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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미국 대통령 선거로 배우는 관사: It's the economy!

이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관사는 문장해석의 단서를 쥐고 있다. 우리들이 관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편견. 어렵고 성가신 존재,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닌 요소, ‘8품사’에 속하지 않는 하찮은 녀석, 듣기평가를 하면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미미한 존재, 그러면서도 그 어떤 문법요소 보다도 우리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녀석으로 알고 있다. 물론 모두 틀렸다. 관사에 대한 정확한 개념만 잡혀 있다면, 관사의 존재가 영어학습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우리로 하여금 얼마나 편하게 영어를 학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지 절감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로 배우는 관사: It's the economy! 오래전(1992년) 아빠 부시(George H. W. Bush)와 빌 클린턴 사이에 한판 승부가 벌어진 적이 있다. 이 두 명의 신/구 대통령 후보자는 선거전 기간 동안 미국 정치사에 오를 유명한 문장 한 개씩을 각기 만들어내었다. 무척 짧지만 지극히 함축적이고 의미 있는 문장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게 된다. 1차 이라크 전쟁(1990년)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경제는 밑바닥을 기고 있었다. 마치 2008년 대선에서 부시가 아프칸, 이라크 전쟁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미국경제가 오바마의 당선에 절대 유리하게 작용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 그 와중에서도 공화당의 부시 후보는 세금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Read my lips: no new taxes.

서로 치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이던 중 어느 날 클린턴은 부시에게 카운터펀치 한방을 날리고야 만다.

It's the economy, stupid!


이 짧은 문장은 관사, 특히 ‘정관사’의 기능에 관련된 큰 정보를 담고 있다. 우선 클린턴의 말부터 살펴보자. 왜 뜬금없이 the economy 라고 말한 것일까. 클린턴이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에서 부시와 경제에 대해 서로 갑론을박을 벌이면서 나온 말도 아닌데 왜 the가 바로 왔을까. 순서대로 하자면 부정관사(an)가 먼저 와서 an economy가 되어야 하는데, 난데없이 the economy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경제학자도 아니고 '경제‘라는 어려운 학문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백악관 주인이 되기 우해, 즉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나온 정치인, 더 정확히는 ’미국의 정치인‘이다. 그러하기에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제‘는 사실상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미국 경제‘다. ’세계 경제‘는 당선 이후의 문제다. 낙선하면 세계 경제는 물론 당장 미국 경제도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미국 경제’라 녀석도 수백 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양하게 발전, 변화하는 가운데 수없이 많은 모습으로 미국인들에게 존재해왔다. 하지만 지금 ‘빌 클린턴’이 언급하고 있는 경제는, 1백 년 전의 미국 경제도 아니고, 세계 대공황 시절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도, 1970년대 1차 석유파동 시절의 그 어려웠던 경제적 상황도 아니다. 바로 지금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그 시점, 즉 1992년 미국인들을 병들게 만들고 신음하게 만드는 바로 그 1990년대 초의 ’미국 경제‘를 말하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정관사 the가 단 한방에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준다. 이것은 정관사가 가진 가장 강력한 기능 중 하나이다. 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관사 공포증에 걸린 사람들은, ’관사‘란 우리를 한없이 불편하게 만드는 녀석 정도로 못마땅하게만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 관사를 잘 활용하면 굳이 복잡하고 길게 말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위와 같이 간단하게 그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다.


이제 부시의 한마디를 탐구해 보자. 부시는 소유형용사 my를 사용해서 가장 명확하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른 누구의 말도 아니고, 자신의 전임자였던 레이건(Reagan) 전 대통령도,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의 말도 아닌, 바로 자신의 입술, 즉 “세금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자신의 입술을 똑 바로 읽으라고(보라고)말한다. my lips 가 된다. 부시가 관사 사용에 인색해서 Read lips. 라고 했다면 효력이 훨씬 약했을 것이다.


실제 미국의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경제 관련 토론을 보면 an economy 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국(미국)’의 경제에 대한 언급이기에 자연스럽게 the가 결합되어 the economy가 된다.

지난 2008년에 있었던 PBS 앵커 ‘짐 레러’의 사회로 진행된 오바마-맥케인 간의 ‘대통령 후보자 1차 토론회’에서는 ‘경제’를 주제로 다루었다. 여기서 단 한번도 an economy 가 사용된 적은 없다. 대신 the economy 는 자주 사용되고 있다. 당연하다. 그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다.


아래는 해당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경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


1) John said that the fundamentals of the economy are sound.
2) So my attitude is, we've got to grow the economy from the bottom up.
3) The economy is slowing down, so it's hard to anticipate right now what the budget is going to look like next year. (모두 오바마가 한 말)



U.S. economy 는 어떤가. 미국 경제는 지구상에 하나뿐이다. 따라서 굳이 정관사가 필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미국 경제도 시대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그리면서 세분화시킬 수 있다. 그러하기에, 만약 지금 오바마가 경제가 곧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면 the U.S. economy라고 언급하는 것이 맞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2008년 9월 24일 부시는 미국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놓고 국민들에게 (형식적이나마) 힘도 불어 넣어주고 경제상황도 인식시켜 줄 겸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서 부시는 ‘경제(economy)'를 언급할 때, 철저히 our이란 소유형용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래에서 our 은 the로 바꿔도 의미전달에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our이란 소유격을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다른 누구의 문제도 아닌 바로 미국과 미국에 사는 미국인들이 지금 처한 상황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의도적으로 부시가 the 대신 our을 사용했는지, 아니면 부시의 평소 어휘 습관 중 하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our economy가 무척 자주 등장한다.



How did we reach this point in our economy?

The decline in the housing market set off a domino effect across our economy.

And it gives our economy the flexibility and resilience to absorb shocks, adjust, and bounce back. (모두 부시의 말)



http://www.nytimes.com/2008/09/24/business/economy/24text-bush.html?_r=1&pagewanted=print (부시 연설)



우리들은 우리말 속에 관사가 없다, 그래서 관사가 어렵게 느껴진다고 불평하기 바쁘다. 대통령이 경제를 놓고 연설을 하면서 경제를 살리자는 말을 수백 번도 더 하지만 그 어디에도 관사는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결국 대한민국 대통령이 말하는 경제는 '한국 경제'이며, 한국 경제 중에서도 바로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현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설령 연설에서 “국민 여러분, 지금 경제가 어렵습니다. 경제를 살립시다.”라고 말을 해도 당연히 그 말 속에는 정관사 “the”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즉 the economy 가 맞다.




조금 더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 보자. 아래 예문에서는 왜 부정관사인 an이 사용되었을까? 참고로 미국인 출연자가 한 말이다. 경제 위기를 언급하는 것 역시 사실상 미국의 경제위기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체적 상황을 언급할 때 사용하는 the가 붙어서 the economic crisis 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아래와 같이 an economic crisis 로 말하고 있다. 왜 그럴까?


This is an economic crisis.



위 예문에서 부정관사가 붙은 것은 뒤에 나온 ‘위기(crisis)'란 명사 때문이다. 즉 정치, 사회적 위기 등등 온갖 위기 중에서 ’경제적 위기‘란 말이다. 만약 ’정치 위기‘라면 a political crisis 라고 말할 것이다. 관사를 학습할 때는 언제나 문맥 속에서 그 관사의 의미와 존재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economy란 단어가 일반적으로 the와 결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위 예문처럼 ’경제(적) 위기‘를 뜻할 때는 부정관사가 결합하게 된다.





이래도 the economy 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면 아래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부시-클린턴, 1992년) 스크립트를 한번 보자. 1차 토론회 스크립트인데 the economy 는 보이지만, an economy 가 과연 몇번 등장하는지 한번 헤아려 보자.





The First Clinton-Bush-Perot Presidential Debate




This is a transcript of the first half of the first presidential debate of 1992. The debate was held October 11th in St. Louis, Missouri. The moderator, Jim Lehrer, describes the format in his opening remarks. The printed transcript is approximately 14 pages long.



LEHRER: Good evening, and welcome to the first of 3 debates among the major candidates for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sponsored by the Commission on Presidential Debates. The candidates are: independent candidate Ross Perot, Governor Bill Clinton, the Democratic nominee, and President George Bush, the Republican nominee. I am Jim Lehrer of the MacNeil-Lehrer News Hour on PBS, and I will be the moderator for this 90-minute event, which is taking place before an audience in the athletic complex on the campus of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Missouri. Three journalists will be asking questions tonight. They are John Mashek of The Boston Globe, Ann Compton of ABC News, and Sander Vanocur, a freelance journalist. We will follow a format agreed to by representatives of the Clinton and Bush campaigns. That agreement contains no restrictions on the content or subject matter of the questions. Each candidate will have up to 2 minutes for a closing statement. The order of those, as well as the questioning, was determined by a drawing. The first question goes to Mr. Perot. He will have 2 minutes to answer, to be followed by rebuttals of one minute each from Governor Clinton and then President Bush. Gentlemen, good evening. The first topic tonight is what separates each of you from the other. Mr. Perot, what do you believe tonight is the single most important separating issue of this campa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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