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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타임>지 헤드라인으로 학습하는 정관사(the)의 기능, 본질

틀에 박힌 정관사에 대한 기계적이고도 형식적인 문법 설명에서 벗어나 내용적인 관점에서 정관사에 접근해 보자.


우선 아래 예문의 의미를 한번 추측해 보자.


The Grave of The Giants



위 예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특집 기사를 다룬 <뉴스위크> 2002년 7월 1일자 기사 제목이다. 모두 알다시피 2002년 월드컵 대회는 대한민국의 4강 진출, 프랑스 예선탈락을 비롯, 이변의 연속이었다. 위 제목은 바로 그러한 ‘월드컵’의 이변(속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the giants는 많은 축구강호들 중에서 유독 2002년 제대로 힘을 못서보고 탈락한 나라들 되겠다. the가 붙음으로써 스포츠에 존재하는 수많은 강호들 중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칼 등으로 그 범위가 좁혀진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the grave는 바로 ‘2002년 월드컵 대회’ 그 자체를 의미하게 된다. 사전적 의미의 무덤도 아니고, 공동묘지에 있는 수많은 무덤들도 아니다.






한 문장 더 보도록 하자. 우선 문장을 보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 추측해보자. <타임> 2004년 11월 15일자.


Inside The War Rooms


* 네이버 사전에 등록된 war room 정의: 전쟁시 군통수권자와 핵심참모들이 모여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작전을 협의하는 곳으로 기업경영의 전략회의실 또는 위기상황실을 뜻하는 의미로 파생됐다. 벽면에 상황판이 설치돼 있어 경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리 또는 점검할 수 있으며 칸막이가 없어 정보 공유와 의견 교환이 원활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냥 이 예문만 놓고 보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없이 거의 100% ‘전시 상황실 내부’  정도로 해석될 것이다.(war room의 뜻은 위 내용 참고. 여기서는 그냥 '전시 상황실'로 옮긴다.) 하지만 이 예문은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와 케리 후보의 ‘선거종합 상황실’ 표정을 담은 기사 제목이다. 즉 총과 탱크를 가지고서 싸우는 전쟁이 아닌, 치열한 선거전을 진두지휘하는 상황실을 가리켜 the war rooms 로 표현했다. 복수형 rooms 가 된 것은 두 후보의 상황실을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관사 the에 주목하자. 바로 the가 있기 때문에 세상에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전시 상황실’이란 대상들 중에서 비로소 부시와 케리의 전시 상황실이라는 하나의 은유적 표현이 만들어지게 된다. 잘 모르고 있지만 이와 같이 내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정관사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만약 정관사가 없다면 범위가 좁혀지지 않기에 혼동을 초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대충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정관사가 있을 때 만큼 분명하지는 못하다.




하나 더.



아래는 <타임> 2004. 3. 1일자 표지 제목이다. 심장발작, 알츠하이머와 같은 병과 inflammation(염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는데, 여기서 the killer은 바로 inflammation을 의미한다. 청부살인업자도, 살인범도 아니다. 사람의 생명에 위험을 주는 다른 질병 들도 killer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정관사 the가 붙는 순간 적어도 본 <타임> 기사 속에서는 inflammation으로그 범위가 한정되게 된다. 아울러 secret이란 형용사도 함께 결합하면서 THE SECRET KILLER(은밀한 살인자)란 은유적인 표현이 만들어지게 된다.


THE SECRET KILLER





Suddenly, inflammation has become one of the hottest areas of medical research. Hardly a week goes by without the publication of yet another study uncovering a new way that chronic inflammation does harm to the body. It destabilizes cholesterol deposits in the coronary arteries, leading to heart attacks and potentially even strokes. It chews up nerve cells in the brains of Alzheimer's victims. It may even foster the proliferation of abnormal cells and facilitate their transformation into cancer. In other words, chronic inflammation may be the engine that drives many of the most feared illnesses of middle and old age. 


+ Source: TIME WEB SITE 

+ 타임지에 실린 기사 본문 중 일부.






예문을 하나 더 보자. 2004년 동남아시아 일대를 ‘쓰나미’가 휩쓸고 간 이후, <타임>에 실린 WFP(세계 식량 기구, World Food Program)의 광고 문구이다.


Hunger in Asia - The silent Tsunami


아시아 대륙의 (쓰나미 발생 후 식량부족으로 인한)굶주림, 이것을 ‘소리 없는 쓰나미’에 비유하고 있다. 정말 탁월한 비유 아닌가. 쓰나미로 인해 '굶주림'이란 또 다른 소리 없는 쓰나미가 찾아온다(마치 진짜 쓰나미가 예고 없이 아시아 대륙을 강타했듯이)는 의미. 정관사가 없더라도 순진하게 지진해일(쓰나미)라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정관사가 결합함으로써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쓰나미(the silent Tsunami )가 지진해일을 뜻하는 그 쓰나미가 아닌 또 다른 대상, 즉 '굶주림(hunger)'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게 된다. 물론 정관사에 접근할 때는 문맥을 바탕으로 한 내용적 이해가 우선 되어야 한다. 2004년 동남아 쓰나미 발발 후, 각 언론매체에 가장 빈번히 오르내린 the Tsunami 라는 표현은, 사실상 100% 2004년 12월에 불어 닥친 그 (자연재해) 쓰나미를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본 헤드라인의 경우엔 hunger, 그리고 정관사 the를 통해 이것이 하나의 은유적인 표현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예문을 하나 더 보자.



After the Tsunami - A Time To Build



<타임> 2005. 4. 4일자 표지 제목이다. 여기서 the Tsunami는 2004년 말에 동남아시아에 불어 닥친 바로 그 ‘쓰나미’를 의미한다. ‘쓰나미’로 일컬어지는 ‘지진해일’은 2004년 이전에도 세계 도처에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지구상 다른 곳에서도. 100년 전에도, 1천 년 전에도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러한 인류역사를 통틀어 발발한 모든 쓰나미들 중에서 가장 최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수십만 명의 인명을 삼킨 그 ‘쓰나미’를 의미하기에 the Tsunami 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