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베이징 올림픽 한국-쿠바 야구경기로 배우는 가정법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경기장으로 가보자. 올림픽 경기들 중에서 야구 결승전이 가장 인상적인 경기였다는 설문조사가 있다. 그만큼 많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준 짜릿한 명승부였다. 그리고 그 명승부의 하이라이트는 9회말 투아웃부터 시작된다. 9회말 상대팀 쿠바의 마지막 공격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볼판정으로 1사 만루(loaded bases) 상태에 놓인다. 안타 하나만 맞더라도 경기가 역전되어 한국이 지는 절체절명의 상황. 설상가상 우리팀의 주전포수인 강민호 선수가 심판으로부터 어이없는 퇴장선고를 받고 만다. 모든 것이 ‘절망’이라는 비극적 엔딩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이 상황 속에서 이 야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다양한 무리들의 반응을 한번 살펴보자. 아마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요, 야구가 국기인 나라의 쿠바인들 역시 이 드라마틱한 승부의 순간을 시청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텔레비전 앞에서 또는 직접 야구 경기장에서 이 긴박한 상황을 지켜보았을 터. 그리고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호언장담해 놓고 4승 5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동메달도 따지 못한 일본 역시 보고 있었을 것이다.





우선 쿠바 야구팬들의 심리부터 파악해 보자. 아마 이들은 승리를 99% 확신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야구에서 ‘1사 만루’라는 상황은, 안타가 아니더라도 외야에 깊숙한 외야 플라이, 또는 상대팀 투수의 폭투만 나오더라도 점수가 나는 것이니까. 게다가 쿠바에서 야구를 가장 잘한다는 ‘구리엘(Gourriel)’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으며 상대팀의 포수는 퇴장을 당한 상태이다. 부상으로 벤치에 앉아 있던 다른 선수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대신 출장했다. 이쯤이면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다. 꼭 안타가 아니더라도 투수가 던진 볼이 포수 뒤로 빠지면 점수를 줄 수도 있는 상황.


If Gourriel produces a hit, the gold medal will be ours. (구리엘이 안타를 친다면 금메달은 우리 꺼야!)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쿠바팬이라면  그누구도 If Gourriel produced a hit, the gold medal would be ours. 와 같이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9회말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가 아니라면. 반면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하던 국민들과 현지 응원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사실상 경기는 끝이 났다고. 행운의 여신은 쿠바에게 미소를 짓는다고. 당시 야구경기를 중계하던 모 방송국의 해설자 또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세계무대에서 또다시 분루를 삼키는구나..하고 한탄했다고 한다. 이정도 되면 덕아웃에 있는 우리 선수들을 포함 성원을 보내고 있던 모든 국민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다. 다음과 같이 말할 확률이 높다. 물론 9회말까지 한국팀이 이기고는 있지만, 9회말 벌어진 예기치 못한 위기에서 역전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철저히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If Korea could win this game, It would be fantastic.

If Korea won this game, It would be fantastic.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정대현의 멋진 마무리와 박진만-고영민-이승엽의 철벽수비로 구리엘은 병살타를 쳤고 한국팀은 사상 최초로 야구경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제 다시 경기시작 전으로 돌아가 보자. 한국에게 두 번을 지고 다시 쿠바와 미국에게 패배하면서 동메달도 건지지 못한 일본 대표팀, 결과적으로 결승전에서 딱히 응원할 팀이 없어져버린 일본인들의 심리는 어떠할까? 한국팀이나 쿠바팀 중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팀을 응원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두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다보지 않을까. 누가 금메달을 따던 일본인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렇다면 중립적인 입장을 반영하는 직설법을 구사할 지도 모른다.


If Korea win a gold medal, It will be their first one in Olympic games.

If Cuba win a gold medal, It will be their another one in Olympic games.


즉 위와 같이 한국, 쿠바 어느팀에 대해 말하든 간에, win, will 이 들어간 직설법 문장을 사용해서 심리적으로 중립을 지키게 된다. 물론 아주 한국팀의 패배를 간절히 바라는 '니바무라‘와 같은 혐한 일본인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며 간절히 쿠바의 승리를 바랄 것이다.


If Korea won a gold medal, It would be their first one in Olympic games.

If Cuba win a gold medal, It will be their another one in Olympic ga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