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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병역회피자들 앞에서 유세를 해야할 때




병역회피자들 앞에서 유세를 해야할 때 선거를 치루다 보면 각계각층의 집단을 만나게 된다. 이중 일부는 후보자가 속한 정당이나 후보자 개인의 정치적 소신과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선거가 무엇인가. 원래부터 내편은 물론이요, 나와 반대선상에 선 사람들을 가능한 내 쪽으로 오도록 만드는 것이 결국 선거의 본질 아니겠는가. 보수정당인 오나라당 소속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박두말 후보. 그는 오늘 군대징집을 반대하는 모임인 ‘자유롭지만 강한 국가’소속 단체 앞에서 유세를 해야 한다. 인터넷 까페 회원수 500만을 자랑하는 이 모임은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박후보는 직접 6.25참전을 한 세대이자 강경파에 속한다. 그가 속한 당나라당 역시 아주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을 자랑하는 보수 정당으로 주로 6.25를 겪은 세대와 보수층이 주된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두말씨는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서 고심하고 있다. 박후보가 상대하는 단체는 현행 징집제도의 즉각 폐지를 주장하고 용병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며, 박후보 개인과 그가 속한 정당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정강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이상 현행 모병제를 유지하고 오히려 그것을 강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거에서 한 표가 아쉬운 마당에, 설령 반대쪽 선상에 서있는 사람들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내편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정치인의 생리이다. 박후보가 슬기롭게 단체회원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박후보는 단체 소속의 국방관을 잘 파악해야 한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징병제에 반대하며 어떻게 해서든 강제징집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못하다. 

If you go to military, ~

물론 ‘단순조건문’으로 받아 들여 큰 저항이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거를 치루는 사람들은 유세장에 모인 사람들의 작은 성향, 심리 하나도 빠짐없이 간파해야 하는 법. 따라서 이 경우 이들의 성향을 감안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If you went to military, ~


즉, 이것은 박후보자 개인의 소신은 잠시 접어 두고 자신의 유세를 듣고자 모인 청중들의 입장을 배려해주는 표현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정법은 청자와 관련이 없고 오로지 화자나 화자가 속한 상황 속에서만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아니다. 올바른 가정법 이해의 출발점은 첫째, 가정법은 화자의 심리를 반영하는 하나의 의사전달수단이라는 사실을 간파하는 것, 둘째, 화자의 심리는 화자가 속한 주변여건의 변화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며 그 속에서 가정법의 사용 여부도 결정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그런 상황 속에서 화자 뿐 아니라 청자의 입장도 배려해주는 화법이란 사실이다. 


만약 반대의 경우엔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극우단체 앞에서 유세를 할때는 if you went 와 같이 말했다간 돌 맞는다. 이들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강제징집제도는 국방의 최후보루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하기에 이들 앞에서 같은 표현을 구사할 때는 우리말은 같을지 몰라도 영어로 나타나는 표현은 당연히 변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마치 대통령 후보자가 자신의 지지집단 앞에서는 if i'm elected president 라고 말하지만, 중립을 유지하고 있거나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 앞에서는 if i were elected president 라고 말하면서 한걸음 물러남과 동시에 청자를 배려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