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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

아저씨 - 우리말 제목과 영어제목이 전혀 다른 영화는?


영화 <아저씨>의 영어제목은 <The Man From Nowhere>이다. 적당히 의역을 해보면 '정체불명의 남자' 정도 되겠다. 영화 속 원빈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왜 영어제목이 The Man From Nowhere 인지는 짐작이 갈터. 왠지 우리말 제목 <아저씨>가 더 그럴 듯 하게 보이기도 한다. 아래에서는 이와 같이 우리말 제목과 영어제목이 다른 영화들을 한번 찾아 봤다. 

다소 촌시러운 느낌이 드는 <신라의 달밤> 영어제목은 <돈을 갖고 튀어라!>와 같은 명령형의 <Kick The Moon>이다. <창: 노는 계집 창>의 경우엔 <Downfall>이란 단어가 제목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참고로 Downfall이란 영어제목은 영화내용과 관련이 있다. 한석규가 주연한 원신연 감독 작품 <구타유발자들>은 <A Bloody Aria>란 제목을 붙였다. 우리말 제목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대충 수긍이 갈 것이다. 개인적으론 괜찮은 타이틀이라고 생각. 공지영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해서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영화 <도가니>위 영어제목은 <Silenced>이다.  역시나 영화내용과 제목이 관련을 맺는 경우. 우리말 제목과 영어제목이 그 뉘앙스가 정반대인 점이 흥미롭다. 





"침묵 <-> (비유적으로)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 이렇게 대립하게 된다. 사견으론 '도가니'를 그대로 영어로 옮겨서 <Crucible> 이라고 했으면 어떨까 싶다. 실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크루서블>이란 영화 제목도 있듯이. 왜 그런지는 아래 링크를 클릭. <푸른소금>의 영어제목은 <Hindsight>이다. 왜 그렇게 지었는 지는 알 길이 없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참고로 네이바 영어사전을 뒤져 보니 hindsight 의 의미는 "(일이 다 벌어진 뒤에) 사정을 다 알게 됨, 뒤늦은 깨달음" 이라고 한다. 아마 영화 주제나 줄거리와 관련이 있지 싶다. 무슨 반전(a twist)이 있는 영화인가? 안성기 주연 <부러진 화살>은 <Unbowed>이다. 이 제목 역시 재밌다.

비록 화살은 부러졌지만 정작 부장판사를 향해 화살을 쏜 당사자는 부러진 화살 처럼 (무언가에) 굴복한 것이 아니고 승리한(?) 것? 영어제목(unbowed) 그대로 패배한 것이 아닌 것일까. 참고로 동사  bow는 머리(고개를) 숙이다..의 의미. 따라서 un-bow-ed 가 되어 머리를 숙이지 않은, 즉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저항하다.. 의미 정도 되겠다. 역시나 영화내용과 관련이 있는 제목. 세간에 워낙 많이 회자된 부장판사 석궁 테러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라 제목의 의미는 다들 짐작이 갈 듯. 김태우, 김민정 주연 <버스 정류장>의 영어제목은 <L'Abri>이다. 영어가 아니라 외국어 제목이지만 L'Abri의 뜻이 영어로 "the Shelter"라고 한다. shelter는 대피처, 피난처의 뜻. (주인공 두 남녀에겐) 버스 정류장이 대피처란 말인가. 마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비상구가 없다>류의 제목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어제목. 영화 <괴물>은 영어제목이 <The Host>이다. 영어 단어 'host'는 '(기생 생물의) 숙주'를 뜻한다. 영화 <에일리언>에서 에일리언은 인간의 몸 속에서 기생하다가 나중에 사람 몸을 뚫고서 밖으로 나온다. 



인체가 '숙주(host)'가 되는 셈이다. 영어제목이 'The host'인 것은 물론 영화내용, 주제와 관련이 있다. 봉준호의 <괴물>은 영화 속에 에일리언이나 고질라 같은 '괴물'이 등장하긴 하지만 단순히 괴물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하기에 등장하는 괴물이 좀 엉성하고 촌시럽다고 해도, 괴물이 에일리언 만큼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냥 눈감고 넘어갈 수 있다. 정작 봉준호가 <괴물>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시무시한 괴물의 이야기도, 그 괴물과 사투를 벌여 살아남는 주인공의 영웅담도 아니다. 자세한 것은 직접 보면서 확인해 보자. 영화 속에서 한강을 깡총깡총 돌아 다니는 '괴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제목을 host, 그것도 정관사를 붙여 the host라고 했을까. 영화 속에서 숙주(host)는 과연 무엇일까, 그 숙주 기생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