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는 어쩌면 우리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언어매개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들 삶속에서 어디까지가 과거이고 어디까지가 현재일까. 과연 연속된 우리의 삶을 칼로 무 자르듯 그렇게 현재, 과거, 미래와 같이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오바마가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을 타고 영종도 국제공황에 곧 도착한다. 수백 명의 기자들이 그의 한국 땅 착륙을 보도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있다. 막 전용기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한 기자가 말한다.
“네, 지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과연 위 문장은 과거일까? ‘~했다.’로 표현되기에 분명 과거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과거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것은 몇 달 전에 내가 실연을 당한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과거다. 다시 말해 Obama arrived ~ 와 같이 순진하게 과거형 arrived 를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여전히 오바마를 실은 전용기는 활주로에서 멈추지 않고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그럼 현재일까? 아니면 진행형일까?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었다면 그때는 과거형을 사용할 수 있을까?
아래에서 다양한 상황들을 접하면서 위 의문에 대한 해답을 한번 찾아보도록 하자.
12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자 시제가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우리들이 영어를 접할 때부터 <12시제論>에 입각해서 ‘시제’를 배워왔기 때문이다. 즉, 현재, 과거, 미래를 기본으로 해서, 현재 진행, 미래 완료 등과 같은 파생적인 시제를 만들어 내고, 결과적으로 형성된 12시제의 틀에 맞추어 시제를 개별적으로 학습하고 익힌다. 그러다보니,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시제가 결합이 되는, 미래진행, 미래완료진행 등의 시제는 한없이 낯설게 다가온다. 즉 ‘미래형’과 ‘진행형’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 미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의미하고, 진행은 지금 무언가가 바로 진행 중인 그 상태를 일컫는데, 두 가지가 어떻게 함께 쓰일 수가 있냐며..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런 고민을 유도하는 가장 대표적인 시제가 바로 ‘미래 진행형’이다. I will be waiting. 과 같은 미래진행형은 한마디로 우리의 관점과 문법지식으로 이해하기 어렵기만 하다. 이제 아래에서 실제 원어민 매체에 등장하는 생생 살아있는 표현들을 가지고서 시제의 굴레를 벗어나 보도록 하자.
완료시제는 무엇일까? You're fired! ‘서바이벌 리얼리티쇼’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도널드 트럼프의 <Apprentice>를 가지고서 “시제” 얘기를 하번 해보자. 이 쇼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승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출연자들을 향해 어느 순간이 되면 트럼프가 예외 없이 You Are Fired! 라고 말을 한다. 대체 이건 무슨 말인가요? “넌 해고야”의 의미는 알겠는데, 우리들이 배운 '시제'의 관점에선 쉽게 이해가 가시는지? "넌 (가까운 미래에) 해고될 거야, 넌 (이미) 해고되었어!" 둘 중 어디에 속할까. 분명 우리가 생각할 땐 미래나 과거 둘 중 하나같은데 표현은 왜 You are fired. 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 단순히, 현재가 미래를 대신한다는 문법적 설명으론 그 의문점이 쉽사리 가시질 않다. 이제 현재완료를 한번 예를 들어 보자. 사실 ‘현재완료’시제는 우리에게 늘 알쏭달쏭하게 다가오는 그런 존재이다. 현재완료 역시 논리적인 접근보다 느끼면서 내용적인 면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 저로 하여금 현재완료에 대한 개념을 잡게 해 준 표현을 하나 예를 들어 보자. CNN 뉴스속보(breaking news)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멘트로 시작이 된다.
THIS IS A CNN BREAKING NEWS.
그리고 몇 분 정도 뉴스속보 내용이 방송된 뒤, 속보가 끝나는 장면에서는 다음 문장이 흘러나온다.
THIS HAS BEEN A CNN BREAKING NEWS.
뉴스속보 방송 전후, 짧은 순간(5분 내외) IS -> HAS BEEN 으로, 동사가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완료시제’의 개념을 잡는데 핵심이 된다.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왜 THIS WAS A CNN BREAKING NEWS. 가 아니라 HAS BEEN 인지. 우리들 접근법으론 was 가 오는 것이 맞지 않은가. 이미 속보는 끝이 났으니까. 깊이 고민해 보면 현재완료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감이 잡힐 것이다. 아래 내용으로 옮겨가 좀 더 완료시제에 대해 공부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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