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를 보면서 가정법을 익히자!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부처 장관 ‘인준 청문회)는 그 후보자들에겐 늘 거친 관문이다. 얼마 전 새로 총리지명을 받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정작 총리의 자격을 검증하는데 꼭 필요한 질문 보단 쓸 때 없는 말장난과 자아도취 발언이 오가는 와중에 영어학습에 목마른 우리들에게 단비와 같은 한 장면이 연출되었으니, 바로 아래 상황이다.
어떤 의원의 질문을 받고서 정후보가 아래와 같이 말하는 것이 아닌가. 무섭게 몰아붙이는 야당의원을 향해 총리 지명자는 “허락해 주신다면...”을 먼저 달고 나온다. 다소 비굴하게까지 보이는 저자세(low-key) 모드. 이 저자세 모드는 인준 청문회장에 들어서는 모든 공직 후보자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의원님, 허락해 주신다면...”
이 말은 정후보가 정말 간절히 위원회 의원들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형식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청문회란 위원들과 후보자가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가운데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질문을 받았다면 당연히 대답을 할 권리가 후보자에게 있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정운찬 후보자 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도 아니고, 커리어(경력)면에서 정 총리내정자를 압도할 만큼 화려하지도 않다. 절대 꿀릴 게 없다. 그러함에도 “허락해 주신다면...”과 같은 말을 먼저 사용하는 것은 가정법의 본질, 즉 화자의 청자간의 ‘심리’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가정법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 '인사 청문회‘라는 것은, 그 속성상 검증을 당하는 후보자가 철저히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이야 큰소리 뻥뻥 치고 헛소리만 늘어놓아도 그다지 손해 볼 게 없지만, 청문회에 불려 나온 후보자들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감투 쓸 기회를 영영 놓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하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다가 청문회 장소가 연출하는 무거운 분위기, 즉 답변하는 후보자는 한명이지만 그를 향해 십여명의 의원들이 고압적인 자세로 일방적인 질문을 퍼부을 때 중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 등등 이 모든 환경적 요인들에게 사용가능한 최적의 화법이 바로 가정법인 것이다.
정 내정자가 “허락해 주신다면..”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상대방에게 진짜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실현 가능성 여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철저히 심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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