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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독서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박상선씨, 괄호 열고, 이십팔 무직 -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그 다음날 이른 아침 D일보 경찰 기자가 백병원 경비실의 전화를 붙들고 악을 써가며 두 줄짜리 기사를 부르고 있었다. "예 중부서의 김승일이라구요. 예, 변사입니다. 타살이냐구요. 그냥 실족사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무직자인 것 같은데, 저 백병원 근처에서 노숙을 하던 밥풀떼기인 것으로 보입니다. 예 그럼.... 31일 새벽 3시 30분께 서울시 중구 저동 백병원 앞의 저동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박상선씨, 괄호 열고, 이십팔 무직 주거 부정, 괄호 닫고, 가 이 건물 지하 사층 바닥에 떨어져 이마 등에 피를 흘리고 숨져 있는 채 발견됐다. 줄바꾸고, 경찰은 이 날 새벽까지 근처에서 시민, 학생 등 삼십여명이 모닥불을 피우고 밤을 새우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함께 있던 박씨가 땔감을 구하기 위해 공사장 담을 넘자가 지름 삼 미터의 환기통에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는 바람에 실족사한 것으로 보고 박씨를 처음 발견한 셩균관대생 설경훈 군, 괄호 열고, 이십이 유교학과, 괄호 닫고, 을 불러 정확한 사인을 주사중이다. 예. 이상입니다.


- 김소진,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중에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국내도서
저자 : 김소진
출판 : 문학동네 200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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