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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박종윤의 그때 그시덜...




  • 꼴찌 롯데, 그래도 우린 롯데를 사랑한 데이~
입력: 2003.08.08 00:00/ 수정: 2004.02.10 11:32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던가? 하지만 연전연패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몰락 앞에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싶다.1999년 코리안시리즈 진출과 2000년 플레이오프 진출을 끝으로 롯데는 날개꺾인 갈매기 마냥 끝없는 부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1년 59승 4무 70패, 2002년 35승 1무 97패로 2년 연속 최하위의 멍에를 썼고 올해(8일 현재) 역시 23승 3무 67패로 꼴찌 후보 1순위다.프로야구사에 전무후무한 3년 연속 최하위라는 치욕스런 기록이 탄생할 날도 머지 않은 듯 보인다.

롯데팬들은 지금도 지난 99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를 잊지 못한다. 당시 1승 3패로 벼랑 끝에 내몰린 롯데는 5차전 9회말 2사후 펠릭스 호세의 기적같은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끊어질 듯한 숨을 이어붙였다.이어 롯데는 여세를 몰아 6·7차전마저 극적으로 쓸어담으며 코리안 시리즈에 진출했다.비록 한화 이글스에 덜미를 잡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롯데팬들은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입니다"라는 말로 고개숙인 거인을 위로했다.

한편 이때 롯데 구단이 내심 준우승을 바랬다는 음모론(?)이 나돌기도 했다.'우승시 지급해야 할 보너스가 아깝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되는 루머였다.물론 웃자고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짠물구단의 비애를 연상케 해 가슴아픈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우스개소리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롯데는 올 시즌 개막 12연패와 더불어 최근 15연패까지 야구사에 길이 남을 불명예스런 기록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도' 부산의 야구팬들은 여전히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비록 지금은 날개가 꺾여 골방에 갇혀 있는 신세지만 언젠가 한번은 힘찬 날갯짓을 하리라 희망하면서 말이다. 1997·1998년 꼴찌에 머물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1999·2000년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는 롯데 자이언츠의 도깨비 같은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롯데는 팬들을 버렸지만 우리는 결코 롯데를 버리지 않았다'며 오늘도 변함없이 사직구장으로 향하는 부산 갈매기들.야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열혈 롯데팬을 만나 '그들이 미워할 수 없는 롯데'에 대해 들어봤다.

☜아이스크림 필요 없어예☞

롯데팬들은 관중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는 바라지도 않는다.LG와 삼성이 중간중간 전광판 이벤트를 펼치지만 전혀 부럽지 않단다.다만 그들의 성적이 부러울 뿐이다.치어리더조차 필요 없단다.타구장은 4명의 치어리더가 흥을 돋구고 분위기를 띄우지만 사직에는 2명만 있어도 족하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냥 롯데만 잘하면예 그걸로 끝인기라예.이벤트도 좋고 늘씬한 치어리더도 좋지예.그래도 야구 못하면 아무 소용 없어예.그냥 롯데만 잘하면 되예.롯데만." 회사원 김민우씨(32)는 야구만 잘해달라는 말로 롯데 사랑을 대신했다.

"작년에 롯데가 아이스크림 이벤트를 했는기라예.롯데 아이스크림 500개를 준비했다고 하대예.근데 300개나 버렸답니더.관중들 200명 밖에 안왔거든예. 지금 롯데가 그래예.파도타기도 못해예.파도가 중간에서 끊겨버리거든예. 우찌 이리 됐습니꺼? 롯데가 천날만날 지니깐 그런거 아닙니꺼!"

☜속고 속아도 또 믿는 기라예☞

"작년에 코칭 스태프가 그러더라고예.올해는 포기하고 내년에 두고보자고.그리고 시즌 개막과 동시에 12연패 하니까 '체력훈련 많이 해서 여름에 효과 볼거다' 그랬지예.근데 후반기에 우쨌어예? 15연패 했다 아닙니꺼.롯데 구단에서 하는 거짓말에 질렸어예."

그래도 김민우씨는 한번더 속아준다는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한다.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롯데 팬카페 '거인사랑(http://cafe.daum.net/LotteFanClub)'을 운영중인 김씨의 롯데 사랑은 '알면서도 속아주는' 이수일의 순정이다.

"구단이 거짓말 한게 한두 번입니꺼? 김해 전용구장 짓는다 한게 언젠데 아직 설계도 한장 못 봤어예.공격적으로 선수 영입한다 해놓고 (진)필중이며 (김)재현이며 다 놓쳤지예.있는 선수들도 모자란데 (마)해영이부터 (조)경환이, (김)민재 다 보냈지예.솔직히 구단이 너무 한기라예."

특히 김민우씨는 구단의 감정적인 트레이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거슬러 올라가 최동원부터 마해영 트레이드까지 구단과 마찰만 있으면 무조건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자세가 문제라는 것이다.조경환 문제도 그렇다.백인천 감독과 스타일이 맞지 않다고 무조건 백감독의 뜻에 따른 구단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김씨는 또 한번 더 속아 주기로 했단다."기왕 속은 거 까짓거 한번 더 속으면 어때예.이상구 단장이 다시 한번 공격적으로 선수 영입한다고 하더라고예.순천효천고 투수 김수화(계약금 5억3000만원)랑 부산고 투수 장원준(계약금 3억5000만원)을 잡았지예.근데 진짜 필요한건 거포하고 마무리거든예.이번 오프시즌 동안 얼마나 잘 데리고 오는지 두고 볼겁니더."

☜푸홀스만 데려와 보이소! 무조건 1등 입니더☞

사직구장 지정석 한자리를 언제나 차지하고 있는 멋쟁이 신사가 있다.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박덕수씨(44).20년 넘게 롯데를 지켜본 산 증인이다.하지만 지금 박씨는 롯데의 '롯'자만 들어도 한숨이 먼저 나온단다.시즌권을 구입했지만 요즘은 야구장 갈 맛도 안난다고 푸념이다.

"맞아예.우리나라 야구는 용병 장사라예.걸죽한 용병 2명만 있어도 바로 4강인기라예.근데 보이소! 호세 빼고 누구 있었어예? 올해도 실패했지예.페레즈는 물건이겠다 싶으니까 바로 손바닥 부상에, 초창기엔 덕 브래딘가 하는 선수를 데려오질 않나.한마디로 꽝이라예.선수보는 안목이 그리 없어서…." 박씨는 팜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한국땅에서 결국 성적은 용병이 가른다고 주장했다.

"물론 트레이드 잘하는 것도 중요합니데이.근데 롯데에 필요한 선수들 딴 구단에서 내줄라 합니꺼? 또 잘 키워서 써먹을 수 있는 선수들 받아와도 롯데는 키우질 못해예.삼성에서 '제2의 이승엽'이라 불리던 이명호를 갑자기 사이드암 투수로 만든다고 난리법석을 떨지 않나, 1번타자 김주찬을 '30-30' 거포로 키운다고 떠들다가 망가뜨리질 않나….선수보는 눈도 선수 키우는 능력도 헛방이라예."

그래도 박덕수씨가 갖는 한 가지 희망은 아이러니하게도 무너진 마운드란다.비록 올시즌은 주형광, 염종석, 박석진, 손민한, 문동환 등 기라성같은 투수들이 부상으로 신음했지만 내년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게다가 고교 유망주 김수화가 기아의 김진우 만큼만 해준다면 마운드는 해볼 만하다며 희망을 싹틔웠다.또한 김용철 감독대행이 마운드 보강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어 더욱 긍정적이라 했다.

"롯데의 미래는 이대호하고 박종윤입니더.나는 '좌대호 우종윤'이라 부른다 아닙니꺼. 이 둘이 커가는 거 지켜보는 일도 재밌을 거라예.그리고 이들을 받쳐줄 거포 두 명 딱 데려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4강이라예.그러면 사직구장 터져나갈 겁니더.내년부터는 메이저리거들도 용병으로 데려 올 수 있다데예.푸홀스 같은 괴물 하나만 딱~ 오면 당장에 우승인데.전에도 말했지만 결국 용병 싸움이거든예."

한편 롯데 이상구 단장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분명 달라집니다.잡을 선수는 확실히 잡을 겁니다.공격적인 투자로 내년에는 분명 4강 갑니다"라며 다시 한번 열혈 롯데팬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부산 갈매기' 노래가 사직을 흔들고 푸른색 파도가 관중석 가득 넘실 거릴 날이 만약 다시 온다면 그것은 프런트의 노력, 코칭스태프의 노력보다도 분명 미우나 고우나 롯데 곁을 지킨 열혈팬들 때문일 것이다.

"랠리 몽키예? 그런거 다 필요없어예.우리 롯데는 신문지 응원이 있다 아닙니꺼.7회만 되면 신문지 꺼내들고… 그러면 바로 역전인 기라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