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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침실로 - 이상화

           

끝없이 논란을 만들어내면서 마광수 교수가 성인문학을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마 교수는 처음 시작이 ‘문학과 성’에 관련된 논문을 준비하던 게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윤동주의 시 ‘십자가’ 이상화 시 ‘나의 침실로’ 등을 정치적 해석보다 ‘성문학 관점’으로 해석한 논문을 시작으로 마 교수는 성문학 및 성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성문학 이론을 논한 최초의 학자라는 점에 자부심을 표현했다. “우리나라는 문학의 다양화가 부족하다. 특히 성문학에 있어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다. 그것을 깼다는 데 나의 소설이 의미가 있다. 미술, 영화 각 분야에서 성문화가 개방되었는데 유별나게 문학에서만큼은 보수적이다. 신경숙, 공지영 등 후배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보면 소설 속에 꼭 사상이나 교훈적인 것만 담으려고 한다. 후배 소설가들 역시 봉건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광수 교수의 수난 때문일까. 마광수 교수는 별도의 문학파를 갖고 있지 않다. “난 학파가 없다. 학파가 없다보니 권력이 없고 때문에 항상 대표로 두들겨 맞는다.” - CSR TIMES                          




                                            나의 침실로

                                                                                                이상화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蜜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 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寢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같은 바람결에도 질식이 되어 얕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산 그리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런지 -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 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

내 몸에 피란 피 -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 내 침실이 부활(復活)의 동굴(洞窟)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구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