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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관사는 내용적 이해가 우선이다.




관사는 내용.적 이해가 우선이다. ‘관사’와 원수가 되는 첫 걸음은 바로 관사를 ‘문법의 틀’ 속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무지막지한 시도이다. 안타깝게도 관사는 ‘영문법 8품사(명사, 대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전치사, 접속사, 감탄사)’에 속하지 않는다. 아마 지금까지 관사를 당연히 8품사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해 온 사람들이 많겠지만. 관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관사’와 결합한 ‘명사’, 그리고 그 두 개의 조합이 녹아 있는 문장(문맥) 속에서 내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아래 예문들 들여다보자.


What do you know of _____ nephew? 


이 문장의 빈칸에 부정관사(a)는 적절하지 못하다. 질문자의 의도가 ‘그 조카’에 대해서 (신상정보 등등) 무엇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기에. 즉 일반적인 의미의 ‘조카(a nephew)’라는 대상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조카’의 사전적 정의를 묻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것은 다시 한 번 관사가 문법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내용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강력히 암시한다.

사실 ‘미래(에)’를 의미하는 in the future 은 관용적으로 늘 정관사 the 와 결합한다. in a future, in future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빈칸에는 무엇을 넣어야 할까?


Are they going to have ______ better future? (그들에게 더 나은 미래가 있을까요?)


지금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아무도 모른다. 또한 그들에게 어떤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러하기에 내용적으로 a better future가 맞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기에. “in the future”에 익숙해서 무조건 future앞에 the를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주윤발이 젊은 시절 버버리 코트를 휘날리며 쌍권총을 무자비하게 쏘아 대던 바로 그 영화, 주윤발에게 쌍권총 두 자루 외에 더 쥐어줄 총이 없어서 몹시 안타까웠다는 오우삼의 고백이 인상적이던 바로 그 영화, <영웅본색>의 원제목은 <A Better Tomorrow>이다. 원제목과 우리말 제목이 참 많이 달라서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 참 제목 한번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마(주윤발의 극중 이름)’와 그들(장국영..)에게 더 나은 미래는 무엇을 의미할까?



"소금 좀 건네주실래요?" 이 경우, 소금(salt)는 당연히 the와 결합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보고 나에게 소금 좀 건네달라는 말은, 내 앞에 있는 소금, 적어도 내 눈 앞에 보이는 그 소금을 건네 달라는 말이다. 지극히 구체적인 것이기에 the salt가 된다. 300년 전 소금을 실고 바다 속에 빠진 그 동화 속 소금도 아니고, 어린 시절 오줌을 싸고 얻으러 다니던 그 소금도 아니다. 즉 a salt가 아니다. 
 
Would you pass me the salt


“문 좀 열어주실래요?”를 뜻하는 Would you open the door? 도 마찬가지. 내가 의미하는 문은 지극히 구체적인 문이다. 여기서 미국 뉴욕의 어느 빌딩에서 지금 수리중인 문을 의미할 리는 만무하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거나 내 눈앞에 보이거나 여하튼 구체적인 대상이다. 그러하기에 the door가 된다. 이해가 안 된다면 직접 한번 Would you open a door? 이라고 한번 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대방 뒤에 문이 열개 넘게 있다고 한다면, 위와 같이 말했을 경우 상대방은 뭐라고 할까? <엑스 파일>에 자주 등장하는 Put the gun! 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나라를 떠나다, 조국을 떠나다’라고 할 때 leave the country는 어떤가. 이 경우 관용적으로 leave the country를 쓴다고 그냥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관사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leave a country는 어색하며 정관사 the가 오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누군가가 (어떤) 나라를 떠났다면, 자신이 이미 살고 있었거나 체류하고 있었던 나라이다. 특정한 대상이 된다. 따라서 a country는 될 수 없다.

He will leave the country


president 역시 마찬가지다. 영자신문이나 뉴스에서 보이는 대통령에 대한 소식은 대부분 the president 로 표현된다. 일반적인 의미의 ‘대통령’이란 대상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바로 특정 국가의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이기에 the가 붙는다. 아래 예문을 보자.

The president held more than 3 hours of talks with students.


어느 대통령이 학생들과 세 시간이 넘는 담화를 가졌다고 한다. 과연 이 문장 속에서 a president 들어올 경우 문맥적으로 성립할까. 문법적으로 맞을지는 몰라도 내용적으로는 a가 올 수 없다. ‘국민’의 의미로 쓰이는 people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the people이 일반적이다.


이 모든 설명들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해, 년을 뜻하는 year을 생각해 보자. year이란 단어의 속성상 대개 정관사가 결합할 수밖에 없다. 우리들이 대화, 글 속에서 year을 사용할 때는 ‘해, 년’이란 사전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과 관련이 있는 특별한 시점(기간)을 의미하기에 the year이 자연스럽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