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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독서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 - 1980년대 대학의 하위문화와 대중정치








책소개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에서 저자 김원은 화석으로 남은 ‘80년대’를 다시 소환한다. 당시 운동을 한 대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꿈꾸었는지, 그리고 그 꿈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시대를 산 구술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치밀하게 추적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아직도 더 기억돼야 하는 1980년대와 침묵 속에 묻혀 있던 ‘91년 5월’의 투쟁을 다시 이야기하려는 작업이다.

저자소개다른작품

저자 김원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와 성공회대학교 노동사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로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여공 1970, 그녀들의 反역사》, 《87년 6월 항쟁》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 등이 있다. 〈서벌턴은 왜 침묵하는가? ? 구술, 기억 그리고 재현을 중심으로〉, 〈노동사로부터 거리두기 ? 재현, 역사서술 그리고 정치적인 것〉, 〈미래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 박정희 시기 근대화 속에서 잊혀진 이야기들〉,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 연구〉, 〈1987년 이후 진보적 지식생산의 변화〉, 〈문화, 젠더 그리고 세대적 차이에 관한 연구 ? 사회운동 활동가들에 대한 구술자료를 중심으로〉, “Memories of Migrant Labor: Stories of Two Korean Nurses Dispatched to West Germany”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공 분야는 노동사, 구술사 그리고 1960~1970년대 현대사다. 박정희 시기 서발턴 또는 민중이라고 불리던 존재들이 일으킨 사건과 민중의 기억이 어떻게 현재화되어 재현되는가, 그리고 지식인들이 민중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는가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적어도 자신에게 글쓰기란 세상 속에서 자신과 세계, 과거 그리고 현재를 재구성하는 ‘자서전적인 보고서’의 일종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

목차

  1. 개정판 머리말 ‘80년대’라는 트라우마는 기억될 수 있는가 5 
    초판 머리말 무관심과 망각의 강을 떠올리며 9 

    프롤로그 그때, 그 사람들 
    나의 삶, 나의 꿈이었던 민중 21 
    지울 수 없는 가슴의 상처, 먹물 자국 28 
    미안해……, 난 내가 너무 잘 사는 것 같아 32 
    너희가 교수를 아느냐 36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39 
    우리가 하나가 된다는 것 45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47 
    머리만 커져버린 운동 51 
    대중과 전위? 54 
    생매스 59 

    1부 잊혀진 것들에 대한 회상 
    1장 잔치는 끝났는가 68 
    2장 대학생과 유기적 지식인 72 
    3장 구술사와 ‘그 사람들의 목소리’ 77 

    2부 1980년대 한국 대학생의 운동 문화 
    1장 발명된 공동체 ― ‘80년대’와 상상적 민중 공동체 82 
    2장 공동체의 하위문화 89 
    1. 자신들만의 정체성 93 
    2. 동지들 ― 전투적이고 헌신적인 인간의 창출 116 
    3. 급진적 의례의 전통 123 
    4. 경험의 공유 ― 운동의 통과의례, 의례가 된 투쟁 132 
    해설1 공동체, 민중 그리고 전통 145 
    해설2 하위문화 150 

    3부 급진적 정치의 한계 ― 제도화 
    1장 급진적 정치의 기원 ― 학생운동의 정치관 156 
    2장 거리의 정치의 소멸 ― 정상 정치로 전환하기 161 
    3장 대중정치에 실패한 조직화 ― 공식 조직의 문제들 171 
    1. 관료화되고 제도화된 학생회 조직 171 
    2. 학생회 선거의 제도화와 분파 갈등 182 
    3. 코드화된 대중 ― 대중정치의 좌절 190 
    해설3 제도화와 대중정치 205 

    에필로그 광기의 복원을 위하여 
    퇴조의 시간 ― 학생운동 212 
    매일 쌀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해…… 213 

    보론 
    1. 학생 권력 ― 무반성의 신화들 218 
    2. 1991년 5월 투쟁, 80년대와 90년대의 결절점 241 
    3. 1991년 5월 투쟁의 담론과 일상 267 

    부록 
    1. 구술 면접의 내용 329 
    2. 참고문헌 333 
    3. 주 343 
    4. 찾아보기 370 

    초판 발문 왜 한국 학생운동은 침몰했는가 ─ ‘광기의 복원’을 위하여 375

책속으로

80년대는 건국과 산업화, 그리고 현재 선진화로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역사’로 내러티브화되고 있다. 바꿔 말하면 80년대는 특정한 기억만으로 재구성되고, 그 안에 존재했던 알갱이들은 ‘잊혀지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80년대를 체험했던 개인들에게 당대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간직돼 있다. ―6쪽 

그때 내 주변에는 학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속된 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컸거나 시골에서 자랐어도 대학을 보낼 만큼 여유가 있었다. 굳이 자랑할 것도, 부끄러워할 것도 없는 그런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항상 부끄러움이, 창피함이 넘쳐흘렀다. 그때 우리가 즐겨 찾던 술집은 ‘막집’이나 ‘일번지’ 혹은 ‘물레야’, ‘육교집’ 같은 허름하고 퀴퀴한 막걸리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곳에서 마시고 먹는 술과 안주를 불평한 적이 없었다. ―33쪽 

80년대 대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파시즘의 감시를 피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공간, 생활, 느낌, 삶의 방식, 지향을 발명했다. 비록 몇 안 되는 사람들이었고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그 안에서 사회와 정권 그리고 국가에 반역하는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던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들이 문화를 만드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저항과 투쟁을 지향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들만의 가치, 의례, 정체성을 이른바 ‘적들’이라 불리는 이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운동 문화로 만들었다. ―90쪽 

공동체 안의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을 둘러싼 내부적인 갈등도 존재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주 간 공간들은 선배들이 “짚어 준 곳” 이상이 아니었고, 당구장, 극장, 생맥주 집, 디스코텍 등의 장소는 금기시되었다. 하다못해 인천 월미도를 몇몇이 가더라도 과방 안에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개인의 즐거움이 과방을 지배하는 어떤 정서에 의해 억눌렸던 것이다. 그러나 학생운동가들도 과방 정서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있었고, 운동 엘리트들조차 가끔 신촌의 화려한 카페에 몰래 놀러 가는 일도 있었다. ―114쪽 

하위문화로서 운동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공동체 안의 다양한 대학생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일시키려고 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관계가 사심 없는 관계이자 숭고하고 헌신적이며 어떤 상황에서라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동지적 관계는 일반 사회의 인간관계와 달리 구성원들에게는 절대적 가치였다. 또한 학회, MT(membership training), 농촌활동, 가두 투쟁 등 프로세스에서 자신들의 의례들을 습관화하고 공통의 운동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동지애를 형성했다. ―120쪽 

나는 그 시기 운동 주체들이 저지른 핵심적인 오류는, 투쟁의 진행 과정에서 대중의 요구가 직선제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했는데도 이것을 직선제로만 국한시킨 재야와 학생운동의 제도화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제도화 전략은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 부문의 폭발 가능성을 스스로 제어하고, 지배 권력과 급격한 대치 상황 아래에서 대중의 무의식적인 힘을 지도의 논리로 제한했다. ―166쪽 

운동 엘리트들은 대중의 목적 없는 즐거움을 민중 공동체와 배치되는 ‘프티부르주아적인 것’으로 사고했다. 정형화된 틀 안에서 대중을 만나고 얘기해야 했으며, 대중의 자생적인 의식과 행위를 무시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대중의 내재적인 저항의 가능성을 간과했던 것이다. 이런 엘리트와 대중들 사이의 관계는 지도와 피지도 관계로 나타났다. 엘리트는 ‘생매스’를 교화 대상으로 사고했으며, 낮은 정치의식을 지닌 채 편안함과 안락함만 추구하는 사람들로 파악했다. 이런 대중의 자생성에 관한 무시는 운동 엘리트와 대중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간극을 만들어갔고, 이것은 점차 학생운동 정치의 실천에도 투영됐다. ―197쪽 

91년 5월에 죽음은 투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5월 내내 거리와 집회, 투쟁 현장을 뒤덮은 ‘젊은 벗의 초상’은 투쟁의 상징이었다. ‘열사는 싸우고 있다’는 구호로 시작된 기나긴 노제와 밀고 밀리는 거리 투쟁은, 열사의 죽음을 향한 분노에서 시작해 기나긴 분노와 죽음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제는 열사보다 전사가 필요하다며 학우들의 불감증을 질타하는 박승희 열사의 절규와 운동과 소박한 일상 속의 신념을 메모장 등에 적어놓?

 

이 책의 총서전체보기

출판사 서평

혁명을 꿈꾸던 우리들에게 건네는 망각의 보고서 
80년 5월에서 87년 6월을 지나 91년 5월까지, 
잊혀진 학생운동의 꿈과 좌절을 증언하고 전복하며 
박제된 ‘80년대’를 되살리는 기억의 정치학 

91년 5월 이후, 잊혀진 것들을 다시 이야기하다
 
1991년 4월 26일 강경대 열사 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동지’들이 저마다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흩어져간 ‘91년 5월’. 그 5월의 투쟁은 80년대와 90년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됐고, 사람들은 80년대를 ‘정리했다’. 그 뒤로 20년이 지났다. 많은 것이 변했다. 학생운동은 껍데기만 남고, 취업 학원이 된 대학에서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채 스펙 쌓기에 몰두하며 ‘투쟁’하지 않는 ‘요새 젊은 것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한동안 들려왔다. 기성세대는 20대들에게 ‘토익책을 덮고 짱돌을 들라’고 채근했다. 그 목소리들 안에서 ‘화염병과 짱돌’은 신화화됐다. 거리로 나가 공권력과 싸우던 시대에 견주면 ‘88만원 세대’의 무기력함은 한층 더 초라해보였다. 
《여공 1970, 그녀들의 反역사》를 통해 70년대 노동사의 숨겨진 주체인 여공들의 역사를 복원한 김원의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화석으로 남은 ‘80년대’를 지금-여기로 소환한다. 1999년 서른 살의 연구자이던 저자가 쓴 책에 방대한 양의 보론을 덧붙여 다시 출간한 이 책에서, 저자는 당시 운동을 한 대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꿈꾸었는지, 그리고 그 꿈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시대를 산 구술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치밀하게 추적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아직도 더 기억돼야 하는 1980년대와 그 자장 안에 있는 ‘91년 5월’을 다시 이야기하려는 작업이다. 

‘혁명의 마법’에 취한 80년대, 우리는 어떻게 혁명을 꿈꾸고 또 잊었는가 
막걸리와 소주, 민중가요, 풍물, 학회, 과방, ‘동지’……. ‘80년대’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이다. 80년대의 대학생들은 왜 그런 문화를 공유했을까?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은 당시의 공동체 문화와 학생운동의 이상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양심적 지식인’이라는 70년대 대학생의 역할이 저물고, 학생들은 미래의 사회적 주체인 민중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해석해 ‘민중주의’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명했다. 이 가치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공유될 수 있게 한 기제가 위와 같은 하위문화의 의례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학생운동을 한 구술자들이 술회하는 당시 대학생의 일상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80년대의 학생들은 여자든 남자든 소박하고 단출한 복장을 하고, 커피나 맥주가 아닌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고 밤새 함께 노래하고 속내를 이야기하는 등의 ‘민중적’ 생활양식을 공유했다. 또한 거리 투쟁이나 학회, MT, 농활 등의 과정을 통해 공통의 운동 문화를 공유하면서 ‘동지애’를 형성하고, ‘쟁가’와 ‘풍물’ 같은 저항적 문화를 고안해냈다. 이 책은 학생들이 이런 의식적이고 일상적인 실천을 통해 하나의 ‘상상된 민중 공동체’를 형성했고, 그것이 당시의 학생운동을 지속하게 하는 기반이 됐다고 말한다. 
‘상상된 민중 공동체’가 80년대 학생운동의 동력이었다면, 그것이 소멸하게 된 원인을 저자는 학생운동의 제도화, 그리고 ‘대중정치의 실패’에서 찾는다. 학생회 엘리트의 급진적인 관념성 위주로 조직된 운동이 결국 대중의 일상적인 계급 경험과 결합하지 못하고, 대중의 무의식적인 힘과 자발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학생운동의 하위문화가 지니던 저항성 역시 대중의 감수성과 어울리지 못하고 학생운동이 대중과 괴리되게 만든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 이 책은 당시 관료화되고 제도화된 학생회 조직의 문제점과 분파 갈등, 대중을 소외시킨 학생운동의 엘리트주의를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80년대와 90년대의 경계, ‘91년 5월’에 묻힌 트라우마를 읽다 
초판 발간 뒤 12년 만에 새로 출간되는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은 91년 5월로 상징되는 학생운동의 퇴조를 비판적으로 회고하는 3편의 보론을 실어 더 깊은 분석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보론은 제도 정치로 입성한 학생운동 출신 386세대의 권력 지향성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자기반성이나 비판 없이 새로운 담론을 들고 제도 정치로 귀환해 권력화된 386세대의 문제는 이미 80년대에 뿌려진 씨앗, 즉 학생운동 진영 내부의 권력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다른 두 편의 글은 아직 더 이야기돼야 할, 역사화되지 않은 ‘91년 5월’에 관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91년 5월을 80년대와 90년대의 결절점으로 사고하며 91년 5월 투쟁이 만들어낸 집단적 기억과 그 경험이 현재에 미치는 파장을 기록한다. 또 그 시기에 생산된 기사, 운동 조직의 문건, 당시 불리던 투쟁가, 91년 5월의 상징적인 사진 등과 당시 학생회 지도부이던 소설가 김별아의 자전적 소설 《개인적 체험》을 사료로 삼아 거대 담론으로서 91년 5월이 아닌, 당시 운동 주체들의 일상 세계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이런 작업을 통해 침묵 속에 묻혀 있던 91년 5월 투쟁의 군사주의와 남성중심주의적 문화 안에서 여성 활동가들이 한 경험을 기술하고, 학생들의 연이은 분신이 당시 운동 주체들에게 남긴 상흔과 혼란을 추적한다. 요컨대 보론을 통해 더 풍성해진 논의는 ‘박제된 80년대’의 유산을 발굴해 동시대를 고민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2011년의 죽음을 마주하기 위해 1991년의 죽음을 기억하다 
91년 5월, ‘분신 정국’이라 불린 그 거리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은 절망과 분노와 꿈을 한 몸에 품고 목숨을 던졌다. 남은 사람들은 상처와 분노와 혼란을 안고 전경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와 맞섰다. 그리고 2011년, 해마다 2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죽음들은 ‘열사’가 되지도, 대중에게 기억되지도 못한다. 공권력보다 더 교묘해진, 살인적인 등록금과 취업 전쟁과 노동 유연화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는 뿔뿔이 흩어진 개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죽음들에 분노하고 그것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것들의 기억》은 20년 전의 실패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혁명의 마법’에 취해 있던 80년대와 그 마침표를 찍은 91년 5월에 관해 되돌아보고 재해석하는 이 책은 20여 년 전의 ‘역사’를 단순히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정한 기억으로만 재구성돼 정전화되거나 그 시대를 산 개인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은 ‘80년대’를 다시 꺼내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는 이 책의 시도는, 학생운동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모든 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유효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개인만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치매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사회적 치매일지도 모른다. 김원의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은 망각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치매에 대한 엄정한 깨우침이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회에 대고 달래듯이 기억의 실마리를 놓지 말라고 말한다. 80년대는 광기의 시대였을까? 아니면 분노할 줄 아는 이성의 시대였을까? 지금 우리의 눈으로 이를 읽어낼 수 있을까? 90년대 말 출간했던 1980년대 대학의 하위문화와 대중정치에 대한 기록을 12년이 지난 뒤 분석을 더해 내놓은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 개정판은 선별적 기억과 선별적 망각의 횡포에 대해 많은 물음과 숙제를 새롭게 던지고 있다. E. P. 톰슨의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에 맞설 만한 한 시대 ‘한국 민중의 형성’에 대한 친절한 보고이기도 하다. 
― 조은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 책은 1980년대를 산 대학생들의 생활과 심성을 날것으로 기록한 글이다. 독재, 폭력, 죽음, 감시 등의 현실 속에서 겪은 고민과 갈등뿐만 아니라 학생운동 조직의 권위적인 의례, 군사주의, 남성중심주의 등의 문제를 경험한 세대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개인들이 대학이라는 용광로 속에서 ‘가치의 전복’을 꿈꾸며 집결했다가 흩어지는 1980년대 학생운동의 성장과 퇴조를 목격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스스로 경험하고 지켜본 현실과 그 의미를 망각하지 않으려고 고투하는 용감한 연구의 산물이다. 1980년대의 열정 속에서 빠져나와 10여 년의 거리를 두고 기록하기를 멈추지 않는 저자는 어느새 한국 정치 현실의 치밀한 나이테를 그리고 있다. 
― 이희영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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