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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독서

경고문과 호소문 - 누란 (현기영)



경고문

 

4월 29일 밤 10시 30분경, 나를 성추행하고 도망간 두 남학생은 

보아라. 너희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 배터져 죽는다는 걸 

알아라. 그들의 흰색 후드티와 청재킷을 사준 부모님들 보시오.

두 아이의 욕구불만은 당신들 탓이오. 그리고 사건 당시 목격자

행인들은 들으시오. 도움의 손길은커녕 냉정한 시선 감사하오.

내가 당신 가족 중 하나일 수 있소. 앞으로 약한 여성들은 

가스총이나 송곳을 갖고 다녀야 하겠소. 이 경고문을 떼는 자는 

반드시 내가 처벌하겠음.

 



호소문

 

이 벽보를 언제까지 붙여놓으실 건지요? 벌써 보름이 지났어요. 

우범지대로 소문나면 집값이 내려가요. 나 집 내놨어요. 

이젠 제발 떼어주세요.'




- 현기영 <누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