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온라인 성범죄자의 말 속에서 심리를 엿보는 가정법



온라인 성범죄자의 말 속에서 심리를 엿보는 가정법 <THE PARENT'S GUIDE TO PROTECTING YOUR CHILDREN IN CYBERSPACE> 란 원서를 읽다 보면, 소아성도착증, 온라인 성범죄에 관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속에 들어 있는 십여 년전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온라인 성범죄자(cyberpredator)였던 폴 브라운(이하 브라운, Paul Brown, Jr.)은 미국 오하이오州에 거주하던 46살 중년남성이었다. 몸무게가 400파운드나 나가는 거구이자 실직상태에 있던 그는, 지하실에 살며 AOL, 프로디지(Prodigy)와 같은 통신(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하곤 했다. 하루는 프로디지 사이트에 올라온 12살 소녀 메리(가명)의 ‘펜팔을 찾아!’란 메시지를 보고 메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브라운은 자신을 15살 소년으로 속이고 그 이후 수개월 동안 메리와 이메일 교환, 전화통화를 통한 접촉을 유지하게 된다. 메리는 당연히 브라운이 자신보다 3살 많은 또래 소년으로 알고 있었다.

둘의 관계가 계속 유지되면서 편지를 쓰거나 사진을 교환하는 등 그 범위가 계속 유지, 확대되는 가운데, 어느 날 브라운은 메리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그러면서 그가 메리에게 한말은 아래와 같다.

If I sent you a roll of film, could you get one of your friends to take pictures of you in different outfits and maybe hairstyles? 


이제 위에 소개된 브라운의 부탁내용 속에 사용된 표현들을 가지고서 브라운의 심리를 탐구해보자. 브라운이 한말은 전형적인 ‘가정법 과거’ 문장에 해당한다. <IF 조건절>에 send의 과거형 sent를, 주절에는 완곡한 뉘앙스를 전달하는 could가 위치하고 있다. 왜 그가 메리에게 직설법이 아닌 가정법 문장을 사용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자. 사실 친구사이로 지내고 있는 메리에게 그녀의 친구들을 시켜 사진 몇 장 찍게 해서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편하게 직설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한번 돌아가는’ 가정법 문장을 구사하고 있을까? 그가 너무 내성적이기에 쉽게 그런 류의 부탁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숙녀(아니 소녀)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기에 최대한 정중하고도 예의바른 말을 하다 보니 가정법 문장을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자. 

만약 브라운이 정말 15세 소년이었다면 위와 같이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했을까? 원래 또래들, 특히 십대들은 대화나 의사표현에 있어 거침이 없다.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쉽게 말해 얼굴 한번 본적이 없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지만, 또래라는 이유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빨리 친해지기 마련이다. 브라운과 메리는 맞선장소에서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사이가 결코 아니다! 그러기에 아래와 같이 직설법을 사용해서 의사를 표현할 가능성이 높다.

If I send you a roll of film ~
I will send you a roll of film ~


하지만 브라운은 비록 15세 소년으로 가장한 채 그녀와 접촉하고 있지만 자신이 메리의 아버지뻘 되는 마흔 중반의 남성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자신의 신상을 15세 소년으로 가장한채 메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여하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가 메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부탁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메리의 어린 시절 사진 한 장을 보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녀에게 머라이어 캐리의 시디 몇 장을 부탁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메리가 옷과 헤어스타일을 바꾸면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달라는 부탁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스스로 심리적으로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온라인에서 어린 소녀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 자신의 관심사는 그 소녀와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성’적인 무언가를 바라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러한 사실을 그 소녀가 눈치 채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등등. 따라서 자신의 조심스럽고 위축된 심리를 가장 잘 반영하는 적절한 표현 수단인 ‘가정법’을 택해서 의사전달을 하고 있다. 바로 첫 번째 예문과 같이 말이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실현가능성, 현재사실의 반대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브라운과 메리사이에 어느 정도 신뢰만 구축되어 있다면 쉽사리 들어줄 수도 있는 부탁이다. 그러하기에 굳이 가정법 과거문장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철저히 브라운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을 하다 보면 왜 그가 If I send you ~ 가 아닌 sent 를 사용해서 말을 하고 있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