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jours en France (하얀 연인들) - 프란시스 레이
80년대 LP 를 한참 사모을 때, 처음 접했던 음악이다. 영화는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관련 영상에 눈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되면 바로 생각나는 음악. 배용준을 욘사마로 만들어 준 <겨울연가>에서 이 음악을 사용해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만, 내가 겨울이면 이 음악을 듣는 것과 <겨울연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사실 <겨울연가>속에서 너무 남발되다 보니 감흥이 떨어지는 느낌도 있다.
4. (나자리노) - Michael Holm(노래)
정말 아주 오래 전, 14인치 흑백 티비로 본 영화인데.. 브라운관에 떠다니는 조악한 화질 입자만큼이나 그때의 기억은 산산조각나서 망각의 강 건너편을 부유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 음악 만큼은 아직 귓가에 생생하다. 그냥 이 영화를 본 때가 겨울 같다.
5. ROCKY FINAL (록키) - 빌 콘티
- 정확한 음악제목을 몰라서 그냥 ROCKY FINAL 이라고 붙임
12월 마지막날이었을 게다. 아니면 한해의 끝자락을 며칠 남겨두고 있었거나. 혼자 좁은 방 안에서 숨을 죽이고 보았던 영화. <록키> 사운드트랙에는 그야말로 주옥 같은 음악이 많지만, 내게 최고의 록키 음악은, 'Rocky Gonna Fly Now'도 아니고, 'Ending Song'도 아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 아폴로와 한판 대결이 펼쳐질 때 등장하는 바로 이 음악이다.
6. Streets Of Philadelphia (필라델피아) - 브루스 스프링스틴(노래)
그냥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겨울느낌이 난다. 다른 이유는 없다. 영화 속 배경도 기억나지 않지만 여하튼 노래만 듣고서 겨울이 떠오르곤 한다.
7. 당연정 (영웅본색) - 장국영(노래)
멀티플렉스 극장이 출현하기 전, '소극장(연극 소극장과는 다르다)'이란 이름을 달고서 주로 허름한 지하에 위치한 영화관이 있었다. 철저히 차별화(?)된 서비스, 나름의 틈새시장 공략법으로 대형극장과 맞서 싸우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 있던 소극장. 그 소극장이 내게 선물한 영화, <영웅본색>. 12월이었는지, 2월 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은 스크린이었음에도 소극장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아서 그런지 담배를 물고서 지폐를 태우던 주윤발의 얼굴이 참 크게 보였다.
8. A Love Idea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 마크 노플러
이 음악이 왜 겨울을 상기시키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나도 몰라.'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이 음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 본다.
9. 플란다스의 개 - 이승환 노래
어린 시절 죽은 병아리를 비오는 날 뒷마당에 묻으며 눈물을 훔치던 기억 만큼이나 또렷한 또 하나의 이미지. 추운 겨울날 네로가 파트라슈를 껴앉고 죽어가는 그 모습이다. 그것은 '장면'이 아니라 분명 '모습'이자 내가 목격한 실제상황일 것이다. 나는 <플란다스의 개>를 한번도 만화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만큼 그 둘의 이야기에 충분히 몰입하고 공감했다는 반증일 터. 이승환의 노래와 만화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렇게 죽어가던 파트라슈와 네로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때는 겨울이었다.
10. Les uns et les Autres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 라벨(원 작곡가)
80년대 초로 기억한다. 당시엔 나름 진지하고도 재미있게 본 것 같은데, 영화내용은 깡그리 잊어버렸다. 나중에서야 이 영화 속에 카라얀과 글렌 밀러, 에디뜨 삐아쁘 등과 같은 거물 들의 이야기가 묘사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러나 영화 줄거리도, 영화에 대한 느낌도, 이 모든 것은 사라지고 없지만, 지금 흘러나오는 이 멜로디는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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