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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 치료비 타려고 2만원 진단서 떼나



5천원 치료비 타려고 2만원 진단서 떼나



실손보험 가입자들 불만…소액 청구는 영수증만으로 보험금 줘야

경기 성남에 사는 이주현 씨(36)는 최근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고 1만5000원을 냈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이씨는 병원에 진단서 발급을 요청했다.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 때 필요하다고 요구해서다. 그런데 발급비용이 2만원이나 됐다. 이씨는 “약관상 1만원을 공제한 나머지만 받을 수 있는데, 5000원을 돌려받으려고 2만원을 낼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절차가 복잡하고 증빙서류가 많다며 보험사 및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최소한 소액 청구건의 경우 병원에서 치료받은 영수증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간소화해야 한다는 게 보험 가입자들의 요구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부담한 치료비를 80~100% 돌려주는 보험 상품으로, 전국적으로 3000여만명이 가입했다. 

◆“영수증 왜 안되나” 실랑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계약자들이 치료비 등을 청구할 때 진단서나 진료확인서, 초진차트 등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류 발급비용이 병원에 따라 최고 2만~3만원에 달한다. A보험 관계자는 “보상 담당자가 보험사기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병명이 기재된 서류가 꼭 필요하다”며 “병원에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서류를 끊어주면서 종이 장사를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실손보험은 외래 진료 때 1만(개인병원)~2만원(종합병원)을 공제하고, 처방조제비의 경우 건당 8000원을 뺀 나머지를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병원비가 2만~3만원 나오면 서류 발급비용을 감안할 때 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하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한 실손보험 가입자는 “병원비 영수증을 모아놨다 한꺼번에 청구하려고 했더니 추가 서류가 많이 필요하다더라”며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적게 주려고 일부러 복잡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화재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소액 청구건에 한해 병원 영수증만 있으면 치료비를 환급해주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규정상 진단서 등이 필요하지만 고객 민원이 많이 발생해 2010년부터 50만원 이하인 경우 영수증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입 땐 단순, 해약 땐 복잡

실손보험 계약자들은 보험에 가입할 때와 보험금을 청구할 때 확연히 다른 보험사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준비서류뿐만 아니라 처리시간도 크게 차이나서다. 

소비자들이 보험사와 실손보험 계약을 맺을 때는 설계사는 물론 전화나 인터넷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험 가입 시간은 길어야 5~10분 정도다. 

반면 보험금을 청구할 때는 가입자가 각종 서류를 구비해 보험사 지점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10만~30만원의 소액 신청건만 팩스로 접수할 수 있다. 작년 말 당국이 인터넷을 통해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지도했지만, 상당수는 이마저도 제한하고 있다. 

보험계약을 철회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입자가 본인 확인을 해줘도 전화 녹취만으로는 대부분 불가능하다. 가입증명서와 신분증 사본 등을 별도로 보내야 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기사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