은 손대지 말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어린 딸은 칼자루에 찔려 방바닥에 나뒹굴고 그녀는 여섯 명의 병사들에게 봉변을 당한다. 뒤늦게 위잔아오와 루어한이 옌쉐이로 찾아왔으나 어린 딸은 입을 벌린 채 죽은 뒤였고, 롄얼은 으깨진 하체를 드러낸 채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마차를 빌려 롄얼과 어린 딸의 시체를 실은 위잔아오는 둥베이로 돌아와 딸을 묻고, 아내 따이펑리옌과 함께 죽어가는 롄얼의 몸을 곱게 씻긴다. 의사를 불러와 롄얼을 극진히 보살폈지만 그녀는 결국 실성한 채 죽어간다.  





출처: 교보문고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교보문고 이벤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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