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희망이라는 것은 마약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건 그 가능성을 조금 맛본 사람은 무조건적으로 그것에 애착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희망이 꺾일 때는 중독된 사람이 약물 기운이 떨어졌을 때 겪는 나락의 강렬한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고통을 알고 있기 때문에 희망에의 열망은 더 강화될 뿐이다. 김희진이 도착하던 날, 그녀의 피곤에 지쳐 눈감긴 얼굴을 쳐다보면서 나는 내가 이미 오래 전부터, 나도 모르게 그 성격을 규정하기 어려운 희망이란 것에 감염되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일생 동안 나를 지배하리라는 것도. 나는 막연한 희망에 대한 막무가내의 기대로 김희진을 돌보았다. - 최윤, <회색 눈사람> 중에서
'나홀로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문의 문 앞에는 신성한 공포가 있다 - 레미제라블 (0) | 2015.02.11 |
---|---|
삶의 단계에 정말 완성이라는 것은 있기라도 한 것인가. - 회색 눈사람 (0) | 2013.09.21 |
저 사람은, 그림자를 찾고 싶어하는 거라고 생각해. - 밤이여, 나뉘어라 (0) | 2013.09.21 |
한번은 없는 것과 같다. - 위험한 독서 (0) | 2013.09.21 |
보잘것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 사랑을 믿다 (0) | 2013.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