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생긴 일 작년 시즌 프로야구경기에서 가공할 만한 활약을 통해 팀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게 만든 ‘놋세 시갈스’의 김대포 선수를 한번 만나 보자. 그의 활약으로 인해 시갈스는 20여년 만에 우승의 한을 드디어 풀게 된다. 아울러 최근 7년간 확고부동의 자리를 지켜오던 ‘888-8888’이란 상징적인 꼴지 '넘버 8'을 ‘트윈 타워스’ 에게 넘겨주며 명문구단으로 발돋움 하려고 한다. 김대포, 그는 지금 부산의 자랑스러운 아들, 부산시민의 영웅이자 그들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얼굴 보다 대포의 뱃살이 더 사랑스럽다는 애교 섞인 말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 그는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대포군은 의기양양하게 협상장소에 들어서더니 테이블에 앉는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쉴 새 없이 쏟아 부어댄다. 그럴 만도 하다. 김선수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난 시즌 저의 활약상을 고려해 볼 때, 연봉 200% 인상은 되어야 합니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의 말 속에서 이 홈런타자의 심리를 탐구해 보자. 대포군이 조금 철이 없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I want you to give me a 200% raise this year. 올해 200% 인상은 되어야 하겠심더.
하지만 이 말을 구단 관계자가 듣기에는 다소 거북한 면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 속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래도 아직 소속팀의 한 선수이고, 작년에 아무리 잘했다고 하지만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한다고.. 위와 같이 직설적으로 말하면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릴 우려가 다분하다. 하지만 대포선수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 직설적으로 want 동사를 사용해서 표현을 하고 말았다. 그는 흔쾌히 연봉인상을 받아내었을까. 무려 200%이나 인상된 연봉을 말이다. 물론 아무도 모른다. 시갈스가 부산 시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거나 김대포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면 그의 말투, 화법에 상관없이 그는 200% 인상안에 도장을 찍게 될 것이다.
만약 대포 선수가 학교 영어수업시간에 가정법을 열심히 배워서 다음과 같이 근사한 표현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자.
I appreciate it if you could give me a 200% raise this year. 제 연봉을 200% 인상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심더.
이 경우엔 상당히 괜찮은 표현이다. 흠잡을 데가 없다. 맞은 편 테이블에 앉은 김장구 단장도 학창시철 영문법 좀 공부했기에 대포군의 표현에 안 놀랠 수가 없다. 김대포 선수가 비록 마음속으로 '구단이 200% 인상 안 해주고는 못 버틸 거야. 구도 부산의 열혈 야구팬들이 가만히 안 있을 걸...‘이라고 생각하며 나름 연봉인상에 확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서 위와 같이 표현을 하는 것이다. 조금 달리 표현해서 I appreciate it if you gave me a 200% raise. 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gave 동사(give의 과거형)를 넣은 것은 결코 연봉인상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반대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포군과 같은 팀에서 뛴 강미노 선수는 기대와는 달리 완전히 죽을 쑤는 한해를 보냈다. 이대포-강시아가 활짝 터뜨려 놓은 핵폭발 타선을 언제나 강미노가 찬물을 끼얹으며 화제를 진압했다. 타율 2할 2푼, 홈런 5개, 타점 35개, 이것이 그가 이룩한 작년 기록의 전부이다. 구단주와 많은 팬들이 그에게 큰 기대를 했으나, 기대치와는 거리가 상당히 큰 성적이다.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도 강미노 선수가 할 말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오히려 연봉삭감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하지만 팀이 우승을 하는데 자신도 분명 일정 부분 기여를 했겠다.. 그리고 협상테이블이니 만큼 형식적으로라도 어느 정도의 인상폭은 말해야 하는 법. 아무리 성적이 나빠도 연봉을 선수 본인이 자발적으로 깎는 것은 ‘인지상정’에 위배되고, 아울러 세계경제 경기침체의 여파, 가파른 물가상승률 등도 감안해야 하는 지라.. 이 경우, 자연스럽게 미노 선수의 입 밖으로 나오는 단어들을 한번 나열해 본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I really appreciate it if you could give me a 30% raise. 30% 정도 인상해주시면 고맙지예.
만약 강선수가 I want you to give me a 30% raise. 라고 말했다간 아마도 그 자리에서 당장 다른 팀과의 트레이드 대상(선수 맞교환)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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