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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South Korea, North Korea, The two Koreas - 남과 북으로 배우는 관사 이야기


남과 북으로 배우는 관사 이야기 아래는 2009년 7월 30일자 블룸버그 뉴스에 실린 기사이다. 북한이 한국 어선을 나포했다는 내용의 기사인데, 딱 한 문장으로 구성된 간결한 문장이지만, 이 예문을 통해 ‘관사’의 유용성을 공부할 수 있다.



North Korea seized a South Korean fishing boat off the communist nation's east coast today, a South Korean military spokesman who asked not to be named said.



우선 고유명사인 ‘북한(North Korea)’ 앞에는 관사가 필요 없다. 그런데 그 이유를 ‘북한’이란 명사가 단순히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기보다, 고유명사의 성격과 관사의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게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즉 ‘개념’에 불과한 무언가를 ‘정체성’을 부여해서 어떤 ‘대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관사의 기능 중 1차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것인 것을 감안할 때, 고유명사는 그 자체만으로 정체성 획득이 가능하기에, 위 예문에서 North Korea 앞에 관사를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South Korea도 마찬가지. 하지만 a South Korean fishing boat 앞에는 부정관사 a가 붙어 있다. 이와 같이 고유명사가 결합된 또 다른 명사는 뒤에 나오는 명사(여기서는 fishing boat)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위 예문이 기사의 시작부분이고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북한의 한국어선 나포사건에 대해 사전 정보가 없기 때문에 “a”를 사용한다. 




여기서 부정관사 “a”는 크게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우선 



1) 사전 속 단어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으며, 

2) 동시에 특정 대상을 누군가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3) 마지막으로 하나(one)의 의미 역시 함께 내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관사’를 공부할 때, 3)번 사항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1), 2)번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관사학습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위 예문의 뜻은, 북한(군)이 남측 어선 한척을 나포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부정관사 a가 “one”의 역할만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a는 하나(one)이라는 ‘수치적 정보’를 담고 있는 관사일 뿐만 아니라, 1), 2)번의 역할 역시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어선 한 척이 아니라 여러 척을 나포했다면 boat에 -s가 붙어서 boats 가 될 것이다. 문법 (명사)파트에서 다루겠지만 독해를 할 때 아주 작은 “-s”의 존재유무에 관심을 늘 가져야 한다. 다시 관사 설명으로. the communist nation 앞에는 정관사 the가 와야 한다. ‘북한(North Korea)’이라는 지극히 구체적인 대상을 언급하고 있기에 the 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정관사 the는 '바꿔쓰기'와 또 다시 관련을 맺고 있다.



<챕터 ___>에서 다시 다루고 있지만, 우리들이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정관사의 가장 강력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바꿔 쓰기’를 가능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영어’라는 언어의 본질적 속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the communist nation 은 물론 북한을 가리킨다. 아직 지구상에는 북한 이외에 ‘공산국가’란 이름이 붙은 나라들이 존재하고 있다. 굳이 현재로 그 범위를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수많은 공산국가(체제)들이 생성, 발전, 소멸되어 갔다. 그 중에서 지금 기사 속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한반도의 북쪽을 차지하고 있는 ‘북한’이란 공산국가이다. 그러하기에 공산국가의 범위를 좀 더 좁혀서, 즉 다른 대상과 구분선을 그어서 ‘북한’으로 한정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을 정관사가 담당한다. 즉 the communist nation 은 앞에 등장한 북한을 지칭하게 된다. communist nation 앞에 “the”가 붙어야 ‘북한’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관사(the)는 ‘바꿔 쓰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a South Korean military spokesman 은 한국의 국방부 대변인을 의미한다. 더 이상 ‘한명의 국방부 대변인’이라고 해석하지 말자. 





같은 사건(북한의 남측 어선 나포)을 다룬 폭스뉴스(foxnews.com)의 관련 기사를 한 번 더 보면서 ‘바꿔쓰기’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해보자. 위의 기사보다 시간적으로 뒤에 나온 기사이다. 즉 어선나포사실을 처음 보도한 기사가 위에 소개된 내용이라면, 아래 폭스뉴스의 기사는 시간이 조금 경과한 뒤 한국정부가 북한 측에 나포 어선과 선원들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South Korea asked North Korea to quickly release a fishing boat and its four crew members, hours after the vessel was seized after accidentally crossing the countries' eastern sea border, an official said Thursday.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표현이 바로 the vessel 이다. the vessel 는 앞에 나온 a fishing boat를 다시 받고 있다. 사건의 전말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친절히 부정관사의 안내를 받은 명사(a fishing vote)는 그 다음부터 정관사의 안내를 받아 the vessel로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왜 the vessel 이 튀어나온 것일까? the fishing boat가 아니라.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 영어의 본질적 속성 중 하나인 ‘바꿔 쓰기’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영어’를 ‘언어’로 이해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바꿔 쓰기’이다. ‘영어’라는 언어는 동일한 표현이 반복되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한다.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어떻게 해서든 다른 유의어나 대체표현으로 앞에 나온 명사를 받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을 ‘바꿔 쓰기’라고 하는데, 바로 이러한 바꿔 쓰기를 가능토록 해주는 것이 정관사(the)가 가진 가장 강력한 기능 중 하나이다. 위 지문 속에서 이미 등장한 “fishing boat”를 두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선’보다 상위(포괄적) 개념인 vessel(선박)이란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vessel 대신 fishing boat 란 표현을 사용하면 된다. the countries 도 같은 맥락이다. the countries 역시 마찬가지로 기사 앞부분에 나온 South Korea, North Korea를 받고 있다. 굳이 South and North Korea's 라고 하지 않고 the countries 라고 다시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사실 미국과 이라크도, 중국과 일본도 모두 countries의 카테고리에 속할 수 있으나, 지금 읽고 있는 기사 속에서 the가 붙은 the countries는 오직 남북한 두 나라 로 그 범위가 급격히 좁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첫 부분에서 언급한 North Korea, South Korea를 가지고서 조금 얘기를 비틀어 보자. 지구상에 "Korea"란 이름을 단 국가는 한반도 위에 존재하는 남과 북, 즉 ‘남한’과 ‘북한’ 둘 밖에 없기에 충분히 고유명사의 자격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고유명사라고 해서 그 앞에 정관사(the)가 붙을 수 없을까? 당연히 아니다. 예를 들어 전혀 다른 성격의 체제가 북한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정권이 탄생했다고 역사에 <if>를 붙여 보자. 우연의 일치인지 남한(대한민국) 역시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기존 정부와는 그 정치적, 경제적 노선에 거리를 두는 새 정부가 출범했다. 여기에 월드컵에서 남북한이 동시에 4강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고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서울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진다는 뉴스특보가 흘러나왔다. ‘이 특종을 가장 먼저 낚은 <가쉽 데일리>에서는 아래와 같이 제목을 붙여 특집기사를 작성해서 인터넷에 뿌렸다.



The North Korea meets the South Korea.




‘관사(article)'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는 감무성 학생은 간결하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제목이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 반면, 나름 영어공부를 했다고 늘 자부하고 있지만 ‘관사’ 앞에만 서면 유독 고개를 숙이고 마는 배천수 학생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또 다시 잊고서 기어코 관련 기사 아래 댓글란에 아래의 댓글을 올리고야 만다.



“기자양반이 제대로 영어공부를 안 했구먼.. ㅉㅉㅉ North Korea, South Korea는 모두 고유명사인데 the가 붙으면 안 되잖아!! 요즘 기자들 공부 좀 시켜야 한다니까!”



글로써 울분을 토하는 것도 모자랐는지 결국 <가쉽 데일리> 편집부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편집부 김민선 기자 역시 ‘관사 울렁증’을 십 수 년 동안 겪고 있는 처지. 배천수의 거친 항의를 받고서 고개를 끄덕이고 배독자의 외침에 화답이라도 하듯 편집장에게 긴급 제목 정정 요청을 올렸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이 소란의 발단은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된 것일까. 누구의 말이 옳고 누가 틀렸을까.



사실 배천수 학생의 말 그 자체는 옳다. 고유명사는 정관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들이 교실 안에서 배운 문법 설명만 달달달 외운 채 시험장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 결과이다. 관사, 특히 ‘정관사’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 한번 따지고 들어가 보자.




기본적으로 ‘정관사’는 특정 명사가 포함된 카테고리 속에서 다른 명사들과 ‘구분선’을 그어주는 역할을 한다.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a cat 이라고 표현하지만, 내가 어제 본 빨간 고양이 ‘니로’는 the cat 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즉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고양이들과 철저히 구분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구분선을 긋는 것’을 다른 말로 ‘구체적이 된다, 구체화 된다’라고 표현한다. (물론 이 표현은 블로그 주인이 편의상 직접 만들어낸 용어이다.) North Korea 앞에 the를 붙여서 the North Korea 로 표현한 것은, 새로 만들어진 북한 체제와 이전 (북한)의 체제 사이에 구분선을 그어 새로 구성된 정권에 ‘구체성’을 더 강하게 부여해주는 것이다. 




아니, ‘북한’이란 나라는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지 않느냐, 따라서 North Korea 만으로 족하지 굳이 정관사는 왜 필요하냐며 따질지도 모르겠다. ‘North Korea’는 ‘북한’이란 국가(정치체제)가 수십 년간 국호로 사용하고 있는 변함없는 이름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호가 동일하다고 해서 국가의 성격(정체)이 늘 같은 것은 물론 아니다. 6.25(한국전쟁) 직후, 30년 전, 그리고 5년 전 북한의 정치체제와 경제체제가 모두 동일하지는 않다. 가장 폐쇄적인 국가라고 하는 북한 역시 자의반 타의반 대내외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겪어왔으며, 지금도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등장한 체제가 암시하는 변화의 정도는 이전 체제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그야말로 ‘핵폭탄’급이다. ‘자본주의(자유시장경제)’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인물이 국방위원장이 되어서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던 북한이 급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그러하기에 the를 붙여서 북한이란 체제 중에서도 더욱더 범위를 좁혀 줌과 동시에 과거 북한정권과 구분을 지어주는 것이다. 2009년 10월 지금 이 순간의 북한은 30여 년 전 남과 북 냉전시대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던 그 북한이 아니다. 한국정부 동일한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사실 남북한 모두 단지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the를 붙일 이유는 충분하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이전 정권과는 다르니까. 하지만 새 정부의 근간을 이루는 이념이나 정책이 과거 정권과 사실상 차이점이 없이 판박이라면 “the”를 덧붙여 the North Korea, the South Korea라고 부르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다시 말해 우리가 고유명사 앞에 정관사(the)를 붙일 때는, 두 대상(고유명사) 간에 내용적인 차이점이 어느 정도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새로 개편된 야후 홈페이지를 말할 때, 디자인과 컨텐츠의 변화가 눈에 띈다거나 어떤 차이점이 느껴질 때 비로소 the Yahoo! homepage 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야후 관련 챕터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