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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가정법 - 어느 야구 해설자의 말

+ 사자성어 기승전돔의 창시자 허구연 선생.


어느 야구 해설자의 말 야구경기 중계를 보다 보면.. 캐스트와 해설자는 중립을 지킬려고 무척이나 노력한다. 간혹 특정 팀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유리하게 해설을 해서 바로 해당 팀의 팬들로부터 '편파적 해설의 달인'이란 칭호를 받음과 동시에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고, 때론 싸이 테러까지 당하는 인물들도 있다. 방송사 게시판에는.. 해당 해설진을 비난, 욕하는 댓글들이 수백개는 기본으로 달린다. 지금 잠실야구장에서 '놋세 시걸스'와 '둘산 곰돌스' 간의 야구경기가 벌이지고 있다. 처음에는 매회 서로 점수를 주고 받으며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쳤으나, 중반이후, 놋세가 김대포, 강시아 두 거포의 백투백 홈런을 바탕으로 점수차를 크게 벌이게 된다. 이제 9회말 둘산의 마지막 공격. 앞에 나온 두 타자는 그냥 맥없이 내야 땅볼로 물러나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만 남았다. 즉 둘산의 고용민 선수만 아웃시키면 놋세의 승리가 된다. 점수차는 3: 9로 둘산 지고 있는 상황.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아~ 야구 몰라요,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라는 온갖 격언, 어록으로 아무리 위로해 본들.. 사실 이 정도 상황이면.. 곰돌스가 승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해설자나 캐스터는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 놋세가 이기면, 10연승을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선언을 해버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만.. 다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아직 곰돌스의 마지막 대반격, 미라클 둘산을 보고 싶은 그 팬들의 열망을 외면할 수 없기에, 조건을 단다. “네.. 둘산 곰돌스가 승리할 수도 있습니만..” 여기서 과연 SBESU 방송의 김옹희 해설자는 어떻게 영어로 표현을 할까.

 
 
if Cgals win the game, they will be on a 10-game winning streak. 놋세가 이기면, 10게임 연속 승리가 됩니다.
 

 
사실 위와 같이 말하는 것이 정상이다.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9회말 마지막 공격이고 한 타자만 아웃시키면 되기에.. 이미 점수차도 6점이나 난 이상.. 시걸스의 승리는 확정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해설자는 위와 같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꺼린다. 그것은 놋세가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 없어서라기 보다  자신의 해설을 듣고 있는 둘산팬들의 참담한 반응, 기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에서 말했듯이 조건을 달면서 얘기를 한다. “네.. 9회말 둘산이 기적같은 뒤집기 역전극을 펼칠 수도 있습니다만.. 만약 이대로 놋세가 승리하게 된다면.. 어쩌구 저쩌구... ” 바로 이 조건을 단 말이 아래와 같은 가정법 문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if Cgals won the game, they would be on a 10-game winning streak. 놋세가 이기면, 10게임 연속 승리가 됩니다.
 

 
즉, 여기서 won 동사를 사용한 것은, 시걸스의 승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거나, 둘산의 막판 역전가능성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들, 구체적으로 둘산팬들을 위한 위한 일종의 배려인 것이다. 물론 놋세 팬들 중, 가정법 공부를 열심히 한 팬들이라면, 위와 같이 말 할 경우, 반발할 수도 있다. "무슨 말이꼬? 해설자 둘산 팬이네. 두산이 이길 수도 있단 말이가!" 하면서 말이다. 물론 더 열심히 가정법을 학습한 팬들은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김옹희 해설자 해설하느라 참 힘들다. 힘들어. 말 억수로 조심스럽게 하네!" 여하튼간에 이기고 있는 팀의 팬들은 다소 여유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고 있는 팀의 팬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신경이 날카롭다. 그러한 팬들의 마음까지 배려한다면 김옹희 해설자는 아마도 위와 같이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시청자고 팬들이고 다 떠나서  놋세의 승리가 해설자의 머리 속에 이미 가득차 있으면, If Cgals win the game ~  이라고 말을 꺼낼 것이다. 무의식중에서든, 의도적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