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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초월하는 북한 단체사진의 진실

상상 초월하는 북한 단체사진의 진실


북한에서 찍는 사진 중에 독특한 사진이 있다. 김정일과 군인들이 함께 찍는 기념사진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군인들과 기념사진을 같이 찍는다.

하지만 북한의 기념사진은 규모 면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오늘은 김정일이 등장하는 집체 사진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맨 앞줄 정중앙에 선다. 그리고 그 옆과 뒤로 수백 명의 군인들이 도열한다. 군인들은 한 줄에 20여명 정도 서고 그런 줄이 뒤로 10여 줄 이상 된다.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800 명 정도의 인원이 등장한다. 집체 사진은 한 달에 서너 번 씩 신문에 게재된다.

 

신기한 것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함께 찍는 사진이지만 어느 누구의 얼굴도 옆 사람 얼굴에 의해 가리거나 그림자에 묻히지 않는다. 앞줄과 옆줄의 간격을 자로 잰 듯이 정확하게 함으로써 가능하다. 결혼식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본 여러분들이라면 이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식에서 100명 정도의 사람이 함께 찍으면 꼭 얼굴이 가려지거나 눈을 감는 사람이 있지만 북한 사진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우선 눈을 부릅뜰 정도로 카메라맨에게 시선을 집중시킨 채 촬영이 이뤄진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만큼 카메라맨 말고 등장인물들 역시 신경 써서 사진 찍는다는 점이다. 사진을 함께 찍는다는 것은 ‘영광스러운’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나 사진에 등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별과정을 거친다.

 


철저한 준비 속에서 촬영이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촬영에 필요한 소품이 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계단식 연단과 대형 구호판이 동원된다. 가장 중요한 소품은 연단이다. 연단은 대략 5줄부터 16줄 정도까지이다. 연단은 철을 용접해 만들었으며 맨 앞줄에는 나무 합판이 쳐져 있는데 흰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으며 가로 선이 길게 이어져 있다. 상자들이 배치되기도 한다. 연단의 상태가 항상 깨끗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재활용되는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김정일의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서 대형 트럭이 함께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구호판이 붙어 있는데 구호판은 4개~9개의 쇠기둥에 붙어 있다. 건강이상설 이전에는 주로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김정일 동지를 위하여 복무함”이었지만 건강이상설 이후에는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로 통일되었다.

김정은의 등장 이후부터는 “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로 바뀌었다.

 


김정일의 자리는 어디일까?

그는 제일 앞줄에 의자를 놓은 채 앉기도 하고 의자 없이 서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정 가운데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가운데는 촬영 행사 전에 이미 표시(Royal Mark)를 해둔다. 주로 빨간색 테이프로 표시한다. 김정일은 표시가 된 곳에 와서 서면 된다.

나머지 사람들도 사전에 인원파악이 된다면 서로 엇갈리게 배치해서 얼굴이 가리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 변영욱기자


+ 기사출처: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