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경제’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사실 우리들은 두 개의 친숙한 명사 economy 와 dog 사이에 넘지 못할 큰 벽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dog 은 지극히 구체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대중적인 명사이다. 따라서 귀에 dog이란 단어가 들릴 경우, 우리들 머릿속에는 집에서 키우고 있는 애완견을 비롯한 수많은 ‘개’들의 이미지가 지나가며 선명하게 그 느낌이 와 닿게 된다. 그런데 economy 는 어떠한가. 그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는 “dog”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지만, dog 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만큼 선명히 그려지는 그림이 없다. 현직 대통령도, 미국의 부시와 오바마도, 일본의 수상도 모두들 “지금 ‘경제’가 어렵습니다. ‘경제’를 살립시다!”하고 열변을 토하던 모습은 기억이 나지만, ‘경제(economy)’란 녀석이 진정 무엇이란 말인가. 추상적인 단어의 성격상 “dog”에서 느껴지는 구체적인 이미지는 결코 함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부정관사’가 dog에 결합되어 a dog이 만들어 질 때, a dog 이때론 개 ‘종족’을 대표하기도 한다는 그 설명에는 흔쾌히 동의하지만, ‘경제’의 경우 ‘종족’이란 대표성을 부여하는데 너무 소극적이다. economy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기에 ‘economy = 경제’ 라는 의미를 터득하는 것 외에 더 이상 진도를 나가는 것이 한계로 작용하기에.
하지만 부정관사(a/an)를 이 두개의 명사 앞에 위치시키는 순간, 우리들은 둘 사이에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즉, ‘개’라는 종족을 대표하는 대표단수로 a dog 을 사용하듯이, ‘경제’라는 ‘종족(?)’을 대표하는 대표단수는 an economy가 사용된다고. ‘경제’에 대해 ‘종족’이란 표현을 덧붙이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든다면 그럼 표현을 바꾸어보자. 사실 ‘종족’이란 말은 ‘그룹’, ‘카테고리’와 같은 표현으로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다. ‘개’와 ‘경제’의 공통점, 그것은 바로 둘 다 하나의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살아 숨 쉬는 수많은 개들이 오늘도 네발, 때론 세발을 가지고서 우리 동네와 미국의 시카고와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지구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듯이, ‘경제’ 역시 한국 경제는 물론이요, 미국과 일본으로 대표되는 선진국 경제, 북한의 낙후된 경제, 소련의 지하경제 등등 수천, 수만 가지의 ‘경제’라는 대상으로 다시 세분화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부정관사 an을 economy앞에 붙여서 “an economy” 를 만듦으로써 일종의 ‘종족(카테고리)’을 대표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림)
이와 같이 따져 보면 관사설명에서 자주 언급되는 부분, 즉 “명사 앞에 부정관사(a/an)이 붙으면 종족을 대표한다.”는 설명은 어떤 의미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차(car)라고 왜 종족이 없겠는가. 바퀴 개수, 색상, 디자인에 관계없이 오늘도 ‘car'로 정의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녀석들이 시내 도로와 고속도로, 때론 논밭 위를 달리고 있다. 일부는 남의 집 지붕 위를 다니기도 한다.(비록 영화 속에서 가능한 일이라도)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개개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차의 이미지들, 그리고 바로 우리들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는 ‘차’라는 대상을 하나로 묶기 위해 부정관사(a)를 사용해서 “a car”라고 표현한다. a dog, an economy 와 a car에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은 단 하나이다. 모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특정 대상을 ‘대표’하고 있다는 것. ‘종족’이란 말은 그 대상이 ‘동물’일 때 굳이 달리 부르는 명칭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이 반문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만일 위 얘기가 맞다면, 역시 종족전체를 대표하는 대표단수로 사용된다고 말하는 “the dog”은 어떻게 설명할 테냐고. a dog 이 아닌 the dog 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너무 따지지 말자. 이 부분은 관사 계명에서도 말했듯이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원어민들조차 100% 이해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관사를 붙잡고 너무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는 없으니까. a dog에 사용된 a의 기능, a dog의 의 의미에 대해 정확히 이해를 하고 있다면 the dog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스스로 한번 학습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아래와 같이 한번 간단히 생각만 해보자.
the dog 이 대표단수인지, 아니면 옆집 몽롱이와 같은 ‘특정한 개’를 의미하는지는, 뒤에 어떤 표현이 오느냐에 달려있다. 즉 The dog is a faithful animal. 에서는 대표단수의 성격이 강하다. the dog 과 a (faithful) animal 이 등가관계를 이루며 '대표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the dog 이 몽롱이와 같은 ‘특정한 개’를 나타낼 때는, 단순히 The dog is faithful. 이라고 말하면 족하다. The dog is a faithful animal. 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the dog이란 표현 속에서 몽롱이는 이미 동물, 그중에서 개라는 동물이란 사실을 알기에 굳이 다시 animal 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The dog is a faithful animal. (종족을 대표하는 대표단수)
The dog is faithful. (특정한 개를 지칭)
.(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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