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독서
2013. 8. 18.
조율에만 열중하고 조율에만 만족한다. - 조율사
그것은 참으로 기이한 환영이다. 가령 여기 어떤 악단이 있다. 그들은 청중이 없어서든지 적당한 장소를 얻지 못해서든지 오래도록 연주회를 갖지 못한다. 또 그 이유를 그들의 연주 곡목이 어떤 특정한 집단의 비위에 거슬리는 것뿐이어서 언제나 연주 허가를 받지 못한 때문이라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여튼 그들은 오래도록 연주회를 갖지 못한다. 그래서 악사들은 가끔 모여 앉아 옛날에 있었던 연주회의의 화려한 추억을 나누고, 언젠가 있게 될 새로운 연주회에 대한 희망도 가져 본다. 하지만 연주회는 언제지나 마련되지 않는다. 그렇게 무한정 시간이 흐른 다음을 상상해 보라. 그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될 것인가. 아마 그들은 문득 자기들의 손이 둔해져서 악기를 마음대로 다룰 수 없게 되어가고 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