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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사회안전망 확대에 年 430억 더 들어

저소득층 사회안전망 확대에 年 430억 더 들어



[기초생활보장제도 13년만에 대폭 개편… 내년 시행]

-'일하는 복지'로

소득 있다고 탈락 문제점 개선… 의료·생계·교육 등 7개 급여

모두 '개별 급여'로 바꿔

교육급여 수급 대상자도 56만명으로 두배 늘어


강원도 춘천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79)씨 부부는 농가주택을 월 12만원에 임대해 살고 있다. 부인(74)은 고혈압·관절염·골다공증 등으로 의료비만 한 달에 20만원이 넘게 나간다. 김씨는 의료비 부담이 커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정받아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면사무소에 문의했지만, "소득이 기초수급자 기준을 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김씨의 소득은 농업소득(월 10만원)과, 기초노령연금과 이장 수당(월 39만원), 월세 주택과 논밭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액수(월 112만원)에다, 자녀 5명의 소득(부양비)까지 합산하여 계산하니 소득 인정액이 월 82만여원으로 책정됐다. 2인 가구의 기초생활 수급자 선정기준액(79만원)보다 겨우 3만여원이 많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김씨는 의료급여만을 따로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의료급여 지급 기준을 완화해 김씨 같은 경우에도 의료급여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씨는 병원 입원비는 10%만 내면 되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도 한 번에 1500원만 내면 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 13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들어간다. 지금은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이거나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에 맞아야만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주는 7개 급여 지급 기준을 지금처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개인별 필요와 가구 특성에 맞춰 따로따로 지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7개 급여는 생계·주거급여 외에 의료·교육·해산·장제·자활급여이다.

복지부는 7개 급여별로 지급 기준 등을 정한 기초생활보장법 개편안을 최근 마련했다. 인수위 측과 협의를 거쳐 올해 중 법을 개정한 뒤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7개 급여를 합해 추가로 드는 예산은 현행보다 연간 약 430억원 수준의 예산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은 일단 기초수급자가 되기만 하면 7개 급여 혜택을 한꺼번에 주는 방식"이라며 "그러나 자격이 박탈되면 생계급여뿐 아니라 의료·교육급여 등도 모두 받지 못하는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 개편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일을 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데도 고의적으로 일하기를 포기하는 부작용도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생계급여 자격기준은 최저생계비의 70% 수준으로 내리고, 주거급여는 최저생계비의 120%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집을 마련할 임대료가 부족하거나, 집을 고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급여는 현재보다 소득 기준을 완화해 대상자가 지금보다 늘어나게 된다. 이들에게는 겨울철 난방비 등 광열비를 새롭게 지원하고 임대료를 마련할 대출이자를 시중 금리보다 싸게 빌려주는 '주택 바우처'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급여는 현재 초중고생 자녀가 있는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이 있는 기초수급자에게 지급되지만, 앞으로는 최저생계비의 140% 수준으로 선정 기준을 대폭 완화해 수급 대상자 규모를 현재보다 2배가량 늘린다는 방침이다.

기초수급자뿐아니라 약 185만명에 이르는 차상위 계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차상위 계층으로 인정하는 소득 기준을 현행보다 완화해 지원 대상을 지금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지금은 최저생계비 120%(월 185만여원)가 기준이지만 내년부터는 중위소득 50%(월 200만원)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방과후 학교 수강권, 임대주택 지원, 이동통신요금 할인 등 52개에 이르는 차상위 계층 지원사업은 대상자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

+ 기사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