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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the wire, the cloud, the ashes, the rubble - 관사(정관사 the)가 결합된 시사용어

관사가 결합된 시사용어 익히기 <타임>, <뉴스위크>와 같은 영자지를 접하다 보면, 관사와 특정 명사가 결합해서 하나의 전혀 다른 뜻을 지니는 또 다른 명사를 형성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the wire, the cloud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아래 짧은 예문은 2005년 10월 24일자 <타임> 표지 제목이다.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멜 깁슨 주연의 영화 제목 <전선위의 참새>는 알겠는데, <전선 뒤 사랑>이라니! 

Love behind the wire 


이 제목을 제대로 옮기는 데 있어 핵심은 wire의 해석에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관사 the가 결합된 the wire 가 해석의 키를 쥐고 있다. 기사 내용은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다 어느 날 홀연히 북한땅으로 월북한 (당시) 미국 병사 찰스 로버트 젠킨스(Charles Robert Jenkins)라는 미국인의 이야기이다. 그는 주한미군으로 복무 중 느닷없이 북한으로 월북한 뒤 그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나중에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여성과 결혼을 해서 40년을 넘게 살게 된다. 타임 기사는 바로 국경을 초월한 이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love는 물론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다. 그런데 love 앞에 관사가 붙어있지 않다. the love, a love 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관사는 철저히 생략되어 있다. 물론 각각의 표현이 주는 개별적인 뉘앙스, 느낌은 여러분들의 가슴 속에서 느껴야 한다. 관사가 붙지 않아서 오히려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the love 라고 했다면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로 바로 인식될 것이다. the wire 남과 북을 가로 막고 있는 소위 38선, 철책선을 의미한다. 적 38선(the wire)을 경계로 북쪽은 북한, 남쪽은 대한민국이 자리 잡고 있다. behind the wire 는 결국 북한을 의미한다. 두 남녀가 자신의 조국이 아닌 제 3국에서 만나 결혼하고 사랑을 한다는 것은 결코 흔한 러브스토리는 아니다. 여기서 하나 더 알아두자. 

보통 <타임>과 같은 시사 매체에서 wire 가 등장하면 대개 ‘전쟁(터)’를 의미한 경우가 많다. 전쟁은 결국 영토 빼앗기 싸움이다. 그리고 그 경계는 주로 철책선과 같은 물리적인 인위물에 의해 형성된다. 앞으로 시사 매체에서 wire가 보이면 바로 전쟁으로 해석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관사’ 공부 하나 더. 그냥 와이어가 아니라 the wire 다. 즉 한반도 가운데 세워져서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는 바로 그 철책선을 의미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철책선을 모두 포함해서 유일하게 존재한다. 간결하지만 이 헤드라인을 통해서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다. 특히 관사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관사’는 한편으로 상대적으로 기능한다. 이스라엘 군에 납치된 한 팔레스타인 병사와 어느 이스라엘 여인과의 특별한 사랑을 다룬 기사를 작성했다면 역시 the wire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국경을 가로막고 있는 바로 그 철책선(장벽)을 의미한다. 설령 물리적인 철책선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징적인 의미의 철책을 뜻한다.


같은 맥락에서 구름을 의미하는 cloud에 the가 붙으면 핵전쟁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핵이 폭발한 뒤 하늘 위로 생성되는 버섯구름(mushroom cloud)을 상상하면 된다. 아래 제목을 보자.

Living Under the Cloud

<타임> 2005. 8. 1일자 ‘히로시마 원폭투하’를 다룬 특집기사의 대제목이다. 기사를 읽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제목의 의미를 한번 추측해 보자. 말이 추측이지 사실상 위에 모든 해답이 나와 있다. 핵폭탄이 폭발하면 거대한 버섯구름이 생긴다. 핵무기의 위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핵구름(버섯구름)이다. 즉 시사영역에서 cloud 는 정관사 the와 결합해서 ‘핵전쟁’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반적인 핵전쟁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정관사 the가 큰 역할을 한다. 즉 the cloud 는 히로시마를 비롯한 일본 열도에 원폭이 투하되고 생성된 그 구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 만큼 범위가 좁혀진다. 즉 원폭투하를 겪고 난 일본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How Hiroshima Rose From the Ashes 

원폭투하 후 폐허가 된 히로시마의 재건 이야기를 다룬 기사의 제목이다. 시사영역에서 ashes 는 the와 결합에서 전쟁이나 테러 공격으로 피폐해진 도시나 건물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한마디로 그 공격으로 인해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었다는 말이다. the가 붙어 있기에 히로시마란 도시가 처한 상황으로 한정된다. 아래 헤드라인 역시 the ashes 이지만 이 경우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Rising From the Ashes 

위 기사 제목은 9/11 테러 관련 기사를 다룬 <뉴스위크>지 기사의 제목이다. 세계무역센터 빌딩 두 채가 완전히 무너져 내려 앉으면서 뉴욕市는 한마디로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그곳에서 다시 뉴욕을 재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 중이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the ashes 는 바로 9/11 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그 피해현장을 일컫는다. 구체적이다. 물론 기사 내용에 다시 한 번 더 언급되기 때문에 the를 생략해도 해석에 무리는 없다. 하지만 the ashes 가 정석이다. 만약 이 헤드라인이 히로시마 원폭투하를 다룬 기사 제목이라면 the ashes 는 원자폭탄으로 완전 폐허가 되어버린 히로시마 도시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 물질적,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그 히로시마의 고통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히로시마 원폭투하 특집기사를 다룬 <타임> 2005년 8월 1일자 기사의 제목은 How Hiroshima Rose From the Ashes 였다. 

아래 예문을 보자. rubble 와 같은 단어도 때론 ashes 대신 잘 쓰인다. 지진이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여기저기 널리어 있는 잔해(돌무더기)가 rubble 이기에 상징적으로 사용된다. 아래 예문 속 정관사 the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인 의미의 rubble 가 아니라, 특정한 재난, 재해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Rising From the Rubble <타임> 2005.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