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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어휘|표현

<프렌즈> 조이는 왜 may 를 사용했을까?







I may be borrowing a few lines from my recent unsuccessful audition for "Family Honor 2" <프렌즈: 피비의 웨딩> 에피소드를 보면,  피비의 약혼녀인 마이크(Mike)와 조이(Joey)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조이는 피비의 가짜 아버지 역할을 합니다. 피비의 부탁으로 말이지요. 어느 날 피비를 찾아온 마이크를 향해 조이가 다소 고압적인 자세로 “너 말이야, 난 널 우리 가족으로 맞이하려 했는데.. 넌 날 존경하지 않아.”라고 말하며 이런 저런 불만을 꺼내어 놓습니다. 조이 특유의 말투로. 그러자 마이크가 “무슨 마피아 영화 대사 연습하십니까?”라고 한마디 던집니다. 여기에 대한 조이의 답변이 바로 위 예문입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내가 오디션에 떨어진 영화 <Family Honor 2>에 나온 몇 가지 대사를 가지고 왔을 뿐이야.”라고 말을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굳이 may 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 있다면 왜?왜?왜?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단순히 I just borrowed a few lines from ~ 이라고 말해도 충분히 의미전달이 가능한데 말입니다. 사전에 나열된 may 의 용법인 ‘허락, 당연, 가능성’ 등에 갖가지 경우의 수를 대입해 봐도,  그다지 설득력 있는 답변을 찾기 힘듭니다. ‘허락’일까? 아니라면 ‘당연’에 해당할까? 하면서 고민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는 한번 내용적으로 접근을 해봅시다. 여기서 조동사 may 는 조이의 ‘심리’를 반영하는 하나의 매개체, 또는 전달수단입니다. 즉 마이크에게 자신이 영화(연극) 대사 속에 등장하는 말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마이크가 눈치 챈 것 같으니까 .. 뭔가 무안하기도 하고 좀 허무한 그런 심정(감정) 말입니다. 떳떳하게 “그래, 영화 대사 속 몇 문장을 가져왔다.”라고 말하기엔 다소 떨떠름합니다. 그러하기에, 조이는 바로 동사를 사용하지 못하고 may 라는 조동사를 사용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조이가 “그래 이놈아, 영화 속 대사 내가 좀 사용했다. 그게 뭐 잘못됐냐?”라고 자신 있게 소리친다면, 굳이 조동사를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냥 I borrowed a few lines from ~ 과 같이 바로 동사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조이는 그와 같이 말하지 못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십니까?

 

요약하자면, 직설적으로 어떤 말을 하기가 여의치 않을 때, 말을 하긴 해야겠는데, 한번 돌려서 말하고자 할 때, 바로 조동사(과거형)를 사용하게 됩니다. ‘가정법’이 늘 조동사(과거형)와 함께 조합을 이루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입니다. 가정법은 화자의 심리,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 수단이기에.. 바로 would, could 등과 같은 조동사와 자연스럽게 결합을 하는 것입니다.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정말 고맙겠어.”라고 상대방에게 말을 할 때, If you could do me a favor ~ 과 같이 말을 꺼냅니다. 이것이 정상입니다. If you can do me a favor ~ 과 같이 말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부탁을 하는데.. 조금은 자신을 낮출 필요가 있으니까요. 불필요하게 보일지 모르나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해줘야 하구요. 설령 그것이 어려운 부탁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상대방이 무척 바쁘게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직설적으로 Will you do me a favor? 또는 If you can do me a favor ~ 과 같은 표현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드의 고전 <엑스파일> 속 한 장면을  들여다보면서 한 가지 상황을 더 다뤄보도록 합시다. 시즌 2편 에피소드 4회를 보면.. 멀더와 신참요원이 동일 사건을 놓고 서로 수사를 하려고 다툽니다. 이때 신참요원이 멀더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합니다.



Look, I may be... green... but I had the case first and I'm not gonna give it away so quickly.



여기서 조동사 may 가 왜 사용되었는지 살펴봅시다. 그 이유는 아마도 <프렌즈> 속 조이의 마음을 전달하는 그 매개체 may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즉 아무리 옳고 그름이 분명해도 신참이 고참을 향해 직설적으로 표현을 내뱉기는 쉽지 않지요. 그러하기에  may  란 조동사를 사용해서 심리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게 됩니다. 여기서 may 는 아래 문장 속 의미와는 분명 그 쓰임이 다릅니다.


He may be her boyfriend.



위 문장에서 may 는 확실치 않은 상황을 말하기 위해 동원된 조동사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하지만 <엑스파일>속 신참요원은 자신의 말에 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참인 멀더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즉 심리적인 이유로 may 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I'll straighten things out with Skinner.


- It's my case, Agent Mulder.


Look, I may be... green... but I had the case first and I'm not gonna give it away so quickly.



이러한 관점에서 조동사는 ‘부사’와 닮은꼴을 형성합니다. 즉 굳이 없어도 문장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조동사(부사)의 존재 유무에 따라, 문장이 지니는 뉘앙스는 크게 달라질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조동사나 부사가 없어도 문장이란 건물의 골격을 형성할 수는 있으나, 이들 요소를 통해 가장 어울리는 건물 인테리어를 완성시킬 수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