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윤정주 기자]
지난주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국회의원 연금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새해 예산안에 연금법 관련 예산 128억 2600만 원이 포함되었으나 여야가 힘을 합쳐 신속히 처리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주말 동안 유명 조직폭력배 두목 사망과 전 프로야구 선수의 자살 소식이 연이어 터지자 연금법에 대한 관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예정대로라면 1월 임시국회는 오는 15~20일 사이 개회될 것으로 보인다. 단연 국민들의 관심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연금법을 비롯한 문제들에 어떤 식으로 칼을 대느냐는 점이다. 이미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 정치쇄신특위를 만들면 주요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이번 예산안 처리는 연금법 폐지와는 다른 문제라며 이미 이 문제는 당에서 입법하여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과 달리 연금법 문제가 쉽게 처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언론이 지적했듯 여야 의원 상당수가 '외교' 명목으로 출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새해를 시작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임시국회 일정은 아직도 여야가 합의 중이다. 처리해야 할 문제는 연금법을 비롯해 부동산 취득세 감면, 쌍용차 국정조사 등 가득히 쌓여있다. 일은 많은데 정작 느긋한 국회의원들을 두고 skya라는 네티즌은 국회도 '출석 미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연금법 변천사 보면 기가 막혀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주 연금법 예산안 통과 소식에 "예산안이 올라오기 전 논란이 되는 헌정회법을 개정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실제 연금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말처럼 연금법안 자체가 통과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국회의원 연금법은 20년 넘게 시행 중인 법안이라는 점이다. 정확히 말해 지금 국회의원 연금법이라 불리는 법안은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으로 1991년부터 시행됐으며 헌정회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가 원로 단체이다.
그리고 작년 기준 이 헌정회 소속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월 120만 원씩이 지급됐다. 주목할 것은 이 법안의 변천사이다. 2010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자료에 따르면, 1988년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원받기 시작해 1991년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이 생기고 난 뒤인 1995년까지 20만 원이었던 월 지급액이 현재 6배(120만 원)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연령은 1996년 처음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또 2007년에는 헌정회 자체 규정 개정으로 '국회의원 재직기간 1년 미만'인 자가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항목을 삭제했다. 이로써, 단 하루만 국회의원 타이틀을 달아도 헌정회 소속으로 65세 이상이 되면 12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더욱 가관인 것은 최근 연금법을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 높이던 자들 상당수가 3년 전 연금법의 개정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2010년 2월 연금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191명 의원 중 187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반대한 2표는 당시 이용경(창조한국당), 조승수(진보신당) 의원뿐이었다.
이때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민주노동당까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찬성표를 던져놓고 3년이 지난 지금 늘어놓는 변명이 예산안만 통과됐을 뿐이라는 소리다. 당시 국민들이 더욱 분노한 것은 조용히 법안이 통과되고 정작 사실은 6개월이나 지난 8월이 되서야 이슈화 됐다는 점이다.
범죄자도 연금 받을 수 있는 사회
2010년 개정안은 겉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놀랍다. 이 개정안으로 기존에 '금고이상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자'는 연금을 받을 수 없었던 규정이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되면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의원 재직 중 각종 비리로 구속이 됐어도 집행이 끝난 헌정회 소속 65세 이상 전 국회의원이라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명단은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구속된 A의원, 2007년 골프장 인허가 로비 혐의로 구속된 B의원도 현재 헌정회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검색되고 있는 65세 이상 연금대상자다. 실제 이들이 연금을 받고 있는지 유무 확인을 위해 국회와 헌정회 측에 전화 확인 요청을 하였으나 '개인정보법' 관련으로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얼마 전 주요위원들의 해외출국으로 논란이 됐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 조사관은 "매년 실제 연금 수령을 받는 전 의원들의 명단을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결산 과정에서 필요하면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들이 연금을 받고 있다고 해도 2010년 개정을 통해 문제될 것은 없다.
아쉬운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나가는 연금이지만 실제 국민들은 문제되는 전직 의원들이 연금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조차 없다는 점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과거 정보공개요청을 했으나 똑같이 개인정보법 문제로 개인명단이 아닌 전체 수령인원만 보고 받을 수 있었다. 100억 원이 넘는 예산만 던져주고 헌정회에서 잘 쓰고 있는지 누구 하나 감시할 방법이 없으니 의원 시절보다 더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연금법 문제 과연 이번에는?
국민들의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은 가득하다. 하지만 그 중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 의원들과 의원직 이후 생활형편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연금을 주는 것 자체를 절대 반대하기보다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는 연금 법안이 되길 바란다.
한 국회 관계자는 "연금법 개정은 여야가 합의를 했기 때문에 이뤄질 것이다"며 "특권을 없애기 위해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연금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 하지만 이 말대로라도 모순은 많다. 국민들의 요구는 불합리한 기존 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는 것이지, 현 의원부터는 안 받겠다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은 국회 단독결정이 아닌 국민 여론과 사회 단체나 학자들의 의견들을 종합해서 반영하는 것은 무리일까? 무조건 적인 폐지가 아니더라도 재직 중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내거나 받는 금액을 기타 연금과 형평성있게 맞춘다면 국민들도 쇄신의 노력에 박수를 칠 것이다.
3년간 언론과 국민은 무엇을 했나?
2010년 8월 뒤늦게 연금법 통과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 언론들은 기사를 썼고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국민들은 분노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한 달도 안돼 이에 대한 문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졌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본분을 망각한 국회의원들을 탓하기 전 사회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언론 그리고 '냄비'처럼 금방 데워졌다 식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문제가 있다. 2010년 그때 그대로 이번에도 흘러간다면 특권을 지키기 위한 여야의 담합은 계속 될 것이다. 이후 이 법안에 대한 관심은 '또' 금방 묻히며 권력자는 기존과 똑같이 국민을 대할 것이다.
국민들은 깨달아야 한다. 권력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일시적인 촛불집회나 집단시위가 아니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투표로 연결되는 행동이라는 점을. 3년 전 언론과 국민들이 끈기있게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이들에게 연금법에 대한 모순과 문제를 알렸다면 지금까지 법안은 계속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주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국회의원 연금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새해 예산안에 연금법 관련 예산 128억 2600만 원이 포함되었으나 여야가 힘을 합쳐 신속히 처리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주말 동안 유명 조직폭력배 두목 사망과 전 프로야구 선수의 자살 소식이 연이어 터지자 연금법에 대한 관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 2월 임시국회 첫 날인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민생법안을 포함해 본회의에 계류 중인 37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 |
ⓒ 유성호 |
예정대로라면 1월 임시국회는 오는 15~20일 사이 개회될 것으로 보인다. 단연 국민들의 관심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연금법을 비롯한 문제들에 어떤 식으로 칼을 대느냐는 점이다. 이미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 정치쇄신특위를 만들면 주요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이번 예산안 처리는 연금법 폐지와는 다른 문제라며 이미 이 문제는 당에서 입법하여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과 달리 연금법 문제가 쉽게 처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언론이 지적했듯 여야 의원 상당수가 '외교' 명목으로 출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새해를 시작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임시국회 일정은 아직도 여야가 합의 중이다. 처리해야 할 문제는 연금법을 비롯해 부동산 취득세 감면, 쌍용차 국정조사 등 가득히 쌓여있다. 일은 많은데 정작 느긋한 국회의원들을 두고 skya라는 네티즌은 국회도 '출석 미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연금법 변천사 보면 기가 막혀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주 연금법 예산안 통과 소식에 "예산안이 올라오기 전 논란이 되는 헌정회법을 개정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실제 연금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말처럼 연금법안 자체가 통과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국회의원 연금법은 20년 넘게 시행 중인 법안이라는 점이다. 정확히 말해 지금 국회의원 연금법이라 불리는 법안은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으로 1991년부터 시행됐으며 헌정회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가 원로 단체이다.
그리고 작년 기준 이 헌정회 소속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월 120만 원씩이 지급됐다. 주목할 것은 이 법안의 변천사이다. 2010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자료에 따르면, 1988년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원받기 시작해 1991년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이 생기고 난 뒤인 1995년까지 20만 원이었던 월 지급액이 현재 6배(120만 원)까지 뛰어올랐다. 반면 연령은 1996년 처음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또 2007년에는 헌정회 자체 규정 개정으로 '국회의원 재직기간 1년 미만'인 자가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항목을 삭제했다. 이로써, 단 하루만 국회의원 타이틀을 달아도 헌정회 소속으로 65세 이상이 되면 12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2010년 헌정회육성법 개정법률안 제안경위 |
ⓒ 참여연대 |
더욱 가관인 것은 최근 연금법을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 높이던 자들 상당수가 3년 전 연금법의 개정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2010년 2월 연금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191명 의원 중 187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반대한 2표는 당시 이용경(창조한국당), 조승수(진보신당) 의원뿐이었다.
이때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민주노동당까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찬성표를 던져놓고 3년이 지난 지금 늘어놓는 변명이 예산안만 통과됐을 뿐이라는 소리다. 당시 국민들이 더욱 분노한 것은 조용히 법안이 통과되고 정작 사실은 6개월이나 지난 8월이 되서야 이슈화 됐다는 점이다.
범죄자도 연금 받을 수 있는 사회
2010년 개정안은 겉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놀랍다. 이 개정안으로 기존에 '금고이상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자'는 연금을 받을 수 없었던 규정이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되면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의원 재직 중 각종 비리로 구속이 됐어도 집행이 끝난 헌정회 소속 65세 이상 전 국회의원이라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명단은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3년 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구속된 A의원, 2007년 골프장 인허가 로비 혐의로 구속된 B의원도 현재 헌정회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검색되고 있는 65세 이상 연금대상자다. 실제 이들이 연금을 받고 있는지 유무 확인을 위해 국회와 헌정회 측에 전화 확인 요청을 하였으나 '개인정보법' 관련으로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얼마 전 주요위원들의 해외출국으로 논란이 됐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 조사관은 "매년 실제 연금 수령을 받는 전 의원들의 명단을 확인하느냐"는 질문에 "결산 과정에서 필요하면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들이 연금을 받고 있다고 해도 2010년 개정을 통해 문제될 것은 없다.
아쉬운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나가는 연금이지만 실제 국민들은 문제되는 전직 의원들이 연금을 받고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조차 없다는 점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과거 정보공개요청을 했으나 똑같이 개인정보법 문제로 개인명단이 아닌 전체 수령인원만 보고 받을 수 있었다. 100억 원이 넘는 예산만 던져주고 헌정회에서 잘 쓰고 있는지 누구 하나 감시할 방법이 없으니 의원 시절보다 더 특권을 누리는 셈이다.
연금법 문제 과연 이번에는?
국민들의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은 가득하다. 하지만 그 중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 의원들과 의원직 이후 생활형편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연금을 주는 것 자체를 절대 반대하기보다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는 연금 법안이 되길 바란다.
한 국회 관계자는 "연금법 개정은 여야가 합의를 했기 때문에 이뤄질 것이다"며 "특권을 없애기 위해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연금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화 통화에서 말했다. 하지만 이 말대로라도 모순은 많다. 국민들의 요구는 불합리한 기존 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는 것이지, 현 의원부터는 안 받겠다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항은 국회 단독결정이 아닌 국민 여론과 사회 단체나 학자들의 의견들을 종합해서 반영하는 것은 무리일까? 무조건 적인 폐지가 아니더라도 재직 중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내거나 받는 금액을 기타 연금과 형평성있게 맞춘다면 국민들도 쇄신의 노력에 박수를 칠 것이다.
3년간 언론과 국민은 무엇을 했나?
2010년 8월 뒤늦게 연금법 통과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 언론들은 기사를 썼고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국민들은 분노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한 달도 안돼 이에 대한 문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졌다. 그리고 3년이 지나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본분을 망각한 국회의원들을 탓하기 전 사회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언론 그리고 '냄비'처럼 금방 데워졌다 식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문제가 있다. 2010년 그때 그대로 이번에도 흘러간다면 특권을 지키기 위한 여야의 담합은 계속 될 것이다. 이후 이 법안에 대한 관심은 '또' 금방 묻히며 권력자는 기존과 똑같이 국민을 대할 것이다.
국민들은 깨달아야 한다. 권력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일시적인 촛불집회나 집단시위가 아니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투표로 연결되는 행동이라는 점을. 3년 전 언론과 국민들이 끈기있게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이들에게 연금법에 대한 모순과 문제를 알렸다면 지금까지 법안은 계속되지 못했을 것이다.
+ 기사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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