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이야기/열린 영문법

<터미네이터>를 보면서 관사를 배우자!

젤리안 2018. 1. 14. 10:19

터미네이터가 ‘심판의 날’이라고 그렇게 떠벌리고 다녔던 그 ‘심판의 날’ 1998년도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20년이 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터미네이터는 우리들 곁으로 찾아 왔다. 제임스 카메룬이 만든 1984년작 <터미네이터>의 원제목은 <The Terminator> 이다. 물론 여기서 the terminator는 사라를 죽이기 위해 미래로부터 온 터미네이터(아놀드 슈왈츠네거)를 의미한다. 사실 이 영화만 놓고 보면 왜 굳이 정관사(the)를 앞에 붙일까 고민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터미네이터 1편>에서 터미네이터는 사실상 '아놀드 슈왈츠네거'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터미네이터라고 하면 누구나 아놀드를 지칭하는 지 알아차린다. 물론 영화 속에서 짧은 시간 존 코너와 싸움을 벌이고 있던 다른 터미네이터의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그다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기에 아놀드 혼자만의 놀이터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 3편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제목에 붙은 정관사 the의 존재가치가 빛을 발한다. 아래에서 그 이유를 한번 파고 들어가 보자.



악당들에게 포위되어 위험에 처한 ‘존 코너’에게 산신령이 까꿍~ 하면서 연기와 함께 나타난다. “코너야, 지금 네 소원이 무엇이냐? ‘영어’로 소원을 한 가지 말해보라.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라고 한마디를 던진다. 당연히 존 코너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친구이자 보디가드인 ‘터미네이터’를 미래로부터 불러달라고 소원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존 코너가 학교 다닐 때 영문법, 특히 ‘관사’ 파트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너는 관사에 대한 잘 확립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대답을 한다.

I want Terminator!


이 말을 들은 산신령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지팡이를 한번 휘젓더니 코너의 앞에는 사전에 T.E.R.M.I.N.A.T.O.R 라고 인쇄된 사전에서 떨어져 나온 종이 한페이지를 던져준다. 

존 코너는 산신령에게 지금 장난치냐며 따지고 든다. 산신령이 껄껄껄 웃으며 힌트를 하나 준다. 이놈아, 관사를 붙여야지 하면서. 한첨 고민하더니 이제는 아래와 같이 외치는 것이 아닌가.

I want a Terminator!



이 말을 들은 산신령 할배. “소원치곤 너무 싱겁구먼.‘ 하고 지팡이를 한번 휘젓더니 미래로부터 ’터미네이터‘ 하나를 불러 왔으니, 그 이름은 바로 ’T-1000‘이 아닌가. <터미네이터 2편>에서 사라와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 미래에서 날아 온 무시무시한 터미네이터. 화들짝 놀란 코너는 다시 ”이건 무효!“라고 선언하며 한 번 더 외친다. I need a Terminator! 여기에 산신령은 다시 코너의 요청에 '터미네이터'를 한 번 더 불러 오니, 이번엔 ’T-X‘가 존 앞에 떡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터미네이터 3편>에서 존 코너를 괴롭혔던 그 무시무시한 최신형 여자 터미네이터.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존 코너가 위험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사실 존 코너가 간절히 도움을 바라는 ’터미네이터‘는 ’터미네이터‘ 동네에만 살고 있는 터미네이터란 이름만 달고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터미네이터 녀석들 중에서 존 코너의 명령에 100% 복종하며, 그를 다른 악당들로부터 보호해 주는, 바로 그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가 존이 원하는 인물이다. 다시 말해, <터미네이터> 2, 3편에서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연기한 그 구닥다리 터미네이터를 말한다. 그러하기에 존 코너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I want The Terminator!

만약 존 코너가 정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a terminator 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터미네이터 동네에서 살고 있는 모든 종류를 의미하게 된다. 아빠와 아가 터미네이터, 그리고 1편에서 존의 엄마 ‘사라’를 죽이기 위해 미래에서 기꺼이 날아왔던 바로 그 터미네이터, 그리고 2편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옷을 벗고 날아온 아놀드 슈왈츠네거,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던, T-1000, T-X 등등 터미네이터 놀이동산의 모든 터미네이터가 그 카테고리 속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산신령 할배의 선택은 전혀 틀린 게 없다. 그 많은 터미네이터 중에서 하나만 존 코너에게 보내 주면 되면 자신의 임무는 완수하는 것이다. 왜? 존 코너가 a Terminator라고 했으니까.



물론 정관사가 붙은 The Terminator보다 더 정확하게 존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터미네이터 이름(기종)을 직접 불러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마치 중학교 시절 우스갯소리 중 꽤나 재밌었던 주변머리 없는 사나이 얘기처럼 말이다. 당시 <맥가이버>, <A 특공대>란 외화시리즈가 최고인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맥가이버의 헤어스타일이 너무 멋있어서 바로 다음날 효자동의 어느 이발소를 찾은 호동이. 아저씨에게 매주 저녁에 방영하는 인기 외화시리즈에 나오는 그 주인공 스타일처럼 머리카락을 잘라달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아저씨는 자기도 그 주인공의 팬이라고 맞장구를 치며 열심히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다. 잠시 잠에 빠져든 호동이는 거울을 보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지금 자신의 헤어스타일에 비하면 해병대 아저씨들의 스타일은 차라리 얌전한 축에 속한다는 사실. 가운데만 남기고 주변 머리카락이 모조리 없어졌으니까.

호동이와 이발사 아저씨 사이의 대화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을까? ‘관사’를 통해 사건의 재구성을 한번 만들어 보자.

호동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I'm a huge fan of the hero in a popular American television series.

친구들도 모두 <맥가이버, MacGyver>를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맥가이버>만 보는 줄 알았던 것. 하지만 효자동 이발사 아저씨는 나이가 든 구세대. 그에겐 맥가이버 혼자서 지구를 구하는 것 보다, 두목 한니발, 머독 등의 개성 있는 네 명의 인물들이 티격태격 싸우며 사건을 해결하는 <A 특공대, The A-Team>가 더 재미있었단다. 자신의 집안 식구들과 친구들, 그리고 이발소를 방문하는 손님들 모두 <A 특공대>에 관한 얘기만 주고받는다나. 그러하기에 호동이에게 인기 있는 그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는 <맥가이버>지만, 아저씨에겐 <A 특공대>가 된다. <A 특공대> 역시 a popular American television series 이니까. 



가정법 공부 좀 더..