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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짝①] 공서영 아나 “야구 선수만 아니면 돼요”




[창간특집 짝①] 공서영 아나 “야구 선수만 아니면 돼요”

[일간스포츠] 입력 2011.09.23 11:34수정 2011.09.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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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와 스포츠 채널 여자 아나운서. 그들은 '짝'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은 젊고 매력이 있다. 그리고 야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지만 실제 만나서 얘기하는 경우는 5분을 넘기 어렵다. 그나마 마이크가 꺼지면 어색한 사이가 된다. 모두가 선남선녀의 만남을 궁금해 하고 때로는 색안경을 쓰고 보기 때문이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서로가 꽤 친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래서 이들에게 2대2 공개 데이트를 주선했다. 유니폼을 벗고 평범한 남자로서, 마이크를 놓고 평범한 여자로서 수다를 떨게 했다. 어느 TV 프로그램 '짝'에서처럼 말이다.

지난 19일 일간스포츠에서 만난 네 명에게 "이건 '다큐'가 아닌 '예능'이다. 독자들이 오해하지 않을 테니 편안하게 말해라"고 했다. 처음엔 쑥스러워 했던 그들도 금세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1시간으로 예정된 미팅은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약속시간은 오후 5시였다. 오현주 KBS N 스포츠 아나운서가 10분 전에 가장 빨리 도착했다.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오현주 아나운서가 갑자기 안절부절못한다. “(공)서영 언니가 약속 시간을 6시로 착각했대요. 지금 빨리 오겠다곤 하는데”라며 발을 동동 구른다. 둘은 입사 동기다. 곧바로 넥센 심수창이 도착했다. 둘은 자리에 앉아 다른 둘을 기다리기로 했다. 여느 남녀처럼 처음엔 어색했다.


오현주: 경기장에서 몇 번 봤어요. 인터뷰 해본 적은 없지만.

심수창: 저도 지나가다 인사한 기억은 나요.

오현주: 혹시 제 이름 아세요?

심수창: 당연히 알죠. 오, 오, 오….

둘은 엄밀히 따지면 초면이다. 심수창은 오현주 아나운서의 성만 알고 있다.

오현주 : 실망이에요.

심수창: 오현주잖아요.


심수창은 주위에서 귀띔을 받은 뒤에야 오현주 아나운서의 이름을 댔다.

오현주: 아까 방송할 때 제가 소개했어요. 내일 선발이시죠?

심수창: 네. LG전….

넥센 김민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후 5시45분. 초행길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오현주: 제 이름 아세요?

김민성: 당연히 알죠. 오현주. (오현주 아나운서가 심수창은 몰랐다고 하자)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경기 끝나면 TV로 보는데.

심수창이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뒤이어 공서영 아나운서도 도착했다. 순서에 따라 남자 1호는 심수창, 2호는 김민성이 됐다. 오현주, 공서영은 여자 1·2호다.

공서영: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6시 약속으로 알고 있다 늦었어요.

오현주: 언니, 김민성 선수랑 같이 만나서 같이 온 거 아니에요?

심수창: 난 5시 5분에 왔는데. 괜찮아. 난 공서영 안 좋아해.

공서영: 나도 심수창 싫은데. 하하.

둘은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다. 지난해 6월 한 호프집에서 여러 지인들과 남아공월드컵을 한국-아르헨티나전을 함께 봤다. 공서영 아나운서가 입사하면서 야구장에서 인연이 이어졌다.


오현주 : 김민성 선수는 몇 살이에요?

김민성: 24살이요.

오현주 아나운서: 서영 언니가 82년생 29살이고, 제가 25살인데.

심수창: (김민성에게) 네가 제일 어리구나. 너 표정 굳어지는데?

김민성: 아니에요. 긴장해서 그래요.

자기소개 시간이다. 서로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여기서 상대방의 첫 인상이 결정된다. 넷은 진지해졌다.

심수창: 저는 처음 봤을 때는 말이 없어 보이지만 활발합니다. 이상형은 아나운서. 항상 모든 것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심수창입니다. (매력포인트를 묻자) 늘 꾸준하고 늘 노력한다는 점?

공서영: 이거 완전 소개팅이네. 진짜 웃기다.

김민성: 전 만나면 만날수록 괜찮은 스타일입니다. 보면 볼수록 다른 면이 많아요. 첫인상으로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이상형은 아나운서. 진심입니다. 여자하면 아나운서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공서영: 요즘 대세죠.

김민성: 대세는 아니고요.

공서영: 여기서 공격 들어오네요.


공서영 아나운서가 김민성이 소개할 때 살짝 끼어들며 관심을 보였다. 다음은 여자 차례다.

오현주: 저는 말수가 적고 얌전한 편이에요. 오래 만나다 보면 말 많고 털털하고 활발하고. 매력포인트는 웃는 모습? 처음엔 낯을 가려 말을 못 건넸는데 이 일 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전 선하게 생긴 남자 좋아합니다.

공서영: 저는 반대에요. 차가운 인상이라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어려워 하더라고요. 나중엔 오히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기도 하고 그래요. 매력포인트는 잘 모르겠어요. (이상형을 묻자) 전 야구선수만 아니면 돼요.

심수창: 축구선수 좋아하는구나.

공서영: (목소리를 높이며) 아니에요. 자꾸 왜 그래.



진행 : 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정리 : 유선의·이형석 기자 [sunnyyu@joongang.co.kr]
사진 = 이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