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용한 정보

[홍성걸 칼럼]특별사면 논란, 구태 정치 벗어날 계기로 삼아야

[홍성걸 칼럼]특별사면 논란, 구태 정치 벗어날 계기로 삼아야

광고

논란 속에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이 단행됐다. 청와대는 이번 특사가 원칙에 의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최시중, 천신일, 박희태 등 대통령 측근들이 포함됨에 따라 보은사면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별사면이 헌법 제79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역대 정부들이 모두 관행처럼 임기 말 특사를 단행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또 사법권의 오남용이나 실책이 있을 경우, 이를 최후에 바로잡을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특별사면은 사회통합을 위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3권 분립의 근간을 흔들고 끼워넣기를 통해 측근비리를 덮는데 악용되어 왔으며, 기업인들에 대한 잦은 사면으로 법적 형평성을 저해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또 이번 사면의 과정에서는 현 정부와 대통령 당선인 측의 정면충돌이 있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사면권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이번 사면에 대한 비판론의 주요 근거는 대통령의 측근인사들이 사면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의 비리를 저지른 측근인사들을 사면하는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비난에 앞서 이들이 사면대상에 포함될 조건을 충족시켰는지, 사면조건은 합리적 기준이었는지, 그리고 사면심사위원회 등 모든 절차가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비난부터 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의 수준을 넘기 어렵다. 

이번 사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대통령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의 관계에 관한 문제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사면의 부당성을 수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제기함으로써 이대통령에 대해 압박을 가했다. 당선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잘못된 사면권의 행사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는 하지만 국민적 동의 없는 행사는 사면권의 남용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또 당선인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크다거나 그냥 있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당선인의 소통방식은 바람직했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인수위가 대통령의 사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그 기능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또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대통령의 행위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당선인의 권한 범위 내에 있느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번 특별사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도 조용하게 청와대를 설득했어야 했고, 그것이 실패했을 경우 당선인 입장에서의 유감표명 정도로 마무리했어야 했다. 언론은 신구 정권간의 갈등 또는 충돌로 표현하지만, 이번 사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당선인의 간섭이라는 전례를 남기는 것이며 대통령 권력의 레임덕 현상에 공식적 마침표를 찍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잘못된 사면권 행사의 효과는 1회로 그치지만 대통령과 당선인의 관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권한에 대한 문제다.

임기 말 사면은 역대 정부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진 일이었기에 이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번만큼은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면권의 남용이 불가능하도록 사면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18대 대선은 큰 의미를 갖는다. 크게 조명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소규모의 선거자금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집행된 선거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의 특별사면이 제 식구 챙기기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선거과정에서 신세를 졌다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구태 정치를 청산하고 새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오남용의 가능성과 더불어 사법적 실책을 교정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성숙되어 갈수록 사법적 실책의 가능성도 줄기 때문에 사면권 행사의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하여 정치적 남용의 가능성을 줄여야 할 것이다.

김성곤 (skzero@edaily.co.kr)

+ 기사출처: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