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어리석은 신 하사.....
그는 당최 흐름이라는 걸 몰랐다. 모든 잡다한 가닥을 합쳐 단일의 새로운 가닥을 이루면서 웬만한 장애물쯤은 단숨에 깔아 뭉게 버리고, 깔아 뭉겐 만큼 자체 내에 흡수하여 외려 더욱더 비대해진 형상으로 도도히 진행하는 것이 원 흐름인 것을 그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고, 이해하지 못할 뿐이 아니라 감히 되지 못한 힘으로 그 흐름에 거슬려 보려 했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중뿔나게 굴지 않더라도 사실은 그가 옳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우리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흐름을 알고 모르는 그 차이였다. 분명히 그가 욿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옳은 것이 달랑 그 한 사람뿐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옳으면서도 글러 먹은 건 다름 아닌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 윤흥길, <빙청과 심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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