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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가정법이 어렵게 느껴질 땐 돌아가자(2)






가정법이 어렵게 느껴질 땐 돌아가자(2) 이전 게시물에서 ‘가정법’이 어렵게 느껴질 경우, 역으로 직설법부터 개념을 잡아 나가다보면 보다 쉽게 가정법에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는 같은 맥락에서 직설법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한번 건드려 보자. 일반적으로 직설법이 쓰이는 상황은 상대방이나 어떤 대상에 대해 화자가 심리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경우이다. 다시 말해, ‘심리’나 ‘감정’적인 요소가 개입될 소지가 적은, 다소 무미건조한 류의 글 속에서 자주 발견되는 전형적인 화법이 직설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컴퓨터에 관한 기술서적이 대표적이다. 

아래는 구글 사전에 소개되어 있는 comes off 의 사용법에 관한 것이다. 신기하게도(?) 모두 조건문에 직설법이 오고 있다. 물론 신기할 것은 전혀 없다. 당연한 귀결이다. 어떤 표현의 사용법을 설명하는데, 화자의 심리나 청자에 대한 배려가 개입될 여지는 만무하다.

* come off : 성공하다, 일어나다, 이루어 지다, 제거할 수 있다 등등 (네이버 사전)





<<< come off >>>

If something comes off, it is successful or effective. 
If someone comes off worst in a contest or conflict, they are in the worst position after it. If they come off best, they are in the best position. 
If you come off a drug or medicine, you stop taking it. 



위에 소개된 예문들만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수학에서 확률을 다룬 내용에 쓰이는 조건문을 한번 들여다보자. 아래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확률 문제들이다.



Q1) The number of words per page in the books of a certain author has a normal distribution with mean 237 and a standard deviation of 31.

1) If a page is selected at random from one of her books, what is the probability it will have between 200 and 250 words?
2) If a page is selected at random from one of her books, what is 90th percentile of the number of words?


Q2) You are playing a board game. When it is your turn you flip a fair coin and then roll a fair die. If "heads" comes up you move as many fields as the die shows. If "tails" comes up you move twice as many fields as the die shows.

1) What is the probability of moving at least 5 fields?

 

<if 조건절>에는 모두 직설법이 사용되고 있다. 당연하다. 이것은 어떤 대상에 대한 화자의 심리적 거리, 또는 청자에 대한 ‘배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일 비가 오면(if it rains(rained) tomorrow)를 말할 때는 지금 하늘에 낀 구름, 구름의 종류, 아침 일기예보를 ‘매개’로 화자의 심리가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확률’에 사용되는 조건문 속에는 그러한 ‘심리적 거리’가 존재할 수 없다. 동전(물론 정상적인 동전이다)을 던지면 반드시 앞면이나 뒷면이 나온다. 그러하기에 if heads(tails) comes up ~ 으로 표현이 된다. 가정법 과거문장, 즉 If heads(tails) came up ~과 같이 조건절 속에 과거형 came 은 올 수 없다. 물론 아주 특별한 동전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10번을 던지면 십중팔구 ‘앞면’이 나올 수밖에 없는 모양의 동전이 존재한다고 하자. 이 경우엔 당연히 누가 봐도 뒷면이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 따라서 “만약 뒷면(tails)이 나온다면~"을 표현할 때, 아래와 같이 말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다.

If tails came up ~

우리말은 철자 하나 틀리지 않고 동일하지만, 영어로 나타나는 표현은 동사의 시제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시는지? 계속 공부해보자.


Q3) Say we pick cards from a standard deck, one at a time.

1) What is the probability that the first card is a "diamond"?
2) What is the probability that the first card is a "diamond" and the second card is a "spades"?


3번 문제는 눈을 닦고 봐도 <if 조건절>이 보이지 않는다. 억지로 <if 조건절>을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내용상 간접적인 조건문을 만들어 낼 수는 있다. 3)번 문장, Say we pick ~은 If we pick cards from ~로 변형시킬 수 있다. 역시 직설법이 온다. 여기서는 주절 "What is the probability that ~"에 초점을 두자. 특히 이 질문 속에서 동사 “is”를 눈여겨보자. 첫 번째 카드가 ‘다이아몬드’일 확률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분명 그 확률 자체는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하기에 what is ~가 되어야 옳다. what could be ~, what might be ~와 같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마치 국무총리 물망에 오른 후보자 10명 가운데, 누구를 지명할지 저울질하고 있다면, 이 경우엔 김황령 후보가 국무총리가 될 가능성은..


이제 마지막으로 또다시 건조한 표현들이 수두룩한 다른 분야의 표현들을 보면서 가정법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보자. 사회과학이 아닌 기술서적, 컴퓨터 등에 관련된 서적 속에 포함된 문장은 지극히 기술적이고 건조하다. 어떤 감정이나 심리적를 나타내는 표현, 은유법 등과 같은 문학적 요소는 철저히 배제된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책 내용 속에 가정법 문장이 존재하기는. 아래 예문들을 살펴보자. 아래 예문들은 <Practical Microsoft Windows ME> 란 책 속에 실린 것들이다. 참고로 이 책은 윈도우 XP(Windows XP) 이전에 나온 윈도우 밀레니엄 에디션(ME) 사용방법을 다루고 있다.



If you don't know the file's full name, you can search using wildcards.
If your provider is one of the ones listed, select it and click Next and the Wizard will dial your provider.
If the other computers are already set up on the network, you do not need the Home Networking setup disk.
If you do not see your NIC listed, run the software than came with it to install it.
If you prefer, you can use the Views button on the window's toolbar to change the view.
If you see a message that if found new hardware, click the Details button to see what it found
.

위 예문들의 공통점은 모두 '직설법'이 들어간 문장이란 점이다. 그 이유는 챕터 처음에서 이미 언급했다. 그런데 아래 예문들을 살펴보자. 동일한 컴퓨터 기술서적 속에 포함된 내용이지만 바로 위에 보이는 예문들과 차이점이 있다. 즉 조건절은 직설법, 주절은 가정법 과거나 과거완료에서 보이는 구조의 문장이 섞여 있다. 가정법 공식에 익숙한 우리들에겐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나 당연히 주절과 조건절의 시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래 문장을 보자.

If a page contains lots of graphics and you aren't interested in saving them, Web Page, HTML only might be a better choice.


<if 조건절>에 "contained" 나 "could contain" 와 같이 ‘가정법’에 쓰이는 과거동사가 올 이유는 전혀 없다. 화자의 심리적 거리가 철저히 중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주절은 어떤가. 이것은 글쓴이의 판단에 관한 문제이다. 즉 반드시 그렇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화자(글쓴이)의 생각에 Web Page, HTML only 옵션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조동사 might 을 사용해서 다소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조건절에 동사 contains 가 왔다고 주절에 will, is 와 같은 직설법 동사가 올 필요는 전혀 없다. 한 문장 더 보도록 하자.

You might want to update the video driver if the correct video card name appears.


주절이 앞에 왔고 <if 조건절>이 뒤에 위치하고 있을 뿐, 바로 그 위에 보이는 예문과 사실상 동일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조건절, “정확한 비디오카드 이름이 보이면(if the correct video card name appears)”을 전달하는데 글쓴이의 가치판단이나 독자에 대한 배려가 올 이유는 전혀 없다. 반면 ‘주절’은 화자의 주관(개인적 생각)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 즉 정확한 비디오카드 이름을 찾게 된다면 사용자가 비디오 드라이버(driver)를 업데이트 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want 나 will want 은 부자연스럽다. 다시 말해, 카드 이름을 찾는 것과 비디오 드라이버를 업데이트 하는 것은 늘 함께 가지 않기 때문이다. 즉 나중에 드라이버를 업데이트 할 수도 있다. 따라서 You might want to update ~ 와 같이 표현하게 된다.


이제 위에서 설명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아래 예문들을 보면서 가정법과 직설법의 차이점에 대해 공부해보자.



If you are on a network, you might want to share your printer with others.
If you know the file starts with S and has a .doc extension, you would search for S*.doc.
If you chose Move it to the specified folder from the Actions list, you would click the word specified under Rule Description to open ~
If you see that, restart your PC, and the problem should have corrected itself.
If that doesn't work, and you are upgrading from a previous version, you might try pointing the Setup program to your C:\Windows folder ~
If you are very comfortable with Windows file management, you might choose to bypass the previous procedure by manually searching for ~



If you knew the file started with S and had exactly five letters in its name, but you weren't sure of the extension, you could search for S????.*.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정법이 한없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리들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직설법(단순조건문) 문장의 성격을 먼저 숙지하는 것도 좋은 학습방법이 된다. “왜 직설법이 필요하고, 어떤 문장은 직설법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는가?” 고민하다 보면, 가정법의 존재이유 역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