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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어휘|표현

동사의 재발견 - serve, survive






He served in the army. 우리들(원어민이 아닌 사람들)이 어떤 동사가 지니는 다양한 활용법에 제한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특정 동사에 해당하는 우리말 정의를 꼭 1:1로 대응시키려고 하는 습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영한사전의 사용이 초래한 부작용과 연관을 맺기도 합니다. 우리가 문장 속에서 낯선 동사를 발견했을 때, 1차적으로 영한사전에 정의되어 있는 우리말 정의(의미)를 확인하고 그것을 문장의 해석에 적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전이 정의의 틀에 갇히게 되고, 동사의 본질적 의미에 접근하지 못하게 됩니다. 속으로 ‘이 아저씨, 지금 무슨 소리 해샀노.’하면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분들을 위해, serve 동사를 가지고서 계속 이야기를 진행해봅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사 serve 의 가장 큰 의미의 틀은 ‘봉사하다’입니다. ‘봉사’라는 개념이 매개되어 있지 않으면 이 동사가 그 본래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serve 와 결합하는 내용은 주로 자선단체, 고아원 등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럼 문제를 하나 내어봅시다. 모든 대한민국 청년들이 20대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나의 의식, 통과의례인 군입대, 즉 ‘군복무를 하다, 군대생활을 하다’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군복무를 하다’에 적합한 동사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권 매체에서 군대, 군복무 얘기와 관련해서 늘 등장하는 동사는 바로 serve 입니다. 보통 ‘군복무를 하다, 군대생활을 하다’라고 할 때 serve in the military, serve in the army 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 전형적인 표현이 우리들에겐 쉽게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봉사하다’라는 큰 밑그림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기에, 도저히 경험상 군대에서 복무하는 것을 ‘봉사하다’라는 의미와 연결을 짓지 못하는 것입니다. 더더욱 재미있는 상황을 가져와 봅시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석호필(스코필드)이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나타내 보라고 한다면? 아마 아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석호필의 경우 다른 목적이 있지만, 어쨌든 그는 수감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He serves in prision.
 


 
위에서 언급한 군대뿐만 아니라 석호필과 같이 감옥생활을 하는 것도 serve in prison이라고 말합니다. 이 표현을 처음 보는 분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겠지요. 감옥에서 무슨 ‘봉사’를 하느냐고요. 군대라면 ‘나라를 위해 봉사한다.’로 이해할 수도 있을 법한데 도무지 감옥에서는 그러한 연결고리를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serve의 기본개념이 우리말 ‘봉사하다’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습니다. 말입니다. 실제로 serve는 ‘봉사하다’라는 의미 보다는 ‘무언가를 하면서 일정 기간을 어떤 장소에서 보내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군대라면 ‘복무하다’, 감옥이라면 ‘복역하다’라고 상황에 맞게 해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실제 롱맨영영사전을 뒤져보면 “serve” 의 1번 정의가 바로 “to do work (for)”입니다. 아무튼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한번은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한 친구 曰, “감옥 안에서 정말 봉사를 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느냐고?”고 하더군요. @@



He survived all the lingering allegations to win the election. survive란 단어 자체는 우리에게 주로 사고현장에서, 약육강식의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처절한 생존경쟁을 떠올리게 만드는 동사입니다. 우리에겐 그런 의미로 친숙합니다. 그래서 이 단어의 1차적인 의미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워져 있어서 확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늘 문제가 됩니다. ‘생존하다, 살아남다’란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서 은유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urvive란 단어는 생각 이상으로 그 활용도가 상당히 높은 동사입니다. 기본적인 표현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로 survive 다음에 전치사를 붙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He survived the crisis.


우리말과 대응을 시키다 보면, He survived in the crisis 가 더 자연스럽기에, 대개 survive 동사가 나오면 survive in 과 같이 전치사로 연결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survived the crisis 바로 표현합니다. 사실 He survived the crisis. 위 문장은 쉽게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음의 뜻을 전달하는 문장을 한번 만들어 봅시다.

그들은 만난 지 100일이 되었어!

도대체 어떤 단어들을 동원해서 영작을 하면 좋을까요? 대략 초.중급자들이 떠올리는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y met 100 days ago.
It‘s been 100 days since their blind date.


정도의 문장이 입가에서 맴돌고 있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문장은 어떨까요?



They survived 100th day since their blind date.


위 문장을 놓고서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봅니다. 그건 survive 란 동사의 의미를 1차적 의미, 즉 ‘생존하다, 살아남다’에 국한해서 해석을 시도해서 그렇습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살아남다, 생존하다’ 로 늘 머리 속에서 인식하고 있으니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위 예문에서는 그런 죽고 살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쉽게 해석해서 ‘그들은 100일까지 계속 사귀어 왔다.’ 즉 ‘만난 지 100일이 되었다.’ 이런 의미입니다. 첫 데이트 이후 100번째 날까지 계속 만나오고 있다는 말이니까요. 색다른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참고로 위 표현은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인터넷 어딘가에 비슷한, 또는 동일한 표현이 떠다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잘 찾아보세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도 응용이 가능하겠지요. 곧 이혼할 것처럼 보이던 친구가 용케도 결혼 10주년까지 결혼생활을 이어간 뒤, 나중에 10주년 기념파티를 연다고 초대를 해왔습니다. 이 경우에도 친구내외(they)를 일컬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They survived their 10th wedding anniversary.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많은 주가조작, 탈세 의혹 등등 많은 혐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 결국 당선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래와 같은 표현이 가능하겠지요.


He survived all the lingering allegations to win the election.


몇 가지 예문을 보면서 제대로 익혀 보도록 하지요.


Ford survived an attempt on his life in Sacramento by Lynette "Squeaky" Fromme. 미국 포드 전 대통령이 그를 암살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살아남았다는 말입니다.

I eventually survived the horrible test.

The top-rated candidate survived allegations of corruption to win a landslide victory in the election.


그럼 survive를 공부했으니까 이젠 battle을 다뤄 보기로 하죠. 바로 떠오르는 우리말, ‘전투’ 맞습니다. 맞고요. 그렇다고 총알이 빗발치고 탱크가 돌아다니는 그런 전쟁터를 연상하시면 안 됩니다. 아래 예문을 보시죠. 유명한 아티스트(가수)인 ‘Dan Fogelberg가 암투병 끝에 결국 죽었다’ 는 말입니다. Battle cancer 하면 '암과 맞서 싸우다'란 의미입니다. Battle a disease 는 질병과 싸우다 가 되겠지요.

 
Dan Fogelberg died Sunday in his home Sunday in Maine after battling prostate cancer.



만약 암투병 끝에 살아남았다면, survive 와 battle 이 동시에 사용될 수 있겠지요. 아울러 battle과 함께 알아 두면 좋은 표현이 바로 struggle 입니다. 동일한 의미의 싸우다.. 란 의미이지만.. struggle 하면.. 뭔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들게 투쟁하는 모습이 연상되지요. 좀더 그럴듯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survive 동사 뒤에 전치사가 오지 않고 바로 사건 등을 의미하는 특정 단어가 온다는 사실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survive + 사건] 과 같은 형태로 문장구조를 형성합니다. 예를 들어, survive in the election 이 아니라 survive the election 이 맞습니다. 선거에서 이겼다는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사용법을 가지는 동사가 바로 finish 입니다. 아래 예문은 Edwards 가 존 케리 후보에 이어 2등을 했다는 말입니다. Survive와 finish 가 함께 들어간 표현도 가능하겠지요.


Edwards finished second to Kerry with 34% of the votes.
He survived the neck-and-neck election and finished second to James.

He finished fifth.
Prime Minister takes charge of battle against binge-drinking.
Yes, l, too, attended Hell-ton and survived. -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 선생님 曰


끝으로, 요즘 가장 SURVIVE 동사가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램이 바로<나는 가수다>이지 싶다. 아무도 survive 를 말하진 않지만(왜? 우리말로 진행하니까..) 하지만.. 조관우, 장혜진, 바비킴, 인순이, 김경호.. 등등 남녀노소 선후배 할 것 없이.. 이들이 바라는 것은 쇼에서 살아남아 명졸하는 것 아니겠는가.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