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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a love, the love - 사랑을 하면서 관사를 배우자!





사랑으로 배우는 관사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랑(love)’이 있다. 흔히들 ‘관사(article)’에 대해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추상적인 것들 앞에는 부정관사(a, an)를 붙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눈에 보이는 것 = 셀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해서 love, emotion 과 같은 단어는 부정관사(a, an)을 붙일 수 없다고 단정 지어버린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 본격적으로 ‘love’란 단어를 가지고서 ‘사랑과 관사’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대해 얘기해보자.


‘love'는 지구상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렇다고 love 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 속에는 love(l.o.v.e) 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우리들 삶 속에서 존재하는 ‘사랑’은 늘 a love 이다. love가 아니라. <가위손>의 여주인공(위노나 라이더)에게 어린 손녀가 “할머니 사랑 해봤어요?”라고 묻는다면 그녀는 분명 가위손 조니 뎁을 떠올리며 “물론이지, 할머니에게도 사랑이란 게 있었지...” 하면서 얘기를 꺼낼 것이다. 사랑이란 관념, 추상이 아닌 대상이기 때문이다. a love 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a love 는 눈에 보이는 것, 또는 셀수 있는 것이기에 부정관사 a 가 붙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셀 수 도 없는 많은 ‘사랑’ 중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었던 사랑이 하나 있었다는 말이다. 그것도 아주 특별하면서 조금은 비극적인 사랑, 가위손을 가진 남자와의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눈 그 사랑은 우리 마음과 머릿속에 존재하는 그 많은 사랑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a love 가 된다.



하지만 내 여자 친구, 동숙이는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지도 모른다. “오빠, 우리도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누었던 바로 그런 고귀한 ‘사랑’을 한번 해봐요.” 이 경우 세인들에게 a love 로 인식되던 로미오와 줄리엣, 두 비극적 주인공의 사랑은 ‘특별한 것’이 되어 the love 로 탈바꿈을 한다. 여자 친구의 속삭임을 들은 오빠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오빠도 그 사랑의 정체를 알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친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냐는 질문이 되돌아온다면 동숙이와 오빠 사이에 the love는 존재할 수 없다. 오빠는 그 사랑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다. 사랑은 둘이서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줄리엣(보람이)의 사랑을 받아 줄 로미오(오빠)가 없다. 가냘픈 동숙이 혼자서 줄리엣으로 남을 수는 없다.




<친구>를 만든 곽경택 감독의 영화 <사랑> 속에 등장하는 인호(주진모)와 미주(박시은) 사이의 비극적인 사랑은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a love 이자 the love 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면서, ‘아, 저런 사랑도 있구나.’하면서 눈물을 훔칠 것이고, 이 때 그 여성 관객(미자)에게 그 사랑은 a love 가 된다. 그리고 그녀가 ‘나도 앞으로 저런 사랑을 한번 해보고 싶어.’라고, 같이 영화를 보던 남자친구 수필이에게 말한다면 분명 the love 가 될 것이다. 미자와 수필이는 이미 그 영화를 보고 있기에 그 둘에게 영화 속 사랑은 하나의 구체적인 대상이 되어 버린다. 같은 상영관 바로 그 커플 뒤에서 <사랑>을 보고 있던 50대 중년 남성 팔봉씨에게는 영화 속 사랑이 무척이나 특별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삼촌의 이모, 그 이모의 팔촌 막내와 그 여자친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은 그 둘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에겐 처음부터 the love 만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역시 동일한 상영관 안, G열 12번 좌석에서 혼자 외로이 <사랑>을 보고 있던 ‘고독씨 클럽’의 독고닥씨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저 한숨만 내 쉴 뿐이다. 첫사랑에게 차인지 25년이 흘러 이제 여엿한 45살 중년 노총각이지 숫총각인 고닥씨. ‘나는 언제 저런 사랑을 해보나.’하고 생각하면서. 독고닥씨에게 a love 가 the love 가 되는 그 날이 과연 올까. 참고로 영화 <사랑>의 영어제목은 <A Lov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