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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유에 인색할까. - 백분토론 대본 하나 보는데 로그인이 필요하다.

본 게시물의 작성시점은 2013년 1월경 입니다. 따라서 아래 포스팅 내용 중 일부는 현재 사정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IT 전문가도 개발자 입장도 아니지만 사용자로서 생각해 보면, 유튜브(youtube.com)의 성공은 단연코 친절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embed 로 상징되는 '소스코드' 또는 '퍼가기 소스'를 개방한데 있지 않을까 한다. 유튜브의 성공신화 이전에 (국외는 차치하고서라도) 국내에도 네이버나 다음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대부분 사이트에 올라오는 동영상을 공유하는 데 인색했다. 회원들이 업로드한 동영상를 자신들의 사이트 재산(?)으로 탈바꿈시키려고만 했지 이를 다른 사용자들에게 다시 나눠주지는 않았다. 티스토리도 예외는 아니다. 티스토리에 내가 동영상을 땀흘려 올릴 경우동영상 소유자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동영상에 대한 삭제, 수정 등의 권한은 티스토리에서 가진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이제는 말그대로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이 되어버렸지만, 그때엔 정말 소스코드를 공유할 길이 없었기에 동영상 하나를 보려면 일일이 링크를 타고 그네들(네이버, 다음 등) 사이트로 접속해야만 했다. 이 얼마나 불편한 일이란 말인가. 이런 불편함에 거부반응을 보이던 사용자들에게 유튜브의 동영상 공유 메카니즘은 그야 말로 신천지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유튜브를 알게된 것은 다음 까페에 올라온 "인간승리 - 영혼의 노래"라는 제목을 클릭하면서 부터였다. 그 게시물 속엔 폴 포츠의 라이브 동영상이 들어 있었는데, 노래도 노래였지만, 그 동영상을 통해 유튜브의 존재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결국 다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튜브의 동영상 소스코드는 다음 까페를 비롯, 국내와 국외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었던 것이다.


비교적 최신의 소셜 미디어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 '밴드'도 동영상 공유에 인색하다. 유튜브나 다른 동영상 제공업체의 퍼가기 소스만 가지고서는 밴드에서 동영상을 볼 수 없다. 직접 올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것이다.(기술적인 한계는 일단 여기서는 얘기 밖으로 하고자 한다.)



이제 현실로 시선을 옮겨 보자. 


아래는 케이블 채널인 tVN의 간판 프로그램인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동영상 다시보기 서비스 화면이다. CNN의 유명앵커인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가 <피플 인사이드>에 출연했다는 기사가 있길래 혹시나 해서 유튜브에 접속해봤으나, 역시나였다. 결국 tVN 홈피까지 손수 찾아가야먄 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혹시나가 역시나. 왠일로 그동안 인터뷰한 출연자들의 인터뷰 동영상(비디오 클립)을 친절히 제공해 주나 싶었으나 아니나 다를까, 달랑 1분 30초 맛보기만 제공하고 나머지 동영상은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도록 해놓은 게 아닌가. 일부는 유료결제를 해야만 볼 수 있었다. @@ 결국 그냥 포기해버렸다. 굳이 백지연의 인터뷰가 아니더라도 앤더슨 쿠퍼의 인터뷰 비디오클립은 유튜브에 널려 있다. CNN 웹사이트만 방문해도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하다. 백지연이 진행하는 인터뷰라고 해서 그 내용이 뭐가 그리 특별히 다르겠는가. 한마디로 수십 분 분량의 이 인터뷰를 보는 게 생과 사의 문제가 아닌한, 글쓴이 같은 사람은 그렇게 절박하게 매달릴 이유가 없다. 


* 사실 앤더슨 쿠퍼 인터뷰의 존재를 안 건 오늘이다. 2013년 1월 26일. 그런데 인터뷰 날짜는 훨씬 이전인 2011년 8월 이다. 1년 6개월이 넘어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피플 인사이드>의 열혈팬들을 제외한)은 잘 모른다는 얘기다. 



한번씩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왜 공유에 그토록 인색할까. 그냥 유튜브에 올려서 소스코드를 공개/공유하면서 제작사인 tVN과 <피플 인사이드> 로고와 링크를 멋드러지게 걸어 놓으면 동영상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서로에게 득이 되는 일이 아닐까. 국내의 한정된 인원이 접속해서 보는 것 보다, 전세계에서 이 동영상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면, 그래서 유튜브 사용자들이 다시 소스를 여기저기 퍼다나르면 tVN과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의 지명도는 더욱 높아지지 않겠는가. 그동안 출연했던 앤더슨 쿠퍼나 다코타 패닝 같은 톱스타들의 네임밸류 정도라면 전세계적으로 공유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국내에서 동영상이 떠도는 것 보단 말이다.





+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퍼가기 소스코드(embed 태그)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미국 3대 메이저 지상파 중 하나인 ABC와 대표 케이블 채널인 CNN으로 눈을 돌려 보자.


ABC의 경우엔 미국의 빅 3, 3대 지상파 방송사란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YouTube에 자신들의 동영상 제공 페이지를 별도로 개설해서 14,000개에 육박하는 동영상을 전 세계인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로그인 할 필요도 없고, 돈을 지불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ABC 뉴스의 동영상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공유 소스를 복사해서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붙여 넣기만 하면 된다. 또 다른 메이저 지상파 방송사인 CBS 도 예외는 아니다. CBS는 5만 8천개가 넘는 동영상 클립을 유튜브에 제공하고 있다. 무료로. 지금까지 CBS의 동영상  조회수는 무려 14억을 넘고 있다.









아래 CNN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사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모두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스포츠의 동영상 페이지. 아직도 embed 태그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링크 주소를 제공하는 것이 고작이다. 게다가 그 링크 주소를 복사하기 위해서는 마우스로 주소를 드래그 후 다시 CTRL 키나 오른쪽 버튼을 눌러야 하는 중노동(?)을 해야 한다.





이제 동영상에서 벗어나 또 다른 공유 대상인 방송대본(스크립트, transcript)로 얘기를 옮겨 보자. CNN에서는 <래리 킹 라이브>를 비롯한 자사 프로그램 대부분의 방송 스크립트를 제공한다. 그냥 단촐히 html 링크 기능을 최대한 이용해서 차곡차곡 그동안의 자료를 모아 놓고 서비스 하고 있다. 대본(스크립트)가 필요한 개인은 언제든 다운로드 받아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유료 VOD 및 비디오테잎 판매를 위해 의도적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시청자들은 방송대본(스크립트)에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하고 CNN이 제공하는 이러한 정보들은 이용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완벽한 스크립트(대본) 서비스의 표상인 CNN TRANSCRIPTS 페이지. CNN 에서 송출하는 사실상 모든 주요 프로그램에 대한 대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은 폐지된 <래리 킹 라이브>를 비롯, <앤더슨 쿠퍼 360>, <시츄에이션 룸>과 같은 과거/현재 간판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뜸한 프로그램 까지 모두 서비스하고 있다. 어줍짢게 플래쉬나 현란한 웹기술을 구현하느라 본질에서 벗어나기 보다, 위에서 보듯 단촐한 하이퍼링크 위주의 기능이지만 철저히 '본질'에 충실한 CNN의 대본 공유 서비스는 어쩌면 인터넷(또는 웹) 초창기 순수했던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 래리 킹 할배가 진행한 CNN 간판 <래리 킹 라이브>의 대본도 예외가 아니다.



MSNBC 간판인 <레이첼 매도우 쇼> 역시 무료 대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측 상단에 보이는 광고는 얼마든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보수매체인 <폭스뉴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 단촐하다. 플래쉬나 덩치 큰 이미지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한 html 링크를 통해 모든 대본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 방송 날짜 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 한눈에 대본을 찾아 볼 수도 있다.






MSNBC의 간판 방송인 <Meet The Press>의 스크립트 서비스




CBS의 간판 <60 Minutes> 역시 스크립트를 제공한다.




국내사정은 어떠한가. 제대로 대본(스크립트)를 제공하는 경우를 보기 드물다. 그나마 3대 방송사의 대표적인 시사토론프로그램에서 스크립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도다.



왕상한 교수가 진행하는 KBS <생방송 심야토론> 에서 제공하는 대본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우선 이 대본 한 조각을 보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광고 한편을 감상해야만 한다. 그 다음에 <심야토론> 홈페이지가 등장하고 메뉴를 통해 토론 대본(스크립트)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대본을 한글 프로그램에 옮겨서 읽으려고 하니 복사가 안된다. 불펌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막아 놓은 듯 하다. 물론 '스펠'과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해제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그냥 포기하고 덮기 마련. 






SBS <시사토론>의 경우엔 방송대본을 보기 위해서는 로그인 절차가 필요하다. 다운로드 뿐만이 아니라 대본 하나 보는 데도 로그인을 해야 한다. 로그인은 '회원가입'과 등가관계 아니던가. 토론 대본 하나 보기 위해 내 소중한 정보를 미주알고주알 제공해야 하나. 방송사측에서는 그러하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왜. <시사토론> 제작비가 얼마인데. 매주 토론 대본 타이핑 하는 알바(직원)에게 지급되는 월급이 얼마인데, 그걸 날로 먹으려 하냐고 되물으면 할 말 없다.






MBC <백분토론>은 한술 더 뜬다. 대본 하나를 보기 위해서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로그인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SBS 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MBC에선 최신 방송의 경우 회차당 200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 손석희(지금은 종편 JTBC 의 메인 앵커가 되어 있지만)가 쌓아 올려 놓은 <100분 토론>의 인지도 때문인지 회원가입을 요구해도 '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대본(스크립트) 수요자가 많은가 보다. 돈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대본 서비스를 완전 무료로 공개하고 각 페이지마다 애드센스 광고나 자체 광고를 주렁주렁 달아서 광고수익으로 대신하는 것은 어떠할런지. MBC 같은 거대 방송국에서 편당 200원씩 받아서 대체 얼마나 벌어들일지는 모르겠으나 방송의 공익성 차원에서 손해를 좀 보는 한이 있더라도 시청자, 이용자들에게 대본 서비스를 개방할 의사는 없는지 묻고 싶다.





라디오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김현정의 뉴스쇼>나 <정운갑의 집중분석>, <정관용의 CBS 시사자키>의 방송 대본/스크립트 제공 서비스는 모범적이면서도 인상적이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코너에서는 지난 오랜 기간 동안 각계각층 인사들을 전화 인터뷰해서 모아 놓은 수많은 분량의 인터뷰 전문을 제공하고 있다. 일련번호가 3천번이 넘어간다. 지금은 더 많아 졌을 것이다. 하루에 한편씩, 1년이면 365개 인터뷰 대본이 축적된다고 가정할 때, 3200개라면 근 10년치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자료를 언론사나 기타 필요한 개인이 출처를 공개하면 이 스크립트 자료를 인용할 수 있다. <정운갑의 집중분석>도 마찬가지다.








<정운갑의 집중분석> 역시 스크립트를 보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두번째 사진에서 보듯, 출처만 정확히 밝히면 전문 게재나 인용 보도가 가능하다. 참고로 정운갑의 집중분석 스크립트 서비스는 작년 12월 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조회수는 미미하다. 김현정의 뉴스쇼에 비해서도 많이 열세다. 물론 케이블 프로그램이란 약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 둘 쌓여 나가다 보면 더욱 많은 이용자들이 이 서비스를 찾을 것은 불문가지.








방송, 라디오로 구분해서 장황하게 떠들었으나 사실 하고 싶은 별거 없다. 공유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그거 하나다. MBC, SBS 등과 같은 공룡 방송사가 토론 대본(스크립트) 서비스 하나 갖고서 큰 돈을 벌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본 서비스가 성인인증과 같이 엄격한 로그인 절차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결국 대본 하나 보는데도 일일이 로그인(회원가입)을 요구한다는 것은 구독자수(가입자수) 증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냥 깨끗이 모두 오픈할 용의는 없는지. 차라리 CNN이나 MSNBC 처럼 완전히 공개하고 수익감소분은 대본 각 페이지에 애드센스(와 같은) 광고를 넣어서 광고수익으로 대체하는 것은 어떨런지 한번 진지하게 묻고 싶다. 그래도 국내 3대 공중파 방송인데 애드센스 광고를 삽입하는게 어째 좀 창피하다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다.




에필로그: 혹시나 해서 정말 오랜만에 MSNBC 뉴스 사이트에 한번 접속해 봤다. 혹시라도 그동안 대본(transcript) 서비스나 동영상 서비스가 유료화는되지 않았는지.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보다 진화된 뉴스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래 캡쳐화면을 보면 알겠지만 동영상과 스크립트 서비스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퍼가기 소스(embed 태그)를 통해 얼마든지 내 블로그에 뉴스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이 모두는 공짜다. 처음 페이지가 로딩될 때 약 20초 정도의 강제 광고를 참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빨간 네모 안을 보면 뭔가 낯익은 것이 보이지 않는가. NBC와 같은 초대형 공룡 방송국에서도 광고는 진행형이다. 구글 애드센스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의 광고로 바뀌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